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투자관점에서 본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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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투자관점에서 본 인도
  • 신희섭
  • 승인 2021.03.0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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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동학’ 개미로 상징화되는 주식 시장의 열풍이 ‘서학’ 개미로 이어진 지 오래다. 전 세계 돈이 모이는 미국시장의 미국 기업들은 이미 대중적이 되었다. 그런데 미국 시장에서 악재들이 일렬로 발맞춰 오고 있다. ‘인플레이션’ 가능성,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국채금리 상승’. 이런 상황에서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지만, 성장할 만큼 한 중국이 아닌 다른 시장을 찾는 이들도 있다.

이때 인도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인도의 빠른 성장이 눈에 띈다. 2021년 2월 1일 인도 재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도 인도 경제성장률은 코로나 사태로 마이너스 7.7%였다. 그러나 2021년 예상 성장률을 11%로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처음으로 인도(7.5%)가 중국 경제성장률(6.8%)을 추월한 이후 인도는 중국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IMF 추산 인도의 2020년 GDP는 2조 5,925억 달러로 세계 6위 규모다. 5위 영국의 2조 6,382억 달러와는 차이가 457억 달러에 불과하다. 2010년 인도 GDP 1조 5379억 달러와 세계순위 10위와 비교해보라!

인도의 동태적인 성장은 같은 기간(2010년과 2020년)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더 생생해진다. 1위 미국 (14조 6,578억 달러 ⇨ 20조 8,072억 달러), 2위 중국 (5조 8,782억 달러 ⇨ 15조 2,221억 달러), 3위 일본 (5조 4,588억 달러 ⇨ 4조 9,105억 달러), 4위 독일 (3조 3,166억 달러⇨ 3조 7,805억 달러), 5위 프랑스 (2조 6,825억 달러 ⇨ 2조 5,514억 달러, 5위에서 7위로 강등), 6위 영국 (2조 2,474억 달러⇨ 2조 6,383억 달러, 6위에서 5위로 상승). 참고로 같은 기간 한국은 1조 70억 달러에서 1조 5,867억 달러로 성장하면서 15위에서 10위로 순위가 껑충 뛰었다.

GDP 지표가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일본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유럽국가들은 지지부진한 상황이고, 미국과 중국은 규모에 의한 체증을 이루었고, 인도는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

만약 인도가 소국 경제인 한국, 대만, 싱가포르의 과거 고도성장률을 유지하면서, 인구 대국 중국처럼 10%에 가까운 성장률을 20년 가까이 이어갈 수 있다면 14억 인구의 인도가 세계 경제에서 일본을 넘어서 3위의 경제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로 중국보다 정치 리스크가 적다.

실제로도 최근 인도에 투자 붐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공장의 생산 설비를 늘리고 있고, 애플과 테슬라도 인도에 투자계획을 확정했다. 인도 최대 기업인 릴라이언스가 정유기업과 통신기업의 주식을 매각하자 페이스북을 비롯한 중동의 국부펀드들도 릴라이언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게다가 세계 정보통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도인들답게 핀테크, 전자상거래, 온라인교육 분야에서 11개나 되는 유니콘 기업이 신생기업으로 100억 달러 이상 투자를 유치했다. 돈이 인도로 몰려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 하나. 미국과 중국에 가려있어 한국에서는 관심을 덜 받는 인도라는 국가는 투자라는 관점에서 매력적일까? 빙고! 드디어 인도를 공부할 충분한 이유를 찾았다.

투자하기에 인도가 매력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정치적 요인이다. 둘째, 인구적 요인으로 인도는 14억 인구의 시장 잠재성을 가졌고, 연간 10만 명 이상 공대생이 배출될 정도의 풍부한 인재 풀이 있다.

‘인구적’ 요인을 먼저 보자. 우선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 중 가장 많은 인구를 자랑한다. 현재는 1인당 국민소득이 2천 불 이하지만 이들의 국민소득이 8천 불 정도 되면 중국만한 경제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미국 IT 기업 근무자의 1/3을 인도인들이 차지할 정도로 인도는 명석한 두뇌를 가진 인재가 많다.

이런 요인들보다 더 주목할 부분이 ‘정치적’ 요인이다. 우선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다. 비민주주의와 비교해 ‘법치주의’에 따른 예측 가능성과 ‘책임추궁성’에 따른 정책 수정 가능성이 높다. 또한, 모디 총리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가 높다. 실제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은 2019년 총선에서 의회 의석 56%를 차지했다. 과거 다당제로 인한 정치불안정성은 이제 많이 낮아졌다.

이렇게 높아진 모디 총리에 대한 지지로 그는 인도 경제의 발목을 잡던 ‘화폐 개혁’과 함께 ‘세제개혁’을 끌어냈다. 2016년 11월 전격적인 화폐 개혁을 통해 기존 화폐를 무력화하면서 시장 내 검은돈을 제거하고 있다. 이에 더해 2017년 통합 세제를 도입하여 그간 중앙정부와 28개의 주 정부들이 각기 따로 운영하던 세제와 관세를 통합하였다. 인도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한 모든 지역마다 다른 세제가 일원화된 것이다.

이에 더해 130만 명이나 되는 인도 군대는 쿠데타를 일으켜 정치판을 뒤집지 않는다. 인도에서는 군사쿠데타를 통한 정권찬탈이 없었다. 군에 대한 민간 우위가 잘 지켜지고 있다. 이는 과거 영국 식민지의 전통이기도 하고, 현재 인도 헌법에 명확히 규정된 탓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도 국방부에는 단 한 명의 현역장교도 근무하지 않는다고 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군에 의한 정치개입과 그에 따른 정책 연속성과 법적 신뢰성의 심각한 파괴와는 대조적이다.

물론 인도에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 기피 순위 전 세계 꼴등이라는 오명이 꽤 오래 지속하여온 이유가 있다. 첫째, 높은 문맹률과 빈곤층이다. 2011년 인구 조사 당시 인도의 식자율은 72.99%였다. 즉 27%의 문맹률과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사는 절대빈곤 층이 2019년 통계로 7천만 명이나 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지표는 인도의 경제 사회적 발전과 함께 점차 개선되고 있다. 둘째, 관료주의와 부정부패다. 독립 이후 네루 정부의 사회주의 정책 시행과 관료제도에 대한 의존도 심화로 아직도 관료주의가 강하다. 인도와 비즈니스 중인 이들이 가장 속 터져 하는 것도 언제 대답할지 모르는 이 관료주의다. 현 모디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등으로 관료주의 색채를 벗기려고 노력 중이다. 셋째, 민족주의의 폭발성이다. 인도는 다신교인 힌두교 국가다. 다른 종교와 타문화에 대해 높은 포용성을 보인 데 비해 ‘인도’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경우 ‘힌두 민족주의’가 되어 다른 종교에 배타적으로 된다. 이것 역시 사회통합정책을 추진하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문화와 관행이라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인도는 세계투자의 1순위 국가가 되고 있다. 인도가 중국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긴 역사 속에서 59개의 종족(ethnie)과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국가를 단 몇 개의 개념만으로 이해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추세는 살펴볼 수 있다. 딱 그 정도로 인도를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중국 성장을 견제하는 데 있어 인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고려하면 대외관계도 안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인도는 투자자들을 더 끌어모을 가능성이 있는 국가다. 그만큼 공부해볼 국가이기도 하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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