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17)-부위정경(扶危定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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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17)-부위정경(扶危定傾)
  • 강신업
  • 승인 2021.06.1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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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윤석열의 대권 도전이 가시화되었다. 그의 출사표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그의 출사 이유는 부위정경(扶危定傾)으로 요약된다. 위기를 불러온 잘못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는 위기다. 나라의 기강과 법도가 무너지고 여기저기서 불의와 불공정이 판을 친다. 기득권층이 공고해지면서 권문세족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특히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각 정권을 창출했던 공신들은 알게 모르게 대한민국의 권문세가가 되었다. 혼맥, 학맥, 지맥 등 각종 인맥과 금력으로 자신들만의 펜트하우스까지 만들었다. 일부 기득권층은 심지어 부(富)의 세습은 물론 권력 세습까지 공공연히 획책하면서 대한민국이 급기야 신분사회로 전환되는 조짐마저 일고 있다. 성공이라는 결과물이 국민 개인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한 가정이나 가문의 힘으로 주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그 징표다. 가령 청년세대만 해도 보통 그들을 하나로 묶어 마치 청년이라는 집단이 같은 처지, 같은 상황에 있는 것처럼 일반화하지만 사실 그들의 운명은 그의 부모와 조무모의 권력이나 재력에 따라 너무도 다른 삶의 궤적을 그리게 된다.

잘못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 재건축 수준의 대대적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재조산하(再造山河)의 자세로 권력과 금력의 독과점 구조를 깨야 한다. 더는 정치가 권력투쟁 수준에 머물러 있게 해서는 안 된다. 권력투쟁을 정책경쟁으로 바꾸는 정치개혁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신진 정책 세력들이 대거 국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치의 독과점 구조를 깨는 법과 제도의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정치의 초점을 권력투쟁에서 국가경영으로, 정치 주체를 기득권 운동권 세력에서 신진 정책 세력으로 키우는 정당 및 선거제도 개혁도 필요하다.

다만, 명심할 일은 국가개혁은 나라를 새로운 질서로 재편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막스 베버는 ‘정치란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이라고 했다. 설령 개혁이 아무리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담더라도, 사람들의 생각은 현재에 충격을 주는 모든 행위에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에 개혁에 방어적이다. 특히 기득권층은 그들이 누리던 특권을 지키기 위해 개혁에 매우 강하게 저항한다. 그러므로 개혁주도자들은 열정뿐 아니라 명확한 비전을 국민과 공유해야 하고 최고 권력자의 위세를 빌어 반대자를 강압적으로 억누르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먼저 설득을 통해 모든 주체가 개혁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고, 특히 불가역적 개혁을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바꾸는 제도개혁을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개혁에는 반드시 총체적인 전략과 지혜가 필요하다.

개혁이 실패하는 원인은 권력자가 개혁을 특정한 정치적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삼기 때문이다. 정치란, 근본적으로 대립과 갈등을 선포하는 것으로서, 합의보다는 갈등 요소를 강하게 지니는 분열 행위이기 때문에 지도자가 개혁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 수단으로 삼게 되면 필히 나라와 국민은 분열된다. 그 때문에 공자는 노나라의 권력자인 계강자가 정치의 참뜻을 묻자 “정치는 올바르게 하는 것이다. 그대 자신부터 바르게 한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으랴”(政者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라고 했다. 정치는 결국 개인의 이익이 아닌 전체의 이익을 위해 바르게 해야 정치의 속성인 분열을 막고 국리민복이라는 근원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정치가 바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국가는 총과 칼, 그리고 교도소를 가진 특혜 받은 유일한 집단, 즉 물리적 폭력의 사용을 독점하는 공동체인 까닭에 정치가 바르지 않으면 권력자가 권력 남용의 유혹에 빠져 권력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폭력으로 이용해 국가와 국민을 피폐와 도탄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정치의 본령을 정확히 이해하고 법도와 기강이 무너져버린 이 나라를 구하는 데 신명을 다 바쳐야 한다. 그 방법은 오로지 국민을 믿고 국민을 바라보며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것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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