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과 에너지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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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과 에너지안보
  • 신희섭
  • 승인 2021.10.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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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중국, 인도, 영국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미국, 러시아, 카타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에너지 분야의 공급자인 후자와 달리 전자는 특별한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최근 에너지와 전력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시장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과 석탄 가격이 급속히 오르고 있다. 천연가스의 대체재인 석유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텍사스산 원유가 80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시장 가격이 폭등하자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유럽 국가들의 전기 요금과 가스 요금 인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영국은 가스 요금이 작년 대비 7배 올랐다. 프랑스는 2021년 올 한 해만 44%를 올렸는데 10월에는 다시 12.6%를 추가 인상했다.

전체 전력의 67% 정도를 석탄을 사용하는 중국의 정책으로 석탄 가격도 오르고 있다. 전세계적인 에너지 수요의 폭발적 증대와 턱없이 부족한 공급은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환경의 ‘그린’과 물가 상승이라는 ‘인플레이션’이 합쳐지면서 ‘그린플레이션’이 만들어진 것이다. 정리하면 환경보호 정책으로 가격 상승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상황은 2008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석유 가격이 폭등하자 옥수수를 대체에너지로 쓰면서 식량 가격까지 폭등했다. 그런데 현 상황은 그때보다 시장 불안정성(Volatility)이 더 높다.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친환경 에너지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둘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 해결책이 별로 없다는 점과 신재생에너지 자체가 가진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번 상황의 원인을 통해 문제를 좀 더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작은 기후변화와 탄소 중립정책이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후변화방지를 위한 탄소 중립정책을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 전력 생산방식이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였다. 그 결과 독일 사례처럼 탈원전 정책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화석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로 급히 대체되었다. 화석에너지개발의 추가 투자도 금지되었다. 실제 미국은 셰일가스에 대한 새로운 시추를 막았다. 중국은 석탄채굴을 막았다.

그런데 올해 유럽은 바람이 불지 않았다. 신재생에너지 중 풍력에 16%를 의존한 유럽과 25%를 의존한 영국은 급히 러시아 천연가스에 SOS를 보냈다. 중국은 2020년에 코로나를 문제 삼은 호주에 대한 보복 조치로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 자국 전력의 67% 이상을 석탄발전에 의존하는 중국은 자기 발을 찍고 말았다. 결국, 전력공급이 안 되고, 대규모 정전사태가 왔다.

이런 중국의 정책실패가 석탄 가격을 천정부지로 만들었다. 중국 덕에 석탄을 사용하는 인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문제는 세계 공장인 중국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내 애플과 테슬라 부품 공장이 문을 닫았다. 제조업발전과 유지를 위해서는 안전하고 저렴한 전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세계 1위 에너지 수입 국가인 중국이 정책마저 꼬이고 있다. 해외기업들은 황당하기만 할 뿐이다.

이 와중에 원자재 가격마저 오르고 있다. 전기차와 태양광으로 상징화되는 친환경 정책전환은 새로운 원자재를 게걸스럽게 흡수하고 있다. 알루미늄과 구리 가격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는 ‘전통에너지의 가격 상승 친환경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의 협업이다.

에너지 공급망 확보는 한 두 달 만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내쳐진 전통에너지 공급망의 부족과 함께 수요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게다가 다가오는 겨울은 꽤 추울 것이라 한다. 낮은 가격 덕에 한동안 수요자 위주였던 에너지 시장은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공급자 중심 시장의 구축. 유럽에 4개의 파이프라인을 가진 러시아의 재부상. 셰일가스의 주인공인 미국의 재부상. 뛰는 석유 가격으로 카타르 같은 중동국가들의 재부상.

이들은 어느 정도 지속할지 모르는 이 축복받은 ‘순간(moment)’을 즐기고 있다. 패를 바꿔가며 판을 다시 구성한다.

바람은 다시 불 것이고, 탄소 중립으로 가는 중간과정의 대책들이 마련될 것이다. 그러나 그 시기가 길어지면 시장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에너지가 다시 안보가 되고 있다. 미국의 중동 정책의 실패로 원유가가 배럴당 150불까지 갔던 2008년처럼 지금도 원유시장은 향후 150불이나 170불을 넘어설지 모른다는 공포에 빠져있다. ‘언어 혹은 담론이 실체를 만들어 낸다’라고 하는 ‘화행 이론(speech act theory)’까지 곁들여져 시장의 불안은 매일 매일 스스로 강화하고 있다.

2020년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했던 석유를 생각해보면 현 상황은 경악스럽다. 셰일의 등장과 쇠퇴과정이란 놀라운 변동성을 생각해보면, 현재의 갑작스러운 변동은 두렵기까지 하다. 친환경 정책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 정책의 이 변덕스러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도 결국 인간 생활에는 급소이기 때문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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