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76-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공방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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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76-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공방 방식
  • 손호영
  • 승인 2022.06.2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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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스무 살 무렵의 그는 육군 OO사단에 입영하라는 현역병입영통지서를 받습니다. 그는 입영하지 않습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은 그에게 입영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검사는 병역법을 들어 그를 기소합니다.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1심은 으레 그러하듯 그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고, 2심은 그의 항소를 기각합니다. 이제 대법원의 판단이 남습니다.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 사안입니다. 여기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타당성을 이야기하기보다,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내세워진 논리를 일견 살펴보고자 합니다. ‘정당한 사유’의 해석을 둘러싸고 공방이 어떻게 펼쳐졌는지, 특히 주목할 만한 근거 정립 방식을 지켜보고자 합니다(지면관계상 일부만 살펴봅니다).

우선, 다수의견은 쟁점을 확인합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어떤 사안이든 쟁점을 확인해서 논증의 범위를 한정짓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수의견의 논증에서 법리적 해석 이외 근거 부분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현황(▸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매년 평균 약 600명 내외로 발생하고 있는 통계를 앞서 들고 있습니다)과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국방력, 국민의 높은 안보의식 등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고 하여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로 보입니다(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국방력, 국민의 높은 안보의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나 자료가 제시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를 근거로 다수의견은 일단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경우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설시합니다.

반대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연원을 확인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서구사회 기독교의 계율과 전통에서 유래했고(이는 주지의 사실이라고 하면서 구체적 자료를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서구사회 구성원들에게 뿌리 깊은 윤리적·도덕적 판단 기준 내지 생활규범으로 작동하고 있는데, ‘2015년도 통계청 인구총조사결과’에 의하면 기독교 외에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이와 다른 문화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여전히 대다수 사회구성원에게 익숙하지 않습니다. 이는 2013~2014년 여론조사결과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부정적 답변이 다수라는 여론조사결과로도 뒷받침됩니다.

여기에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의 논증 근거 중 ‘양심적 병역거부의 현황’을 지적합니다. 매년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600명에 불과했던 것은, 처벌규정이 위법행위 유혹에 대한 강력한 위협으로 작동했기 때문이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반대의견은 같은 통계라도 다르게 해석합니다. 또한 반대의견은 다수의견과 다른 예측을 합니다. 만약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면, 자칫 적지 않은 병역의무자들이 입영을 거부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외국 사례로서 독일과 대만을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 합법화 이후 그 수가 크게 늘었음을 제시합니다.

또한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설시한 쟁점을 다시 정의합니다. “다수의견의 논리에서는 간과되고 있거나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기본권 보장과 기본적 의무에 대한 강제 간의 충돌과 긴장 관계가 이 사건의 핵심 내지 본질이다.”면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기존 법리를 참고삼아, “이 사건의 본질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기본적 인권 보장의 헌법적 가치를 향유하고 주장할 권리가 있는 국가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헌법상의 규범적 정당성에 따라 병역의무에 대한 부담을 골고루 나누어지고 이를 공정하게 이행함으로써 자기책임을 다하는가의 문제이다.”라고 규정합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의 본질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기본적 인권 보장의 헌법적 가치를 향유하고 주장할 권리가 있는 국가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헌법상의 규범적 정당성에 따라 병역의무에 대한 부담을 골고루 나누어지고 이를 공정하게 이행함으로써 자기책임을 다하는가의 문제”가 되며, 병역을 이행토록 하는 것이 양심에 대한 부당한 개입·간섭이 아닐 수 있게 됩니다.

나아가 반대의견은 기존 선례의 굳건함을 근거로 합니다. 대법원, 헌법재판소,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등 기관의 의견은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을 포기하지 않아 왔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이후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다수의견 입장에서 재차 반대의견을 반박합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반대의견의 오해를 지적하는 부분입니다. “반대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국가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각자 병역의무를 골고루 분담함으로써 자기책임을 다하는가의 문제일 뿐 다수의 소수에 대한 부당한 억압의 문제가 아니라(하나)...그 외견상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다수가 허용하지 않으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일 뿐이다. 다수의견은 바로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통계, 여론조사결과, 외국 사례, 선례 등을 근거로 삼는 것은 물론이고, 쟁점을 재정의, 상대 주장의 본질 파악과 비판 등 효과적인 공방 방식이 눈에 뜨입니다. 이외에도 충분히 많은 공방이 있으나, 일단 논의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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