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40대 가장이 ‘마중물 프로젝트’의 문을 두드린 이유>
-김준호(가명)
저는 1977년생 김준호(가명)이고 K대 법과대학 법학과에 97학번으로 입학했습니다. 입학성적이 우수하여 4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는 신입생특별장학생으로 선정되어 장학생으로 학부를 마쳤고 학부 4년 8학기 동안 우수한 성적으로 총 6회 최우등생으로 선정되어 수상한 바 있으며, 2002년 학부 학점 4.16/4.5로 졸업했습니다,
이후 모교 일반대학원에 민법전공으로 입학하였습니다. 대학원 재학기간 중 제46회 사법시험 1차 시험에 합격했던 경험을 가졌으나, 이듬해 2차시험에서 불합격하여 그 후 바로 군복무를 이행하였습니다.
한동안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법조인의 꿈을 포기하고 학원강사 생활 등으로 생계를 간신히 이어오다 2012년 고용노동부 산하 모 공공기관에 공채로 입사, 재직 중 결혼을 하여 딸아이 1명을 둔 가장이 되었습니다.
근무부서가 변리사, 공인노무사,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 등 각종 전문 자격시험의 출제와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였기에 직무 특성상 전국의 여러 법학 교수님들을 알게 되었고 로스쿨에 도전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아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다시금 법조인의 꿈을 꾸어 2014년 모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였고, 다니던 직장에는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
하지만 2017년 제6회 변시부터 2021년 제10회까지 모두 5차례 변호사시험에 응시하고도 합격하지 못해(제10회 변시에서는 887.47점을 획득하여 커트라인 895.85점에 8.38점 차이로 탈락하였습니다) 오탈자가 되었습니다.
로스쿨에 입학한 후 7~8년이 흐른 현재는 변호사 시험 합격을 이루지 못한 관계로 생활비며 각종 생계를 이어오느라 대출금 등 빚만 수 천만 원을 부담하게 되었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의 뒷바라지도 제대로 못 하는 무능한 아버지가 되어 가정생활마저 파탄의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가난하고 능력이 없으면 아이마저 가질 수 없는 것일까요? 생활고에 시달리는 와중에 와이프의 둘째 임신 소식이 들렸지만, 우리 형편에 무슨 둘째냐며 와이프는 낙태를 고집하였고, 저는 생명을 미리 죽이는 일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완고하게 거부하여 저희 부부는 이혼의 위기로 치달았습니다.
2013년생으로 현재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딸아이의 장래마저 어찌 될지 모를 정도로 위기상황이었습니다만, 와이프가 이런저런 일로 너무 신경을 쓴 탓인지 둘째 아이는 자연유산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저출산의 시대이지만 저처럼 무능력한 아버지는 둘째 아이를 갖는 것조차 사치인가 봅니다. 무능력한 아빠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른 아이들이 모두 다니는 학원이나 예능활동 등을 원활하게 지원해 주지 못해 아이가 학교에서도 위축되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딸아이가 피아노를 많이 좋아하고 잘 치는데, 경제적 형편상 피아노도 제대로 사줄 수 없어 항상 아빠로서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입니다.
또한 수년간의 수험생활로 저는 디스크와 각종 만성 피부 및 호흡기 질환 등 각종 질병마저 얻게 되어 이미 40대 중반의 중년에 이른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이렇다 할 경력도 없이 나이만 40대 중년에 이른지라 여기저기 비정규직 포함해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에 취업의 길마저 요원한 절박한 상태입니다.
작년에 타 공공기관 등에 지원하여 필기시험 합격까지는 이르렀지만 많은 나이 때문인지 최종 면접에서는 탈락을 거듭하여 정말 저의 많은 나이와 보잘것없는 경력으로는 현재의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마저 이루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듯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처자식을 둔 입장에서 생계에 대한 걱정으로 어떻게든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오탈자로 전락했다는 절망감에 빠져 모든 것을 계속 손만 놓고 있는 건 제게 사치로 느껴지더군요.
로스쿨 3년 및 수험생활 5년 동안 쌓인 빚 등을 해결하려면 무슨 일이든 하여야 했기에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많이 넣어보기는 했습니다만 코로나로 인해 전반적으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적지 않은 나이가 문제가 되었는지 면접의 기회를 갖기도 극히 어려운 것이 냉혹한 현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졸업한 로스쿨의 원장님께서는 5탈자가 되었지만 로스쿨 석사학위도 큰 의미가 있을 테니 너무 절망하지 말라고 격려해주시기도 했지만 실상 로스쿨 석사학위는 오히려 취업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듯싶더군요.
8년의 시간을 버리고도 변호사 자격증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사회에서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싶었습니다. 로스쿨 나오면 다 변호사 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변호사 자격 없는 로스쿨 석사라면 도대체 어떻게 인생을 살아온 것인가. 회사 인사담당자님들은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 듯싶었습니다.
결국 현재 저는 불안정한 임시직 일자리를 알아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현재는 모 LPG 충전소에서 가스를 충전하고 세차를 하는 일을 하며 가정의 생계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공부를 하거나 사무직 일만 해 왔지 아르바이트로도 이와 같은 현장직 일은 해본 경험이 전혀 없기에 처음에는 실수도 많았고 몸도 마음도 너무 힘이 들어 자괴감이 들곤 했었습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난 지금은 장기화된 코로나와 거리두기로 인해 젊은 친구들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엄혹한 현실에 그나마 저는 가족을 위해 돈을 벌 수 있는 매일 출근하는 일자리를 갖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더운 여름, 폭우가 내리는 장마 중에도, 또 매서운 혹한기에도 하루 8시간 이상 야외 현장에서 일하며 제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도 되는 듯싶어 현재는 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마음 한구석에는 이 상태로 계속 지내기는 어려운 것이 아닌가, 무언가 공부를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현재의 답답한 현실을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랑샘재단이 변호사시험 오탈자 지원 마중물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기사를 보았고, 본 프로젝트에 선정되는 것을 마지막 희망으로 삼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현재의 제게 남아있는 마지막 희망인 아내와 딸아이로 이루어진 소중한 가정을 지켜내려면 현재와 같이 충전소 충전원 임시직 생활만을 이어가는 것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배운 법학지식을 활용하여 인생의 제2막은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싶고 이를 위해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이 변호사시험 과목과도 많은 유사성을 가지고 있고 모 공공기관에 재직할 당시 실제 출제에도 참여하였던 모 전문자격시험에 합격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나 현재 하루하루 생계에 쪼들리는 상황 하에서는 또다시 수험준비를 위해 비용을 들일 여유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매달 갚아나가야 하는 빚, 그리고 3식구의 생계유지만으로도 너무나 버거운 상태이니까요.
사랑샘재단의 마중물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200만 원의 지원금을 얻게 된다면 그 돈으로 다시금 재기의 희망을 꿈꾸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전문자격 취득을 위한 수험을 위해 동영상 강의를 신청하고 교재 등을 구입하는데 당해 지원금을 정말 알차게 활용할 생각입니다.
오탈자가 된 한 가정의 40대 가장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 중 1인으로서 가족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삶이라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평생 감사하며 살 것 같습니다. 부디 저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아주시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려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