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 (2)-특이점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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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 (2)-특이점 이후...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03.07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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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특이점 이후...>

- momentum1128

명단에 내 수험번호가 없었다. 난 내 눈을 믿지 못하고 다시 한번 명단을 훑어보았으나 여전히 내 수험번호는 보이지 않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수험번호와 내 인적사항을 넣고 합격 여부를 조회하였으나 합격자 조회 화면은 나에게 송곳이 되어 돌아올 뿐이었다.

그 순간 지금까지 내가 지나왔던 모든 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였을 때의 기쁨, 두꺼운 법학서적을 처음 읽었을 때의 당혹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경험했던 다양한 인턴활동, 그 과정에서 만났던 수많은 법조인들, 합격해서 어엿한 n년차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동기들, 함께 일하자고 격려해주던 선후배들

이 모든 것들이 이제는 나와 무관한 것들이 된 것이다.

미안한 감정이 앞서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돌이켜볼 틈도 없이 당장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합격자 발표가 있던 그해 금요일은 나에게 특이점이 되었다.

그날 이후 다시 3년의 시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후배가 연락이 왔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묻는 후배에게 그냥저냥 살고 있다는 정해진 대답을 하였다. 이전과 이후가 같지 않은 특이점처럼 나는 그해 금요일 이전과 이후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그 후배는 정해진 안부를 물은 후 나에게 잊고 있었던 특이점 이전의 삶을 떠올리는 말을 하였다.

“‘새로운 꿈’을 긷는 프로젝트를 한다는데 지원해봐요.”

전화를 끊고 다시 나의 일상에 돌아갔다고 생각했는데, 잠들기 전 문득 후배의 말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검색을 해본다.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읽고 지원서를 작성하는 동안 문득 내가 법조인을 꿈꿔왔던 사람임을 깨닫는다.

물리학에서 특이점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고 하는데, 이런 프로젝트에 지원한다고 해서 내가 우리나라에서 변호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일을 계기로 반복적인 일상에 다른 동기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용기를 내는 데 수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응답은 의외로 빨리 왔다.

지원금을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한 후 분량 제한 없는 에세이 한 편을 낼 것... 그리고 내 통장에 낯선 지원금이 들어왔다.

막상 지원금을 받으니 다시 한번 고민스러워진다.

특이점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꿈꿔왔던 법조인과 관련된 활동을 다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소라면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겠지만, 이번에는 지원금이라는 핑계로 영어수업을 과감히 결제하였다.

이 수업으로 내 생활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없겠지만 적어도 그해 금요일 이전 내가 생각해왔던 삶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생을 살면서 온전히 나만을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요즈음, 돌아보니 괴로웠던 순간들도 결국 반짝반짝 빛나는 생의 한 순간이었음을 떠올리며 내 삶에 다시 한번 집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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