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64-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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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64-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
  • 손호영
  • 승인 2022.04.0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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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여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토지와 그 지상의 공장건물을 매도하고자 합니다. 남편을 대리인으로 세워, 이를 15억 원에 매도합니다. 매수인은 남편에게 “장차 아들이 사업체를 운영할 것이니, 매수인 명의를 아들로 변경하여 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이에 남편은 여인을 대리하여, 상대방의 아들과 위 각 부동산을 13억 원에 매도하기로 하는 매매계약과 위 토지 중 도로 지분 및 토목 공사를 3억 3,000만 원에 매도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각 체결합니다.

상대방의 아들은 여인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 대금 중 미지급액이 1억 6,000만 원, 부가가치세가50,754,000원”이라는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여 줍니다. 그리고 사실확인서에 그가 운영하는 개인사업체의 명판과 자신의 인장을 날인합니다. 그의 아버지(원래 매수인)가 보증한 채무입니다.

그런데 2년 쯤 뒤, 그 아들은 개인사업체를 폐업신고하고, 주식회사를 새로 설립합니다. 그의 개인사업체의 자산 및 부채 등 사업 일체를 그 주식회사에 포괄적으로 양도하는 내용의 포괄양수도계약을 체결하고, 영업재산 일체를 양도하는 한편 위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도 마쳐줍니다. 주식회사는 장부상 부채를 모두 인수하면서도 위 사실확인서에 기한 채무는 인수하지 않습니다.

아들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50% 지분을 가진 상태이고, 주식회사의 나머지 지분은 그의 형, 아버지가 보유하고 있으며, 역대 이사도 모두 이들인 한편, 본점 소재지도 원래 개인사업체의 사업장 소재지와 동일합니다.

여인은 주식회사에게 그가 상대방의 아들로부터 받지 못한 사실확인서에 기한 돈을 받을 수 있을지가 문제됩니다.

원칙적으로, 주식회사와 주주는 별개의 권리주체입니다. “주식회사 상호간 및 주식회사와 주주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존재로서 동일인이라 할 수 없으므로 1인 주주나 대주주라 하여도 그 본인인 주식회사에 손해를 주는 임무위배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판시(대법원 2016도10654 판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항상 이러한 원칙을 적용하면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의 아들이 주식회사를 세운 것은 위 사실확인서에 기한 채무를 면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도, 단지 아들과 주식회사가 별개의 권리주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추궁하지 못한다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이 사건에서 아들이 운영하던 개인사업체와 새로이 설립한 주식회사는 영업목적이나 물적 설비, 인적 구성원 등이 동일합니다. 그는 주식회사의 50%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나머지 주주들도 그의 가족들이어서 경제적 이해관계가 같습니다. 결국 그가 주식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이고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여인은 주식회사에 이 사건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결론에 이르면서, 일반적인 설시를 서두에 기재하였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주식회사는 주주와 독립된 별개의 권리주체이므로 그 독립된 법인격이 부인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개인이 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영업을 하다가 그와 영업목적이나 물적 설비, 인적 구성원 등이 동일한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에 그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개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회사가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고 있는 예외적인 경우까지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이유로 개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여 그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나아가 그 개인과 회사의 주주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등 개인이 새로 설립한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회사 설립과 관련된 개인의 자산 변동 내역, 특히 개인의 자산이 설립된 회사에 이전되었다면 그에 대하여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개인의 자산이 회사에 유용되었는지 여부와 그 정도 및 제3자에 대한 회사의 채무 부담 여부와 그 부담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 설립 전 개인의 채무 부담행위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회사 설립 전에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안은 <개인의 채권자가 개인이 설립한 회사에 대하여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을 전제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사건>으로 정리할 수 있고,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여 그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 및 회사에 대하여 회사 설립 전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를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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