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터키의 지정학과 한반도: 터키의 러시아무기 구입은 어떻게 한국정부에 부담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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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터키의 지정학과 한반도: 터키의 러시아무기 구입은 어떻게 한국정부에 부담이 되는가?
  • 신희섭
  • 승인 2019.07.1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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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지정학’과 ‘쓰리 쿠션.’ 터키와 한반도를 연결시키는 두 가지 키워드다. 갑자기 웬 터키? 그리고 웬 터키와 한반도?

터키와 한국은 ‘형제의 나라’와 ‘월드컵 3,4위 결정전’말고는 잘 연결되지 않는 조합이다. 그런데 최근 터키가 한반도와 연결되고 있다. 지금부터 그 연결고리를 설명해보겠다.

터키가 연일 뉴스 면에 오르고 있다. 아주 작은 지면으로. 터키는 한국에게 ‘형제의 나라’라지만 사실 한국은 터키에 별 관심이 없다. 터키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는 매체들이 없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터키가 이슈가 된 것은 러시아제 S-400이라는 미사일방어체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기술적인 차원이다. 터키가 러시아제 방어무기체계를 도입하면 미국에서 구매하기로 한 F-35 스텔스기와 운용체계가 충돌한다. 무기의 피아 구분을 위해서는 미국산 F-35 스텔스기와 러시아산 S-400을 연동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가장 앞선 스텔스기술이 러시아로 흘러들어갈 수 있고 이는 러시아의 방어력 강화와 미국의 제공권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전략적인 차원이다. 터키의 이런 행동은 미 패권에 대한 도전이다. 이 부분이 현재 터키이슈의 핵심이다. 즉 터키가 동맹국가인 미국을 배신하고 러시아에 한발 걸치는 것이다. 일명 헤징(hedgeing)전략. 그리고 이 전략의 핵심에는 지정학이 있다.

지정학적인 차원에서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위치에 있는 말 그대로 전략적인 요충지이다. 한번만 지도를 펴보면 왜 터키가 중요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터키의 보스포러스 해협은 유럽과 아시아의 구분선이다. 게다가 이 해협은 과거 소련의 유일한 부동항인 세바스토폴 항에서 소련 군함이 나갈 수 있는 하나뿐인 길목이다.

터키의 지정학은 역사적이다. 터키의 보스포러스 해협과 다르다넬스 해협은 19세기와 20세기 초 영국이 러시아 남하를 견제한 길목이었다. 그리고 냉전시기 미국은 영국의 역할을 이어받았다. 냉전기 트루만 독트린. 쿠바 미사일위기. 모두 터키와 관련되어있다.

터키의 지정학은 다른 지표로도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터키는 NATO회원국이지만 유럽 연합(EU)구성원은 아니다. 즉 유럽에게 터키는 안보차원에선 Yes 경제차원에선 No인 것이다.

이 사단의 시작은 이렇다. 터키가 1990년대 말 미국으로부터 스텔스기를 도입하고 유럽에 배치될 스텔스기를 공동 생산하기로 하고는 2018년에 와서 러시아제 방공무기를 들여놓겠다고 미국을 협박한 것이다. 그리고 2019년 7월 13일 터키는 실제 러시아 미사일을 도입했다.

그런데 왜 이게 한반도에 문제가 되는가! 당구의 쓰리 쿠션 논리를 빌려오면 ‘터키 ⇨ 미국 ⇨ 북한과 일본 ⇨ 대한민국’이 된다.

세부적인 논리를 보자. 패권국가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는 터키가 지정학 쿠션의 시작이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외교카드로 헷징을 꺼내들었다. 그는 최근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터키의 경제난을 극복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2019년 6월 23일 이스탄불 시장선거에서 야당에게 패하기까지 했다. 지난 25년간 자신의 정치 텃밭이었던 이스탄불에서 패한 것은 에르도안의 정치적 리더십이 끝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략가이자 모험가인 에로도안은 히든카드로 미-러 간 ‘양다리 걸치기’전략을 꺼내든 것이다. 그에게 이번 사안은 다목적카드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과 경제 지원확보. 부분적 반미를 통한 국내지지 결집. 쿠르드족의 국가건설 문제에 대한 강경한 입장표명. 미국의 이스라엘정책에 대한 거부.

미국의 제재를 받을 것이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에르도안이 러시아무기를 도입하는 강수를 두는 것은 터키의 지정학이 ‘꽃놀이 패’기 때문이다. 미국은 터키에 제재를 가할 것이다. 하지만 터키가 NATO를 떠날 정도로 강한 제재를 부과하지는 못할 것이다. 터키가 없으면 러시아의 군사적 확장에 대처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중동의 시아파국가들인 이란, 이라크, 시리아 문제를 관리하기 어렵다. 터키의 오른편 위쪽에 있는 조지아나 아르메니아를 관리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만약 70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터키의 재래식 군대가 미국과 NATO의 반대편에 선다면 이것 역시 미국에는 커다란 부담이다.

또한 터키는 러시아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최근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푸틴은 ‘강한 러시아’를 강조하면서 민족주의를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어렵게 크림반도를 병합한 러시아가 지중해로 나가기 위해서는 터키와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그럼 미국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트럼프행정부는 패권강화를 통해서 미국의 국익을 지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런 미국에게 중국, 이란, 베네수엘라, 북한이라는 외교적 도전이 있다. 여기에 비민주주의 국가지만 믿을만했던 터키가 등에 칼을 꽂겠다고 나선 것이다.

패권국가의 ‘명예’ 뿐 아니라 중대한 ‘이익’까지 도전받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을 기획해야 한다. 벌려놓은 외교적 사안들 중에서 몇 개는 정리가 되어야 내년 대선에서 외교적 공세에 대처할 수 있다. 그런데 터키는 유럽과 연결된 중요한 국가이다. 독자적인 위협구사로 미국에 도전하는 북한과 결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는 유럽의 지도자들은 터키문제를 이슈화해서 미국 대선에 간접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그럴수록 조만간 해법을 찾기 어려운 북한 비핵화는 미국외교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다.

미국은 터키를 버릴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냥 둘 수도 없다. 트럼프대통령은 적당한 선에서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끝을 볼 것이다. 이후 미국은 더 믿을 만한 동맹 파트너들과 국제질서를 관리하는 제도화에 나설 것이다. 유럽에서는 영국이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그 파트너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어정쩡한 입장의 한국 보다는 확고한 입장의 일본과 관계를 강화할 것이다. 2015년 미일방위협력지침의 개정이후 끈끈한 미일관계는 더욱 밀착될 것이다.

미국에게 북한 문제가 외교적 후순위로 밀릴수록, 일본과의 동맹이 강화될수록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더 좁아진다. 북한도 이것을 잘 안다. 그래서 최근 대한민국정부에게 “중재자나 촉진자 따위 언급하지 말고 실제 당사자로 행동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 의지를 더 강하게 불태우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외교보다는 국내정치에 관심이 많다. 이것이 제일 걱정이다.

지리는 연결되어 있다. 저 먼 ‘형제의 나라’가 이제 대한민국에게 의도하지 않게 부담을 주고 있다. 3쿠션의 지정학. 대한민국에게 지정학적 전략이 절실한 이유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베리타스 법학원 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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