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자, 친양부 되고 형제자매, 유류분 없다” 입법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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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자, 친양부 되고 형제자매, 유류분 없다” 입법예고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1.11.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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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했다...법무부 민법‧가사소송법 일부개정안 마련
1인가구 확대 등 가족유대 완화...民 제908조의2 등 개정

#1. 일찍 부인과 사별한 80세의 A씨는 슬하에 자식이 없이 지내다 지인의 아들 B로부터 극진한 보호를 받다 사망했다. A씨는 B에게 전 재산 9억원을 주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했다. 다만 A씨에게는 70세의 친동생 C가 생존해 있다. C는 A씨의 B에 대한 유증사실을 알고는 B에 대해 본인의 유류분(3억원=본인의 법정상속분 9억원의 1/3)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망인(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유류분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2. 독신주의자 40세 여성 甲은 남동생 乙의 둘째 아들 丙(12세)을 가족관계 등록부에 양자가 아닌 친생자로 등재하는 등의 친아들(친양자)로 삼고자 했지만 ‘3년 이상 혼인 중인 부부’만이 친양부가 될 수 있다는 민법 규정 때문에 일반 양자로만 입양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甲처럼 25세이상의 미혼자라면 친양부가 될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이처럼 독신자에게 친양자 입양을 허용하고 유류분 권리자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민법」 및 「가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9일 입법예고했다.

우리 사회에 1인가구의 비중이 급속히 늘어나는 등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가족법제도가 필요하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법 성료 여부에 귀추가 쏠린다.
 

법무부가 미혼 독신자에게 친양자 입양을 허용하는 내용의 민법·가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예고와 상속 시 유류분 권리자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사진은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이번 개정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법무부가 미혼 독신자에게 친양자 입양을 허용하는 내용의 민법·가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예고와 상속 시 유류분 권리자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사진은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이번 개정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5세 이상이면 독신자라도 친양자 입양...허가 절차는 강화

현행법에 따르면 혼인 중인 부부만이 친양자 입양을 할 수 있다. 독신자는 자녀를 잘 키울 의지와 능력을 갖추었더라도 원천적으로 친양자 입양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독신자라는 이유만으로 친양자 입양을 일률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독신자의 가족생활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위 사례처럼 친인척이 미성년자 조카를 친양자로 입양하려고 해도 독신자이기 때문에 입양할 수 없는 경우처럼 때로는 친양자의 복리를 최적으로 실현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익히 헌법재판소 2013년 9월 26일 결정(2011헌가42)에서도 고무적 판단이 있었다. 당시 재판관 5인이 독신자에게도 친양자 입양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위헌으로 결정되기 위한 6인의 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현행 법률이 합헌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

법무부 사공일가(사회적 공존을 위한 1인가구) T/F 역시 지난 8월 독신자에게도 친양자 입양을 허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법무부는 반드시 혼인 중인 부부가 아니더라도 친양자가 될 사람의 복리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25세 이상의 사람이라면 독신자에게도 친양자 입양을 허용하도록 개정했다.

다만, 독신자가 양부모가 되는 경우에도 자녀의 보호에 소홀함이 없도록 친양자 입양허가 절차를 강화하는 규정들을 신설했다.

우선, 친양자 입양허가 시 가정법원이 고려해야 하는 필수 요소에 기존에 있던 양육상황과 양육능력 외에도 추가로 “양육시간”과 “입양 후 양육환경”을 삽입(민법 제908조의2제3항 개정), 보다 충실한 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입양허가 전에 가사조사관을 통해 입양 환경 등에 대한 사실조사를 의무화해(가사소송법 제45의9제3항 신설) 친양자의 복리 실현과 관련된 사정을 더욱 면밀히 검토하도록 했다.

나아가, 부모로서의 역할을 책임감 있게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경제적 활동가능성과 해외 입법례를 고려해 친양자 입양을 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25세로 정했다.

독일‧일본의 경우 원칙적으로 25세부터, 프랑스의 경우 28세부터 친양자 입양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1인가구나 독신자에 대한 차별을 줄이고 친양자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개정안의 신구 조문대비표 / 법무부

■ 법정상속분 갖는 형제자매라도 유류분에서는 권리 못 가져

법무부는 가족관계성 약화 등의 시류를 반영, 유류분 권리자에서 형제자매를 제외하는 내용도 담았다.

유류분이란 위 사례 1처럼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일정 비율에 대해 갖는 권리로, 망인이 제3자에게 유증(유언을 통한 증여)하더라도 보장되는 최소한의 상속분을 일컫는다.

과거 상속이 주로 장남에게만 이루어지던 장자상속 문화가 만연하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을 비롯한 다른 자녀의 최소한의 상속분을 보장하기 위해 1977년 우리 민법에 처음 도입됐다.

당시 배우자와 자식 외에 형제자매를 유류분 권리자에 포함한 것은 과거 농경사회와 대가족제를 바탕으로 모든 가족구성원들이 서로를 부양하고, 따라서 모든 재산이 가족 전체의 재산이라는 이른바 가산(家産)관념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4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이같은 가산관념이 희박해졌고 1인가구 비율이 증가하는 등 가족제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한 상황.

형제자매의 경우에는 과거에 비해 유대관계가 약화되고 평소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상호 부양하는 경우가 적어 피상속인 사망 시 상속분에 대한 기대를 보장할 필요성은 낮아진 반면 망인이 자기 재산을 보다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법무부는 민법 제1112조의 유류분 권리자에서 형제자매를 제외하기로 했다.

법무부 사공일가(사회적 공존을 위한 1인가구) T/F가 지난 5월 유류분 권리자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할 것을 제안했고 2018년 법무부에서 실시한 ‘상속법개정을 위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형제자매를 유류분 권리자에서 제외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응답자의 약 60%를 차지하는 등 국민여론도 반영한 결과다.

유류분 제도를 두고 있는 일본, 독일,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대부분 국가들이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해외 입법례도 수용됐다.

법무부는 “이로써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를 보다 확대하고, 가족제도를 새로운 시대적 요청과 환경에 맞춰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에 의미를 뒀다.

정재민 법무심의관은 9일 기자 브리핑에서 “학계에서는 유류분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가 된 부분부터 바꿔나가는 것이 맞다고 보고 형제자매 유류분 삭제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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