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27)-참 정치와 무실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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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27)-참 정치와 무실역행
  • 강신업
  • 승인 2019.08.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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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그저 살아가는 것’은 인간의 삶이 아니다. 인간의 삶은 ‘인간답게 사는 것’이고 ‘선하고 바르게 사는 것’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근본적 특징은 바로 ‘선(善)과 정(正)’의 윤리성에 있다. 따라서 이 윤리성에 의해 뒷받침 되지 않는 삶은 참삶이라 부를 수 없다.

참삶은 거짓되고 위선적인 삶의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참세상을 이루는 동력이다. 참세상은 다시 참삶을 낳으므로 참삶과 참세상은 선순환관계에 있는데, 이런 선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장치가 다름 아닌 참 정치다. 참 정치에 의해 인간 사회는 비로소 질서와 안녕을 얻게 되고 인간 각자는 선과 바름이라는 윤리성을 획득하게 된다. 선(善)이나 정(正)이 비록 많은 부분 이미 인간에게 주어져 있다 해도 세상이 타락하고 부패하면 인간 각자는 그 긍정적 형질을 유지하기 어렵다. 사실 인간과 사회는 정치와 불가분적 의존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까닭에 참 정치는 참삶과 참세상의 전제조건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정치가 부패하면 시민 각자의 참삶과 참세상 구현은 불가능하다.

세상의 부패를 척결하는 방법은 부패한 정치를 대상으로 정치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패정치 쇄신을 위한 정치행위는 필연적으로 국가의 실질적 주인인 시민정신의 고양과 정화를 선결적으로 요구하게 된다. 시민 각자가 깨어있지 않고는 부패한 정치의 개혁은커녕 오히려 부패한 정치에 오염될 수 있다. 부패 정치 쇄신을 위해서는 시민 각자가 고양된 시민윤리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 윤리로 삼을만한 것이 무실역행 사상이다. ‘무실(務實)’이란 ‘실(實)’을 힘쓰자는 뜻이고 ‘역행(力行)’은 ‘행(行)’을 힘쓰자는 것이니, 결국 무실역행은 공리(空理)와 공론(空論)을 배척하는 것이고 거짓과 위선에 자리를 내주지 않는 것이다. 행위의 준칙을 상황논리가 아닌 원리와 원칙, 도덕과 양심에 두는 것이다.

무실역행은 사실 막스 베버의 정치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독일의 사상가 막스 베버(Max Weber)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참 정치가가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로 열정, 책임의식, 균형감각을 들었는데, 따지고 보면 무실역행 속에는 위 막스 베버가 말하는 정치인의 자질이 모두 들어있다. 열정은 대의에 대한 충직한 헌신을 뜻하는데, 권력 추구를 본질로 하는 정치세계에서 정치가가 대의에 대한 전적인 헌신을 목표로 하지 않을 경우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책임의식이 필요한 이유는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가의 열정이 책임의식으로 통제되고 조절되지 않으면 지극히 파괴적이거나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균형감각은 책임의식을 단련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질로 정치가가 권력 허영에 빠지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순전히 권력 그 자체를 숭배하는 행위는 정치를 왜곡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에 균형감각에 의해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베버가 말하는 정치가의 자질은 ‘비성(非誠)이면 무성(無成)’이라 하여 성(誠)을 마음의 근본자세로 삼는 무실역행의 윤리를 따를 때 자연스럽게 갖춰진다.

한편 베버는 소명의식을 가진 직업정치인이 되기 위해선 정치와 윤리 문제를 바르게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인간윤리의 원칙을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로 나누고, 정치가는 신념윤리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반드시 책임윤리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기서 베버가 정치인의 자질로 특히 책임윤리를 강조한 것은 신념윤리가 신념의 실현이 가져올 결과를 도외시한 채 신념의 실현 자체에 집착하는데 반해 책임윤리는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를 마땅히 책임지겠다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책임윤리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정치는 허영과 위선, 거짓과 기만의 정치가 되기 쉽다. 결국 베버가 말하는 정치인의 윤리는 신념에 따른 결과도출에 대해 책임질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매사에, 시작과 끝에 있어 오로지 성(誠)을 추구하는 무실역행 사상과 그 맥을 같이한다.

참삶을 위해, 참세상을 위해 참정치가 필요하다. 참정치는 무실역행의 정치다. 그것이 또한 막스 베버가 말하는 소명의 정치다. 우리 대한민국에 하루빨리 무실역행의 정치, 소명의 정치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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