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도입 취지 살릴 변호사시험 개선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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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도입 취지 살릴 변호사시험 개선방안은?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1.04.13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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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출제 등 상시적 연구·관리하는 전문기관 필요
“지식이 아닌 추론 능력 검증하는 문제 확대해야”
로스쿨 재학연수 연장·선택형 분리 등 방안 제안돼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로스쿨을 도입한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변호사시험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지난 12일 ‘변호사시험 제도의 바람직한 개선방안’ 심포지엄을 열고 로스쿨의 교육과정, 변호사시험의 출제방향부터 시행·운영 방식을 아우르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로스쿨제도는 시험을 통해 법조인을 선발하는 것이 아닌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법조인양성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이를 통해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을 다수 배출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고비용, 학벌, 나이 등 로스쿨 진학 단계에서의 진입장벽과 3년의 기간 동안 방대한 법학 이론과 실무를 모두 익혀야 하는 부담, 변호사시험의 저조한 합격률 등으로 인해 로스쿨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변호사시험 준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당초 로스쿨을 도입한 취지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지난 12일 ‘변호사시험 제도의 바람직한 개선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지난 12일 ‘변호사시험 제도의 바람직한 개선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중 특히 변호사시험은 로스쿨에서 무엇을 어떻게 교육하고 학습해야 하는지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인으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변호사시험을 로스쿨을 도입한 취지에 맞게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판례 중심 암기 위주 출제 벗어나야…최소한의 역량 검증할 변별력 문제 없어”

주제발표를 맡은 천경훈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현행 변호사시험의 내용과 성과, 문제점을 검토하고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소개했다.

천 교수는 현행 변호사시험이 시행 방식 측면에서 일정과 분량 모두 과도한 부담이 되며 로스쿨 제도를 통해 양성하고자 하는 법조인의 역량을 검증하는 데 적절치 못하다고 봤다. 그는 “현행 변호사시험은 사법시험 1차에서 평가했던 선택형, 사법시험 2차에서 평가한 사례형, 사법연수원 1년차 시험에서 평가했던 기록형을 한꺼번에 나흘 동안 치르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4일간 치러지는 변호사시험은 20시간 50분이 소요되며 이 중 선택형으로 155문제를 4시간 20분간 치르고 사례형은 9문제를 9시간 30분간, 기록형은 3과목을 7시간 동안 치른다. 사례형은 9문제가 다시 소문항으로 나뉘어 실질적으로는 50문제 가량을 풀어야 한다. 기록형 시험을 별도로 치르지 않는 일본의 사법시험과 시험일정과 시간이 2일간 12시간에 그치는 미국 뉴욕주의 변호사시험에 비해 수험 부담이 크다.

유형별로는 선택형의 경우 법리와 실무에 정통한 법률가도 진술만을 읽어서는 정오를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고 사례형은 융합형의 외관을 취하려다 소문항이 많아지고 지문이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문제가 지적됐다. 기록형의 경우 사례형과 차이가 모호하고 로스쿨 졸업생들이 다루게 될 분야의 방대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천 교수는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행 변호사시험을 통해 도출되는 평가결과가 상당히 정확하고 정규 교육과정에서의 학업 성과와 높은 동조 현상을 보이는 점, 압축적 교육과정과 압박적 변호사시험의 존재로 인해 학생들은 지식습득, 교수들은 연구와 강의 측면에서 성취동기가 되는 점은 긍정적 효과로 평가했다.

다만 문제은행 형태의 출제 방식에서 오는 한계로서 이번 제10회 변호사시험 공법 기록형 문제 유출과 같이 공정성 문제가 우려되고 문제은행에 의지 않고 합숙 후 창작하는 경우 판결요지 의존형 출제가 되는 등이 문제점으로 언급됐다. 이에 천 교수는 “평소에도 출제의 방향과 문제의 구성을 연구하고 문제 풀을 형성·관리하는 인력과 조직이 필요하다”며 “법학적성시험 및 변호사시험 모의시험 출제경험이 누적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출제 경향과 관련해서는 선택형, 사례형, 기록형을 가리지 않고 지나치게 판례에 경도되고 있는 점, 피상적 암기 위주의 출제, 실제 소송실무와 다른 기록형 시험의 한계 등이 문제점으로 언급됐다.

이와 관련해 천 교수는 근본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있으면 잡다한 지식을 암기하지 않고도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고 기본판례를 활용하는 방안, 중요 쟁점의 경우 반복 출제를 허용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선택형의 경우 지식이 아닌 추론을 묻는 등 옳은 것, 틀린 것을 고르는 현재의 문제 형태를 벗어나는 새로운 문제 유형을 개발하고 사례형은 쟁점과 소문항을 축소하고 쟁점 제시형 대신 쟁점발견형으로 출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록형은 비중과 형식 자체에 대한 재검토로 시작해 쟁점을 간소화하고 변호사실무에 부합하는 서면을 작성하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외에도 방대한 답안을 수기로 작성하는 방식을 컴퓨터로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CBT 도입, 선택과목 이수제 도입 등도 변호사시험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천 교수는 이같은 방안에 대해 “변별력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을 예상했다. 그는 “변호사시험은 등수를 매기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변호사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지원자를 걸러내기 위한 시험이므로 설령 지금 수준의 합격률을 유지한다고 하더라고 충분히 하위권을 변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원이 다른 위기 VS 후배들 탄압 멈추라” 변호사 배출 규모 두고 의견 대립도

천 교수가 제안한 개선책 상당수는 대부분의 토론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다만 이동형 영남대 로스쿨 원장은 “일반인들은 변호사라면 당연히 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인식하고 어느 정도의 기초적인 지식만 갖고 있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그런 의미에서 변호사시험에서 세부적인 판례까지 묻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한다”며 다소 상반된 의견을 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로스쿨 교육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선택과목 이수제 도입, 암기형 지식보다 추론능력 검증하는 형태로의 유형 변경, 변호사시험 출제 등을 연구하는 전문기관 도입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로스쿨 교육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선택과목 이수제 도입, 암기형 지식보다 추론능력 검증하는 형태로의 유형 변경, 변호사시험 출제 등을 연구하는 전문기관 도입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또 기록형 개선 방안 및 송무 위주의 편향성에 대한 지적에도 “결국 법적인 문제점을 품고 있는 모든 분석이나 판단은 결국 재판에서의 승소가능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록형을 강화하거나 유지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 원장은 “변호사시험 과목 일변도의 학습편향 같은 문제는 로스쿨 과정이 3년이라는 너무 짧은 기간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에도 기인하지 않나 한다”며 로스쿨을 4년제로 개편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진아 사법연수원 교수는 “평가가 교육을 좌우한다”며 “현행 변호사시험처럼 한정된 문제은행의 풀에서 판례의 결론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된다면 학생들로서는 요약된 자료를 암기하고 학원 강의를 수강해 짧은 시간에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효율적인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평가와 교육의 싱크로율을 높여 충실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변호사시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재판실무강의 컨텐츠가 현재 로스쿨생들의 수요 및 대부분의 장래 법조 직역인 변호사 업무를 수강하는데 필요한 내용을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해 로스쿨 출강 10년, 전국 로스쿨 출강 및 동시평가 6년을 맞아 진지한 성찰 및 평가를 해야 할 시점”이라며 로스쿨에서 이뤄지는 교육에 대한 개편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변호사시험의 중장기적 검토 과제로서는 CBT 도입에 찬성하고 선택형과 사례형, 기록형의 일정을 분리해 치르는 방안, 구술시험 도입 방안 등을 제안했다.

김민규 대한변협 교육이사는 천 교수가 제안한 방안에 대체로 동감한다면서도 변호사시험에 출제하는 판례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과학기술의 발달로 판례검색이 쉬워졌다고 해도 판례를 충분히 알고 있는 게 실무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기본판례에서만 출제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중요하고 기본적인 주제의 출제, 무리한 융합출제 지양, 쟁점발견형 출제, 실무에 부합하는 서면 작성, CBT 도입, 선택과목 이수제에도 동의했고 나아가 변호사를 양성하는 취지에 맞게 변호사실무 교육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대한변협이 로스쿨에 교수를 파견해 변호사실무 과목을 개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선택형 시험을 2학년 여름이나 겨울방학에 P/F제로 분리 실시하는 방안, 로스쿨을 3년 6개월 내지 4년제로 개편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또 김 교육이사는 과잉배출된 변호사들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처우를 받고 있으며 세무사 자동자격부여제 폐지 등 법조유사직역이 변호사를 기존에 했던 업무영역에서 밀어내는 상황 등을 전하며 “법조계는 늘 위기였지만 현재의 위기는 그 전과 차원을 달리한다” 말했다.

사실상 변호사시험 합격자 배출 규모를 감축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되는 김 교육이사의 의견에 대해 양필구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사무총장은 플로어 토론을 통해 “신규변호사의 임금 문제는 변협에서 논의할 문제이지 로스쿨협의회에 와서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고 비판하며 “후배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사회와 시장이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합격자에게 요구하는 역할과 역량은?”

이가영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다양한 경험을 갖춘 사람을 법률가로 양성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게 사법시험 합격자 천 명 시절보다 로스쿨에 들어간 사람들이 더 다양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 느낀 그런 부분에 대한 해결책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 논설위원은 저조한 변호사시험 합격률과 오탈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숫자를 제한할 거라면 로스쿨을 들여올 필요가 없다. 진정 미국식 제도를 도입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아무리 변호사시장이 어렵더라도 변호사 합격자 수를 제한하는 식의 제도는 곤란하다. 수준이 좀 미치지 못하는 변호사가 배출된다고 해도 알아서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변호사 출신 판사 상당수가 메이저 로펌 출신으로 배출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후관예우 문제나 로스쿨 졸업 후 바로 검사가 되는 경우의 실무나 사회적 경험 부족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범준 경향신문 기자는 제도 개선을 위한 여건이 갖춰져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이 기자는 “적잖은 현직 법조인들이 로스쿨 졸업생의 문제점으로 법률지식 부족을 꼽고 있다”며 일본에서 예비시험 합격자들이 시장에서 선호를 받고 이에 따라 학생들도 예비시험에 비중을 두는 사례를 전했다. 그는 “시장이 시험과 학교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시장에서 그런 변화를 원치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송무에 편향되지 않은 교육과 시험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과거 사법연수원 시절에도 사내 변호사, 자문 변호사가 되려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들은 법과대학에 사법시험, 연수원까지 거친 사람들이었지만 송무 변호사 외의 직역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어려웠다”며 “로스쿨에 송무 이외의 분야를 교육할 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준비가 돼 있는지 궁금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용우 참여연대 변호사는 “발제자의 의견에 대체로 동의한다”며 “3가지 유형의 시험이 꼭 다 필요한지, 기록형의 경우 변호사시험 합격 후 6개월간 이뤄지는 실무연수와 연동해 검토가 필요하다. 선택과목 이수제는 기록형도 포함해서 재학중 P/F로 전환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로스쿨에서 어느 수준의 교육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교육기간, 과정 등도 그런 논의 속에서 도출될 수밖에 없다”며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가야 하는데 현실은 본말이 전도됐다. 로스쿨의 교육과정과 위상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학생대표로 참여한 강솔이씨(이화여대 로스쿨 10기)는 로스쿨 준비생과 재학생, 3학년의 입장을 자신과 주변의 경험을 토대로 재구성한 이야기를 통해 현 로스쿨 입시와 교육과정, 변호사시험에 대한 문제점을 표현했다.

강씨가 전한 사례에서는 저조한 변호사시험 합격률로 인해 입시단계에서부터 특성화 보다는 합격률이 높은 로스쿨에 진학하려 하고 정량적 요소를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재학 중에도 변호사시험 준비 과목 위주로 수강하는 문제, 3학년에는 실무 역량이나 법학 실력 향상 보다는 좋은 점수를 받는 수험기술과 요령을 익히고 과도한 공부 부담에 곤란을 겪는 모습이 소개됐다.

강씨는 로스쿨에서 법조 직역이 새롭게 확장될 수 있는 분야를 제시하는 전문화 과목들을 신설하고, 변호사시험에서는 선택형 분리 실시, 사례형의 경우 문항 수를 줄이고 충분히 검토하고 논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 선택과목은 학점이수제로 변경, 변호사시험 출제 및 시험장의 엄정 관리, 합격인원의 사전 공표 등의 방안을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경주 인하대 로스쿨 원장은 현행 변호사시험 제도가 형태는 3년의 로스쿨 교육과정에 대한 무리한 위상 설정에 의한 것으로 분석했다. 로스쿨에서는 기초실력을 다져줌으로써 실무와 이론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위상을 현실화하고 졸업 후에 이뤄지는 변호사 연수제도를 실질화하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이 원장의 판단이다.

아울러 변호사시험 출제를 로스쿨협의회가 법무부로부터 위탁받을 필요성을 제기하며 단계적인 접근 방식을 제안했다. 시험 방식의 개선으로는 선택형시험부터 CBT를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과 합격자 발표시기의 조정 등도 변호사시험의 개선책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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