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정치경제의 한 가지 대안 : 사회적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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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정치경제의 한 가지 대안 : 사회적 경제
  • 신희섭
  • 승인 2022.06.1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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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사회적 경제’는 얼핏 들어본 경우도 있겠지만, 생경한 용어이자 주제일 것이다. 최근 한국의 경제학과 정치경제학에서 주목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게다가 우리가 주목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 이미 충분히 경험하고도 있다.

경제하면 ‘시장’인데, ‘사회적’이라는 용어와 경제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의아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는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시장경제와 국가를 중심으로 한 공공경제를 보완하려는 대안적 경제모델이다. 사회가 나서서 시장과 국가를 대체해보려고 한다는 것이 얼핏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시장 실패와 국가 실패를 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다.

주류 경제학인 자유주의 경제학은 보이지 않는 손인 ‘시장’이 수요와 공급을 맞춰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1870년대 대불황과 1929년 대공황 그리고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은 주기적으로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수요공급 조절 실패인 ‘시장실패’가 반복된다.

시장실패는 마르크스에 의해 체계적으로 분석되었다. 그리고 이 논리는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에 의해 현대적으로 해석되었다. 케인스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수요와 자본가를 중심으로 한 공급 사이에서는 근본적인 불일치가 있다고 보았다. 노동의 임금증가율과 자본의 이윤증가율이 불일치할 경우, 시장은 구조적으로 붕괴할 수밖에 없다. 이 구조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개입하여 자본가에게 좀 더 높은 세금을 거두어, 노동자들에게 복지정책을 시행해 실질임금을 올려줄 필요가 있다. 정부개입을 통해서 유효수요가 만들어져야 수요와 공급은 맞춰질 수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인 시장을 ‘보이는 손’인 정부가 대체한 것이다.

시장실패는 케인스뿐 아니라 수정주의 경제학자들이나 마르크스에 뿌리를 둔 정치경제학에서 다각적으로 비판되었다. 그리고 시장 논리의 틈새로 국가(국내정치에서의 정부)가 비집고 들어갔다. 문제는 국가도 실패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물가와 실업률이 동반 상승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주류 경제학이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라는 이름으로 국가 실패를 강력하게 질책한다. 정부의 예산 극대화를 비판한 공공선택학파나 국가의 개입에 따라 발생하는 ‘자중 손실’을 문제 삼은 시카고학파나 국가 개입으로 만들어진 불로소득인 ‘지대(rent)’에 문제를 제기한 버지니아 학파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도 국가도 아닌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주장이 다시 부상한 것이다. 사실 사회적 경제는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엽 산업혁명과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빈곤, 질병, 실업 문제를 사회적 약자들이 자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유럽의 협동조합이나 공제조합 혹은 결사체들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그러다 1970년대 이후 시장과 국가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인 도시 재생이나 장기실업 문제 혹은 사회적으로 배제된 계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부상한 것이다.

칼 폴라니에 따르면 경제는 3개로 구분된다. 시장주도의 ‘시장경제’, 국가를 중심으로 한 ‘공공경제’, 그리고 시민 위주의 ‘사회적 경제’가 그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인간의 상호성과 연대의식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공화주의를 지향한다. 자연스럽게 시민을 주도로 한 참여민주주의와 연결된다. 즉 자유주의가 칭송하는 시장이나 중상주의가 핵심 주체로 삼는 국가가 등한시하거나 골치 아파하는 문제들을 시민성과 자발성을 근간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도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와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발전주의의 ‘국가’나 신자유주의의 ‘시장’이 녹아웃된 것을 목격했다.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그리고 양극화의 심화는 사회적 경제를 통한 문제해결에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래서 2007년 사회적 기업법이 제정되고, 2012년 협동조합법이 제정된 것이다. 특히 사회적 기업에는 자활기업, 저소득층과 신용이 낮은 이들에 대한 사회연대금융이 포함된다. 그리고 정책적인 지원대상인 ‘마을기업’도 해당한다.

물론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경제의 규모가 매우 큰 것은 아니다.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의 수가 많이 늘어났지만(2018년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의 4대 사회적경제기업 수는 19,253개), 이들이 차지하는 경제 규모는 전체 경제에서 2015년 기준으로 0.4%인 총 매출 1조 9,677억 원이었다. 그런데도 성장세는 눈에 띈다. 2013년 기업 수 993개에 매출액 1조 1,560억 원에서 2017년 기업 수 1,870개에 매출액 3조 5,000억 원이 되었다. 5년 사이에 기업 수는 2배 정도, 매출액은 3배 정도 확대된 것이다.

사회적 경제를 이념의 잣대를 근거로 못마땅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를 어려운 상황에서 ‘생존과 공생’을 위한 방안을 찾아보려는 시민적 노력으로 보면 이념은 부차적인 문제다. 게다가 시민사회가 완벽한 행위자고 항상 공공선을 추구한다고 할 수 없지만, 새로운 경제주체로서 시장과 국가의 문제점을 보완해보려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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