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도입 2009년 이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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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도입 2009년 이후로
  • 법률저널
  • 승인 2006.07.0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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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 학생, 혼란 가중

 

2008년 개원을 목표로 진행되던 로스쿨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해 도입 시기가 2009년 3월로 1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로스쿨 유치를 목적으로 로스쿨 인가기준안을 맞추기 위해 인원과 시설 투자에 온 힘을 쏟았던 대학들은 일정이 늦춰지는 것에 대해 불만스런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08년 로스쿨 개원을 기정사실화 하고 로스쿨 입학 준비를 염두에 두던 수험생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편, 지방선거 이후에 국회의 세력변화와 더불어 계속 로스쿨 설치 법률안이 지지부진하자 로스쿨이 정말 도입될까하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게다가 로스쿨 도입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사시생들도 이참에 로스쿨 도입을 저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로스쿨 유치에 집중했던 대학들은 당장 실제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교수 1인당 학생수 12인 이하, 실무경험이 있는 교수가 일정 비율을 차지해야 하는 인가기준안에 맞춰 각 대학들은 교수 충원에 박차를 가해왔다.


올 초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로스쿨을 준비 중인 4년제 대학은 모두 38개 대학이며 로스쿨 설립을 위해 투입한 비용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모두 2천9백억여원, 신규 채용한 교원 수는 지난해 말까지 모두 2백94명이다.


이들 대학은 로스쿨 도입이 연기되면서 잉여 교수와 시설의 관리 부담을 떠안게 됐으며 대학 내 다른 계열의 곱지 않은 시선과 학생들의 혼란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이미 충원한 실무가 출신 교수들의 수업일정을 채우는 것도 어려운 과제로 남았다.


반면 1년 연기가 좀 더 내실을 기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상대적으로 로스쿨 추진이 늦었던 지방대학들은 여유가 생겨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정원문제 등 법률안에서 구체적이지 못했던 부분이 1년이라는 기간 동안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제시되었다.


로스쿨 논의가 시작된 후로 직장인들 가운데 몇몇은 새롭게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터져 나온 연기 소식을 접하고 대부분은 일단 각자의 직분에 충실하자며 실망의 기색을 내비치며 한 발 물러섰다.


한 로스쿨 준비생은 “정부여당이 매끄럽지 못한 입법과정으로 로스쿨을 둘러싼 각계의 혼란만 가중시켰고 한나라당도 로스쿨에 대한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거대 야당으로서의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이번 연기가 양당의 무책임함에서 비롯됐다고 비난했다.


로스쿨 도입이 연기되자 로스쿨 무산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불거지고 있다. 대학교수들은 그동안 정치권의 갈등으로 여러 번 법률안 통과가 지연되었다는 점을 들면서 1년 늦춰지는 게 아니라 그 이상 연기되거나 아예 도입 자체가 무산되는게 아닌가 하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로스쿨 도입을 반대해 왔던 사시생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 홈페이지를 방문해 교육위 의원들에게 로스쿨의 부당성을 알리자며 로스쿨 도입반대를 부추기는 내용의 글과 노무현 정권 말기 ‘레임덕’ 현상에 휘말려 로스쿨이 무산될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을 포함한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로스쿨 논의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로스쿨 도입을 반대해 ‘법학교육정상화추진협의회’를 꾸려 활동하고 있는 경찰대 이관희 교수는 “로스쿨에 대한 문제의식에 많은 실무자들이 공감했다. 국회 통과도 되기 전에 로스쿨 도입 절차를 먼저 진행하는 것은 정부의 일종의 협박이다. 이 기회에 로스쿨의 본질적인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며 로스쿨이 아닌 법과대학 정상화 방안에 더욱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로스쿨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학교육 개혁을 위한 전국교수연합’도 조만간 대책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집행위원장인 김민배 인하대 법대학장은 “로스쿨을 둘러싸고 두 가지 흐름이 있는 듯하다. 무산론쪽과 늦더라도 가자는 쪽인데 이제까지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정부는 제대로 듣지 않고 있다”며 “열린 자세를 갖지 않으면 앞으로 큰 어려움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로스쿨로 가는 배가 부침을 계속하다 암초에 걸렸다. 앞으로의 항로도 그리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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