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IPEF의 출범과 모겐소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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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IPEF의 출범과 모겐소의 회귀
  • 신희섭
  • 승인 2022.05.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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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2년 한미정상회담 기간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삼성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해 현대차를 일정의 마지막으로 잡았다. 한미정상회담이 이례적으로 빨리 잡히고,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에 기반해 예측했던 한-미-일 동맹 외교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아뿔싸! 세상이 달라진 것이다. 아니 세상을 운영하는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 정상은 여러 가지 약속을 제시했지만, 그 핵심에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있다. 실재 정상회담 기간 중 윤석열 대통령은 IPEF가입을 약속했고, 실제 5월 23일 IPEF 출범국가가 되었다.

IPEF는 미국,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브루나니,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타이, 베트남의 13개국으로 출범했다. 최종적으로 인도는 들어왔고, 참여를 기대했던 대만은 빠졌다. ‘경제프레임워크’라는 용어로 낯선 이 제도는 인도양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경제협력체로 느슨한 형태의 플랫폼이다. FTA와 같이 관세인하 시장접근이 아니라, 시장원리를 구성하는 것이다.

모든 국가에게 공통된 기준을 강제하지 않는 이 제도는 4가지를 공식적 입장으로 채택하고 있다. 첫째, 디지털경제, 노동, 환경 분야에서 탄력적 무역규범. 둘째, 글로벌 공급망 강화. 셋째,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탈탄소화. 넷째, 세금 및 반부패가 그것이다.

중국 견제를 초석으로 삼고있는 IPEF는 과거 패러다임과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3가지 특징에 근거한다.

첫째, ‘총체적’ 접근이다. 이전까지 미국은 자유주의 이론에 근거하여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여 접근했다. 그래서 안보 제도와 경제 제도가 따로 작동했다. 그런데 IPEF는 안보동맹국가들의 경제동맹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제는 경제와 안보를 분리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의 경제적 성장이 가져온 국제체계 변동과 직접 관련된다. 중국의 군사력보다 경제력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여전히 중국이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중추 역할을 하게 둘 수는 없다. 역대 미국이 상대했던 국가 중 미국 GDP의 70%에 육박한 국가는 없었다.

둘째, ‘이념’을 강조한다.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를 강력하게 구분한다. 과거처럼 중국에 대해 ‘전략적인 모호성’과 ‘책임있는 이해상관자’와 같은 미사어구를 활용한 정책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칼 슈미트의 ‘적과 동지 구분’을 이념적으로 명확히 한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태도를 보라. 미·중 경쟁은 그저 힘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성의 문제이며 존재 방식의 문제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래 분야 선점’을 중시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방한에서 보여준 것처럼 선도적 기술 분야가 결국 미래 결투장이다. 제조업에서 중국을 키워준 미국이 이 분야에서는 더이상 중국에 양보하지 않겠고, 미국의 동맹국가에 대한 관리도 철저히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가장 취약한 환경 분야까지 최대한 숨통을 죄는 것이다.

군사적 동맹을 통해 일시적으로 중국의 군사력을 견제하는 차원을 넘어 미국은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냉전의 전체 역사를 통해 배웠듯이 봉쇄(containment)정책은 인내력 싸움이다. 버티는 자가 승자가 된다. 하지만 과거 소련과 같이 교류가 없던 시절과 달리 글로벌 공급 체인은 러시아-중국-한국-대만-일본-미국을 연결한다. 이런 밀도 높은 상호의존의 21세기에 새로운 냉전이 재개되고 있다. 1945년과 달리 ‘탈세계화’라는 이름표나 ‘탈동조화’라는 이름표를 달고.

이번 투쟁 역시 정치와 경제 그리고 이념 전 영역에서 진행될 것이다. 18세기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대표한 영국과 미국 중심의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21세기 이후에도 세계 중심축으로 기능할 것인지 중국식 사회주의로 포장한 권위주의가 세계 중심축이 될 것인지가 핵심이다.

국제정치학 전공자로서 이런 역사적 변화는 모겐소를 생각하게 만든다. 현대 국제정치학을 창시했다고 평가되는 모겐소는 ‘인간’과 ‘권력’과 ‘역사’를 강조했다. 역사의 변화무쌍함과 함께 철학을 통한 인간에 대한 보편성의 이해만이 다양한 권력의 의미를 해석하고, 다채로운 권력정치를 이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미국이 강조하고자 하는 패러다임도 권력과 인간 그리고 역사를 총체적으로 살펴보게 한다. 단순한 군사력과 경제력 측정을 넘어서는 인간 심리와 역사의 귀환을 고려하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하는 세상은 (냉전기처럼) 단순해지는 것일지 (다양한 요소들을 총괄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어) 복잡해지는 것일지 혼란스럽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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