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53-동업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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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53-동업의 무게
  • 손호영
  • 승인 2022.01.0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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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동업하라>는 책은 투명성과 믿음을 토대로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빈틈을 서로 잘 채워넣으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합니다. 80%는 동업자의 말을 경청하고 20%는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며 풀어나간다면 이기지 못할 역경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이 녹록하지만은 않습니다. “형제끼리도 동업은 하지 말라.”, “친구와 멀어지고 싶으면 동업을 하라.”는 해묵은 농담이 질기게 남아 있는 이유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사들은 수련을 마치고 개업을 할 때, 동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 전 기사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의사들이 함께 병·의원을 운영하고 환자를 협진하는 ‘공동개원’은 최근 들어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늘어난 상태다...특히 예전에 비해 신규 배출된 의사들이 넘쳐나는 ‘의료 과잉공급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의사들은 동업을 통해 좀 더 좋은 입지에 개원하는 방법으로 경영부담을 줄이는 상황이다...눈여겨 볼 것은 증가하는 의사 동업 비율과 비례하게 의료기관 운영 중 의견 갈등 및 지분 다툼으로 인한 법정소송 역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데일리메디, 2014. 7. 25.자 “손 잡았다가 협박·소송 치닫는 동업의사들”>

과연 어떤 분쟁들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의사들 사이의 동업 관계가 파탄 난 사건에 대하여 법정 분쟁이 일어난 사건이 있으므로 오늘은 이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의사 3명이 2008년 의기투합하여 병원을 공동운영하기로 합니다. 기간을 5년으로 하고, 각 5:1:1로 출자하기로 하여 지분을 나누었는데, 5/7 지분권자가 병원장으로 경영권을 가지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출자자는 반드시 병원에 근무함을 원칙으로 하고 노동력 제공에 따른 수당은 월급제로 하며, 경영권자에게 경영수당 1,000만 원, 의사직무수당 700만 원, 나머지 지분권자들에게는 의사직무수당으로 1,400만 원씩 지급하기로 하였습니다.

5년이 지나서도 병원은 순항되었는데, 2014년 즈음부터 동업계약 내용을 변경하여 재계약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5/7 지분권자이자 병원장이었던 의사는 계약 변경을 제시합니다. ‘약정기간은 3년으로 하고, 만약 약정기간이 지난 후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해산하지 않고 탈퇴 조합원에게 환급금을 지급한다. 환급금은 감정평가기관의 평가를 거친다(2곳의 평균값). 1/7 지분권자에게 지급하던 의사직무수당을 성과급으로 변경한다.’

한 명은 동의했지만, 다른 한 명은 반대했습니다. 결국 재계약 논의를 거듭하다가 심각한 불화가 생깁니다. 5/7 지분권자이자 병원장은 동업자들을 불러 회의를 개최했고, 그와 뜻을 같이하던 동업자와 함께 재계약에 반대하던 다른 동업자를 제명하는 결의를 합니다. 제명사유는 ‘동업 약정기간의 만료, 재계약 거부로 인한 조합원 자격 상실,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병원 경영에 반하는 행위로 지속적인 동업 불가, 동업자 간 불신감 초래’였습니다.

제명 결의가 있었지만, 제명된 의사는 진료는 계속하였고, 수익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다른 동업자들을 횡령으로 고소하기까지 했고(다만 그들은 무혐의처분을 받습니다), 그는 다른 동업자들을 상대로 자신의 조합원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확인청구, 배당금과 의사직무수당 지급청구를 합니다.

핵심은 조합원지위 확인 부분일 텐데, 2심에서는 그에 대한 제명결의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제시하며 2심의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2017다200702 판결).

”민법상 조합에서 조합원의 제명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다른 조합원의 일치로써 결정한다(제718조 제1항). 여기에서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란 특정 조합원이 동업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조합업무를 집행하면서 부정행위를 한 경우와 같이 특정 조합원에게 명백한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이에 이르지 않더라도 특정 조합원으로 말미암아 조합원들 사이에 반목·불화로 대립이 발생하고 신뢰관계가 근본적으로 훼손되어 특정 조합원이 계속 조합원의 지위를 유지하도록 한다면 조합의 원만한 공동운영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 신뢰관계 파탄을 이유로 조합원을 제명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특정 조합원으로 말미암아 조합의 목적 달성에 방해가 계속되었는지 여부와 그 정도, 제명 이외에 다른 방해제거 수단이 있었는지 여부, 조합계약의 내용, 그 존속기간과 만료 여부, 제명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약정기간 만료 후 이 사건 동업관계는 불안정한 상태에 있게 되므로 조합을 해산하는 것이 아니라면 조합원은 그동안의 조합운영 실적을 바탕으로 동업계약에 관한 재협의를 할 필요가 있는데, 제시된 변경안이 불합리하거나 특정 조합원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으니, 조합원들은 진중하게 고려하고,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하는데, 과연 그가 변경안 협의를 거부한 것이 합리적인지, 조합원들 사이의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서로 동업관계를 유지하기 곤란한 사정이 생긴 원인은 무엇인지 더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2심에게 이 사건 제명결의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다시 심리해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5년 넘게 평탄히 지속되던 동업관계가 어느새 마무리되고 있는데, 그 모습이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짊어진 동업의 무게는 함께 나눠질 때는 가벼웠지만 헤어질 때는 크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안타까운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이 동업을 시작할 때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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