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515)-21대 총선, 의미와 향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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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515)-21대 총선, 의미와 향후
  • 신희섭
  • 승인 2020.04.1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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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br>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2020년 4월 15일. ‘코로나 총선’이 있었다. 누군가는 승리의 기쁨이고 누군가는 패배의 아픔일 것이다. 받아들이는 마음이야 어쨌든 유권자들의 선택은 이루어졌고 결과도 나왔다. 4월 16일 오전 8시.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는 아직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차원에서 이번 선거의 의미는 집어볼 수 있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위해 4가지로 구분하여 21대 총선의 의미를 살펴본다.

첫째, 유권자와 관련된 부분이다. 유권자 측에서 볼 것들은 여러 가지다. 세부적인 첫 번째 의미는 투표율의 상승이다. 21대 총선의 투표율은 66.2%로 1992년 14대 총선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여기서 잠깐! 민주화 이후 추세를 보자. 13대 총선 75.8%. 14대 총선 71.9%. 15대 총선 63.9%. 16대 총선 57.2%. 17대 60.6%. 18대 46.1%. 19대 54.2%. 20대 58.0%. 70%대를 넘었던 민주화 정초선거(founding election: 토대를 만드는 선거)인 13대 선거와 14대 총선 이후 낮아진 투표율 추세에서 이번 선거는 꽤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투표율상승에 대한 해석은 좀 복잡하다. 첫 번째 해석. 사전투표율이다. 높은 사전투표율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투표장에 가는 것을 꺼림칙하게 만드는 효과를 누른 것으로 보인다.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것은 혹 상대진영에 표가 쏠린 것은 아닌지 또는 우리 진영에 한 표라도 더 주어야겠다는 ‘투표 견인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이틀에 걸친 사전투표율은 26.69%로 역대 최고치이자 2017년 대선의 26.06%보다 높았다. 물론 향후 사전투표가 ‘본 선거’에 대한 ‘견인 효과(pulling effect)’로 작용할지, 유권자를 낙담하게 하거나 선거 관심을 줄이는 ‘걸림돌 효과(prevention effect)’로 작동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 해석. 의석수의 결과와 연결한 투표율상승이다.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유권자들의 자발적 선택으로 전체 의석의 3/5이나 되는 180석을 확보했다. 표를 민주당에 몰아준 것이다. 그럼 민주당이 잘한 것에 대한 보상일까? 그렇지 않다. 정당이 아닌 대통령을 필두로 한 정부가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달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세부적인 두 번째 의미는 ‘18세 유권자’이다. 아직 선관위의 공식발표가 없어 18세 유권자의 투표율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18세가 투표를 하게 되었다. 물론 18세 유권자는 54만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1.2%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이 어느 정도로 투표에 참여하였는지는 향후 청소년에 대한 정치교육을 방향과 관련해 중요하다.

둘째, 정부와 관련된 부분이다. 이번 선거는 ‘놀라운 선거(stunning election)’에 가깝다. 민주화 이후 이렇게 정부 여당이 후한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민주화가 된 1987년 이후 한국은 다당제가 일상화되면서 ‘분점 정부’가 빈번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지역구에서만 163석을 확보했다.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17석까지 합치면 180석이고, 범여권이라고 칭하는 열린민주당의 3석을 더하면 183석이나 된다.

이 결과의 의미는 단순하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당은 전면에 없었다. 그저 ‘정권 안정’과 ‘정권 심판’만이 선거를 지배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로 볼 수 있다. 2017년 이후의 부동산정책, 소득주도성장정책, 교육정책, 대북정책, ‘대미-대중-대일’정책에 대한 ‘회고적 평가’는 이번 선거에서 중요하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임기를 잘해달라는 ‘전망적 평가’가 더 작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전망적 평가는 미래가 장밋빛이란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생활에 대한 불안과 미래에 대한 암울함을 해결해달라는 SOS 구조신호다. 믿을 데라고는 정부밖에 남지 않은 많은 유권자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향후 한국 정치를 더욱 ‘인물 중심’과 ‘대통령 중심’으로 향하게 할 것이다. 총선과 지방선거의 의석수가 전적으로 대통령에 의해 규정되면 될수록 한국 정치에서 정당은 점차 사라져갈 것이다. 국회 같은 다른 정치 제도들의 영향력도 더욱 부차적으로 될 것이다. 결국, 한국 정치는 대통령 자리를 두고 생사를 가르는 투쟁이 될 것이다. 원심적 정치의 강화. 이것이 정치적 안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높은 지지의 이면이다.

셋째, 정당체계(party system)와 관련된 부분이다. 이번 선거로 ‘다당제’ 경쟁은 ‘패권적 양당제’로 변모했다, 국회선진화법(중요법안 처리 전체 의사 정족수 3/5)을 넘어설 수 있는 압도적 의석의 민주당과 103석만으로 여당을 견제해야 하는 미래통합당의 양당제. 6석의 정의당. 3석의 국민의 당. 무소속 5석은 모두 합쳐도 14석에 불과하다. 열린 민주당 3석을 합쳐봐야 17석뿐이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 당이 제3당으로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앞으로 거대 여당 민주당에 대한 다른 정당들의 장외투쟁이 불을 보듯 하다.

선거 때마다 한국 정당은 양당제와 다당제 사이를 오간다. 유럽에서 몇 십 년에 걸친 ‘정당재편(party realignment)’이 한국에서는 4년에 한 번씩 일어난다. 취약한 정당제도화의 방증이다. 유권자들의 이념적 변화나 선호 변화가 더디고 정당들이 이를 반영한다면, 정당체계는 점진적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국 정당들은 이념과 선호에 큰 중심축이 없다. 선거 때마다 바뀌는 당명교체와 의원들의 합종연횡이 대표적인 예다.

당직자 중에는 정당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구조적으로 볼 때 한국 정당은 여전히 위성처럼 대통령이란 인물의 중심 궤도를 돌고 있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도 드러난 지역주의와 이념대결은 정당체계의 원심성을 강화할 것이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원심적 정당체계. 이번 선거 이후 한국 정치가 넘어야 할 거대한 파고(波高)다.

넷째, 선거제도의 변화와 관련된 부분이다. 이번 선거의 결과로 볼 때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결국 소수정당들에 별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역대 최고인 35개의 정당이 이번 선거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실제 의석은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19석)과 더불어시민당(17석)이 47석 중 36석을 가져갔다.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의 성적표는 그동안 선거제도개편을 외쳤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다음 총선에서 다시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수정당을 배려하는 또 다른 선거제도를 “발명”해낼 것이다. 이번처럼 복잡한 제도도 가져다 사용했는데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나!

선거는 끝났다. 견제보다는 대통령 지지를 선택한 것이 선거의 결과다. 한편 정당과 선거는 제도적 힘이 약화하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도를 확인하였을지언정 한국 정치는 향후 대통령과 대선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될 것이다. 모든 선거가 그렇듯이 명이 있으면 암도 있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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