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84): 감사할 일이 많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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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84): 감사할 일이 많을 뿐이다
  • 정명재
  • 승인 2020.04.1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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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 시험합격 8관왕 강사)

내일이면 영길이는 병원으로 간다.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고 그동안의 고통을 조금 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원해 본다. 영길이는 나의 제자이면서 어쩌면 나를 지켜봐 주던 천사 같은 아이였다. 노량진에서 만난 수험생들 중 유일하게 아직까지도 연락이 닿고 가끔 얼굴을 마주하며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사이. 합격을 하고 작년부터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었다. 불편한 몸을 지녔지만 단 한 번도 불평과 불만이 없다. 언제나 웃음과 여유를 가지고 있지만 그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신체적인 고통이 늘 따랐다. 작은 키, 조금은 야윈 다리를 가졌고 불편한 허리를 가졌다. 하지만 나에게 그는 천사의 모습 그 자체였다. 작은 거인이었다.
 

낮은 곳에 임하면서도 남들을 배려하며 남들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저마다 자신의 불편과 어려움을 최고의 고통으로 삼는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임하며 사람들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진다면 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워지리라. 작은 통증에도 어쩔 줄 모르며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불행하고 어렵다 아우성친다. 노량진에서 만난 이들은 대체로 수험생이었으며 그 주변의 인물들이었다. 가진 것도 많지 않았고 지식이 뛰어나지도 않아 늘 소박한 꿈 하나, 공무원이 되어서 조금은 안정적으로 살아가려는 꿈을 이루려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늘 떨어지고 아파하며 갈 곳을 몰라 헤매는 수험생들의 모습과 이를 지켜보는 부모님들을 만났다. 시험이 뭐 길래? 사람의 성격이 변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조차 바꾸어 놓기도 한다. 긍정보다는 부정으로, 확신보다는 의심으로 말이다. 시험이 던지는 의미를 합격과 불합격의 잣대로 이분법 하여 합격하지 못한 것을 죄악시 하는 태도마저 보인다. 잘못되었다. 누구에게나 시련은 닥치기 마련이고 단지 그 과정에서 만나 이겨내고 견뎌내야 할 시간이란 생각을 해 보자. 한 번 웃으면 한 번은 울어야 할 때도 오는 것이 맞다. 언제나 승리자가 되어야 하고, 언제나 행복해야 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지고, 때로는 이겨라. 이것이 살아가는 과정이고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인 것처럼 말이다.

“The world is moved not only by the mighty shoves of the heroes, but also by the aggregate of the tiny pushes of each honest worker.”

“세상은 영웅들의 거대한 추진력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성실한 일꾼들의 조그만 추진력이 합쳐져서도 움직인다.” (헬렌 켈러, Helen Keller, 1880~1968)

세상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볼 수는 있으나 비전이 없는 사람이다. 하나의 행복이 닫히면, 다른 하나가 열린다. 하지만 우리는 닫힌 문을 바라보느라 우리에게 열린 새로운 문을 보지 못한다.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고도 그녀는 용기를 잃거나 좌절하지 않았고 오히려 세상에 빛을 주고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이들의 흠집과 비난거리를 찾아 헤매곤 한다. 나보다 강한 자와 나보다 많이 가진 자들을 힐난하기 바쁘다. 그리고 나보다 약한 자들의 슬픔을 위로하기는커녕 비아냥거리고 조롱거리로 만들기에 바쁘다.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타인을 비교하고 타인을 평가하기도 한다. 커피 타임에도, 저녁 타임에도 쉼 없이 남들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욕하거나 손가락질 할 때, 흔히 둘째손가락을 펴서 상대방을 가리킨다. 그대는 그 의미를 생각해 보았는가? 손가락질 할 때 그대의 오른손을 보라! 둘째손가락을 펴서 상대를 가리킬 때, 엄지손가락도 역시 상대를 가리킨다. 그런데 그때 나머지 세 손가락은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가? 자기 자신을 가리키고 있다. 내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두 가지 지적할 때, 나에게는 세 가지의 잘못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마라.

선거열기가 뜨겁고 저마다의 시각으로 상대방을 비난하기 바쁜 요즈음이다. 누가 옳고 누구 그른지를 논하기 전에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펼치는 세상이 돼야 한다. 남을 힐난하고 조롱하며 희열(喜悅)을 부추기는 분위기가 아니라, 세상을 밝고 건실하게 만들어가야 할 인재(人才)가 필요한 때이다. 대한민국 공무원으로 살아가고자 청운의 꿈을 간직한 그대라면 세상을 바라보며 바람직한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낱 시험성적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의 승패가 갈리지만 그대의 진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과 세상을 품는 그 포부에 따라 더 높이 그리고 더 멀리 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 하지 않았던가? 격을 높이는 대화와 품격을 갖춘 그대의 가치관을 듣는다면 그대를 대하는 민원인과 그대와 함께 일할 직원들도 행복할 것이다.

가끔은 생각한다. 오로지 지식에만 파묻히고 따뜻한 온기를 지니지 못한 수험생들이 아주 많다고. 민간 기업에서 오로지 영리를 추구하고 사익(私益)의 극대화에 몰두하는 직업이 아니다. 공무원이 된다는 것은 대한민국과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이야기할 때 대표선수가 바로 여러분이 되어야 한다. 영길이는 장애직으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조직에서 누(累)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일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을 갖추었고 민원인을 대할 때면 자신의 가족을 대하듯 친절하고 상냥했다. 나는 그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이었는지를 안다. 영길이가 가끔 들려준 마음속 이야기가 있다. “저는 기대라는 걸 해본 적이 없어요. 늘 세상은 제 기대와는 다른 적이 참 많았거든요. 기대가 있으면 실망이 늘 따라오곤 했어요. 그래서 무슨 일을 할 때마다 기대라는 걸 품지는 않아요.”

영길이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잘 끝나기를 바라며 매일 기도를 해야겠다. 책을 쓰기 위해 매일 밤을 새울 때면 늦게까지 내 곁에서 힘이 되어 주던 아이였다. 그가 없어도 그 존재감과 생각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때, 우리 혹은 타인의 삶에 어떤 기적이 나타나는지 아무도 모른다. 헬렌 켈러는 “절대로 고개를 숙이지 마라. 고개를 치켜들고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라.”며 힘주어 말한다.

그리고 평소에 영길이도 늘 그렇게 씩씩하게 살아왔다. 5년이 넘는 동안 한 명의 수험생만이 유일하게 내 기억에서 따뜻한 모닥불을 피운다. 바람은 차고 때론 세찬 폭풍우처럼 밀어닥치기도 하지만 눈을 지그시 감고 기억을 떠올려 보면 언제나 온기가 느껴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 그리고 어머니. 그 다음 한두 명의 사람이 더 그대 곁에 있다면 그대는 행복한 사람이리라. 고맙고 감사할 것이 많은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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