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96)-공수처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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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96)-공수처의 비극
  • 강신업
  • 승인 2021.01.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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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개인이나 조직이나 할 것 없이 그 출생은 매우 중요하다. 출생이 떳떳해야 바르게 성장할 수 있고, 바르게 성장해야 주어진 사명을 감당할 수 있고, 사명을 능히 감당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수처는 성공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할 것이다. 출생부터 정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여야의 합의 속에 탄생한 기관도 아닌데다가 설치의 필요성이나 이유를 두고도 비판이 거세다. 그 탄생에 뭔가 어두운 구석이 있다는 말이다. 정권을 위한 것이라는 말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아 탄핵당하고 감옥에 갈 것이 두려워 친위부대 공수처를 만든 것이라는 말까지 온갖 의심이 무성하다.

대한민국 정부조직의 근본은 헌법이다. 모든 정부 조직은 헌법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공수처는 헌법에 없다. 엄청난 권력을 가진 수사 기관이지만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기관이다. 그래서 현재 헌재 심판대에 올라가 있는 공수처법은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공수처는 소리만 요란한 빈 깡통 신세가 되고 만다.

공수처 자체가 헌법에 없는 이상 공수처장 역시 헌법에 근거가 있을 수 없다. 누가 어떻게 임명하고 어떻게 견제할지 아무것도 나와 있지 않다. 그냥 여당 마음대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해놓았다. 견제 장치는 없다. 공수처 검사도 거대 여당의 입법독재로 여당 입맛에 맞는 법조인을 얼마든지 앉힐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자격 요건이었던 변호사 경력 10년을 7년으로 줄이고 수사·조사 5년 경력도 삭제했다. 얼마든지 친정권 변호사들을 영입해 친위 수사 기구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공수처는 결국 견제 받지 않는 절대 권력이 되었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두었던 야당의 거부권마저 180석 여권이 우격다짐 힘으로 삭제하면서 집권 여당이 ‘수사 독재’를 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린 것이다. 이제 문재인 정권은 공수처를 통해 임기 말의 레임덕을 방지하려 들 것이다. 공수처는 검찰·경찰을 비롯한 수사 기관으로부터 진행 중인 수사 사건을 이첩할 것을 요구할 수 있어 당장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라임·옵티머스 사태, 원전 비리 사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 권력형 게이트 수사를 원천 봉쇄하려 들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그렇게 공수처를 정권 수사 방패막이로 삼는 동시에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탄압의 속도를 높이려 할 것이다. 가령 공직선거법으로 기소되기에 십상인 정치인들을 대거 수사 대상에 올려 야당 탄압을 할 수도 있다.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 유형도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피의사실공표, 공무상비밀누설, 뇌물 등 다양하므로 정권에 반대하는 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데도 제격이다.

공수처는 고위 관료나 정치인의 비리나 범죄만 수사하는 기관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수사를 명목으로 고위급 관료나 정치인들의 삶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것은 매우 중대한 문제다. 근본 없는 권력기관이 어떤 일을 벌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친위수사기관 공수처가 청와대와 여당의 하명수사기구가 되어 무소불위 사찰기구가 될 가능성은 그래서 크다. 게다가 여당은 야당의 비토권까지 무력화시켜가며 기어코 자신의 사람을 공수처장에 앉혔다. 그것만으로도 의도가 충분히 불순하다.

사실 어쩌면 공수처의 비극은 이미 예정돼 있다. 정통성 없는 탄생에도 불구하고, 공수처 프로듀서들의 불순한 의도와 시도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권력 수사기관으로 자리 잡는다면 그것은 기적이다. 공수처의 비극을 얼마나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는 상당 부분 초대 공수처장에 달렸다. 그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비극이 상당 부분 감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초대 공수처장은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공수처가 정권의 꼭두각시가 되어 헌법을 무력화시키고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려는 독재기구 노릇을 한다면 공수처는 물론 공수처장 역시 만고에 더러운 이름 석 자를 남기게 될 것이다.

비극을 막을 수 없다면 더 큰 비극은 막아야 한다. 그것은 공수처의 비극이 국민의 비극이 되는 일만은 절대 없게 하는 일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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