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25) / 기다리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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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25) / 기다리는 자세
  • 정명재
  • 승인 2021.02.0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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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서 기다림은 가슴 아리는 일이라 했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라며 말이다. 수험생이라면 원서 접수일을 기다리고, 시험일을 기다리는 것이 숙명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면 가슴을 졸이며 합격 소식을 기다리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많은 일을 경험해야만 했다. 일상의 무탈함은 갑작스러운 사고나 예기치 않은 일들에서 그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다. 곁에 있어서 무심하게 넘긴 하루의 지루함, 별일 없이 마주하는 저녁 식사가 특별한 고마움으로 여겨졌다. 평소에도 몸이 약한 영길이는 병원으로 급하게 가야만 했고, 수술을 받았다. 영길이는 나에게는 각별한 수험생이었으며, 지금도 인연의 끈을 이어가는 합격생이자 나의 벗이다. 그가 아픈 몸을 이끌고 맞이할 하루의 고단함을 잠시라도 함께 했다.

바스락거리는 마른 나뭇잎들이 겨울의 찬바람과 함께 생(生)의 의미를 전하려 한다. 죽은 듯 숨죽이면서도 그들은 겨울을 보내고 맞이할 봄을 땅 저 깊은 곳에서부터 준비하고 있음을 안다. 봄이 되면 햇살 아래 한 줄기 꽃과 푸른 잎으로 다시 나타날 것을 의심치 않는다. 세상의 겨울이 누군가에는 인생의 겨울처럼 시리지만 누구에게나 봄이 존재할 것을 믿고 싶다. 그렇게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소망과 기대를 품고 산다. 하지만 영길이가 넌지시 내게 건넨 말은 명언(名言)이었다. ‘선생님, 저는 살면서 기대라는 것을 품지 않아요. 기대는 늘 실망과 함께 오는 적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미리부터 희망을 품거나 기대를 하지는 않는답니다.’

나는 긍정적이고 매사를 도전적으로 임하는 경향이 있었다. 가끔은 우둔하게도 작은 기대도 품으며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을 미덕(美德)으로 여기기까지 했다. 그렇게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으며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 쉬지 않고 앞으로 걸어야만 했다. 타고난 성격이나 성향의 탓도 있겠지만 쉽게 오는 것은 쉽게 사라지는 것이란 믿음으로 고생과 역경을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타고난 장애를 가졌고 약한 신체를 갖고 있어 의지의 통제력 밖에 있는 존재에는 무기력하다.

오늘은 늦은 시간까지 특강을 진행하였는데 수강생은 고희(古稀)의 수험생과 이순(耳順)의 수험생이었다. 산업안전지도사 시험을 준비하는 두 분과 적잖은 시간을 공부와 인생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은 사회 경험과 경력을 가진 분이셨지만 퇴직을 앞두고 그리고 인생 2막을 위해 야심차게 도전하시는 것이었다. 그간 공무원 수험생들 중에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이 한두 명 계셨지만, 자격증 분야에서는 선생인 나는 막내였다. 배움의 자세를 생각하는 시간이었고 인생의 공부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를 위해 가르치는 입장에서만 공부를 바라보았기에 늦깎이 수험생을 앞에 두고는 겸손과 낮은 자세를 배웠다. 나를 선생님이라 불러 주는 강의실에서는 내가 선생일진 몰라도 그분들은 나의 인생 선배님이기에 예의를 갖춰 그분들의 이야기에 경청하였다. 무언가에 도전하는 나이에는 한계란 없다. 고희(古稀)의 수험생은 말한다. 72세에도 자격증 준비를 하는 형님이 곁에 있어 자극제가 되었다고 말이다.

나를 소개할 때마다 잠시 망설여질 때가 많다. 어느 한 과목의 강사로 인사를 드리기에는 출간한 책과 강의가 다양하기에 애매한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직업은 누군가가 합격하도록 돕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공무원이건, 자격증이건 시험이라는 제도에서 내 역할을 찾아 시험을 연구하고 책을 썼으며 강의를 했던 것이다. 학문이라는 것이 지식의 총합이고 지식이란 것은 인간이 정의하고 정리한 것이란 생각에서 시작한 도전이었다. 대단히 어렵고 복잡한 것은 많지 않을 것이란 결론에 도달한 이후에는 과목의 벽을 허물 수 있었으며 시험이란 제도가 내포한 독특한 특성들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자주 언급했던 말처럼 ‘시험은 기술이다.’로 귀결된 것이다. 지루할 만도 한 수업을 잠시의 흐트러짐 없이 장시간 듣고 귀한 발걸음을 해 주신 수험생 두 분께 경의(敬意)를 전한다.

혼돈에 미증유(未曾有)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이제는 장기전의 양상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민초들의 삶은 겉으론 평화로운 척 하루를 맞이하고 내일을 준비해야만 한다. 정치와 경제, 사회의 어지러운 뉴스에 흔들리는 시대이지만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마음은 시험일정에 고정되어 있다. 합격은 우리가 준비해서 이룰 소망처럼 다가온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시험을 대하는 자세는 기다림의 자세이다. 산업안전지도사 시험일정은 2월의 첫날부터 시작되는 원서접수에서부터 가슴을 쿵쾅거리게 할 것이다. 그리고 공무원 9급 시험 접수일도 2월 21일부터 시작된다. 2월은 결전의 날을 위해 세상에 출사표를 던지는 달이다.
 

시험을 고통스럽고 힘겨운 대상으로 여기지는 말아야 한다. 공부를 하다 보면 알겠지만 화분의 식물에 정성을 기울이는 마음처럼, 매일 같이 물을 주고 들여다보며 안부를 묻는 자세로 책을 가까이 하고 잊을 만하면 들여다보며 관심을 갖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좋을 듯싶다. 처음에는 이러한 일이 귀찮고 성가셔서 화분을 길가에 내 놓을 수도 있겠지만 어느 새 꽃망울을 간직한 작은 희망을 본다면 더욱 정성을 기울일 그대임을 안다. 그때까지 참고 견디며 희망의 작은 망울을 찾아야만 한다.

내게 다시 직업을 택하라고 한다면 지금의 이 일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공부를 하는 일이 무척이나 재미있고 즐거운 삶이었지만 때론 고독하고 정신적으로 피로한 직업임에는 분명하기에 선뜻 권하지는 못할 것 같다. 수험생인 그대에게 공부하는 것이 어떤지를 묻는다면 아마도 그대 역시 같은 답을 내 놓을 것 같다. 수험생으로 살아가는 일이 세상의 모든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등장시킨다 하더라도 힘든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내길 바란다. 처음의 간직한 그 한 마음을 잡고 포기보다는 도전을, 세상의 바람이 그대를 흔들고 괴롭히더라도 처음의 목표를 잊지 말고 한발 한발 내딛는 기다림의 과정을 밟아가길 소망한다. 그리고 수술이 끝난 영길이가 우리 곁으로 돌아와 힘찬 발걸음으로 다시 나타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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