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89)-국회의원 면책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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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89)-국회의원 면책특권
  • 신종범
  • 승인 2021.10.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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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국정감사는 정부에 대한 국회의 중요한 감시, 견제수단임에도 올해 국정감사는 정부 부처에 대한 감사보다는 경기도에 대한 감사에 훨씬 더 많은 이목이 쏠렸다. 역사상 처음으로 경기도지사가 차기 대통령후보로 확정되었기 때문에 그가 피감기관을 대표해서 참여하는 국정감사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각 하루씩 이틀에 걸쳐 이루어졌다. 경기도와 같은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는 국가위임사무나 국가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에 한하여 할 수 있음에도(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7조) 이번 경기도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여당 대통령후보인 이재명 지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방불케했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질의는 여, 야 할 것 없이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이루어졌던 대장동 개발사업에 집중되었다. 야당은 대장동 개발사업으로부터 엄청난 이득을 챙긴 민간사업자들과 이 지사의 연결고리를 어떻게든 찾으려고 했고, 여당은 당시 야당의 방해를 뚫고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공공의 이익을 최대한 얻어내려고 한 이 지사의 성과를 드러내고자 했다.

경기도 국정감사 내내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반복된 질의와 답변이 이뤄지던 와중에 뜬금없이 이재명 지사와 조직폭력배의 연관 의혹이 제기되었다. 전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용판 의원은 ‘이 지사가 조폭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며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인,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장이라는 사람의 사실확인서를 공개했다. 나아가 그 사람이 이 지사에 전달했다는 돈이라며 현금다발이 촬영된 사진을 국정감사장에 설치된 화면에 띄웠다.

이재명 지사는 헛웃음을 연신 터뜨리고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이래서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으로 명백한 허위사실을 제시해서 명예훼손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건 선거법 위반이다. 면책특권에 숨어서 정치적 공세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김용판 의원이 올린 사진은 해당 인물이 몇 년 전 돈 자랑하면서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임이 밝혀졌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라고 하여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 취지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국회가 입법 및 국정통제 등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하고 그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에 있다(대법원 2009도14442 판결).

판례는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국회의 직무수행에 필수적인 국회의원의 국회 내에서의 직무상 발언과 표결이라는 의사표현행위 자체에만 국한되지 아니하고 이에 통상적으로 부수하여 행하여지는 행위까지 포함하며, 그와 같은 부수행위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행위의 목적·장소·태양 등을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91도3317 판결). 이러한 기준하에 본회의 또는 각 (상임)위원회에서 행하는 입법, 예산안 심의 확정, 조약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 국정감사 및 조사, 대정부 질문은 면책특권 대상이 되는 행위에 포함된다고 보았지만, 국회의원의 기자회견 및 성명서 발표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책임 뿐만 아니라 민사책임도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판례는 “직무상 행한 발언 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직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까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발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면 비록 발언 내용에 다소 근거가 부족하거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무 수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인 이상 이는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 고 하여 비교적 면책특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 판례에 기준에 따르면, 국정감사장에서 김용판 의원이 이재명 지사 조폭연관 의혹을 제기하면서 띄운 사진과 발언 내용이 허위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면책특권에 해당되어 책임을 면할 소지가 크다. 김용판 의원이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였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헌법에 규정한 이유는 국민의 대표자에게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보장하여 국민들의 이익을 보호하려는데 있다. 그럼에도 면책특권을 악용하여 허위의 사실을 퍼뜨리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러한 행위는 국회의원의 발언이라는 이유로 언론이나 SNS를 통해 마치 사실인 것처럼 급속도로 퍼져나가 오히려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릴 뿐이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면책특권을 부여한 이유를 망각한다면 그러한 특권은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신종범 변호사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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