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지마-예금보험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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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예금보험공사
  • 한상영
  • 승인 2006.06.0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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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경제 이야기>

 

한상영 변호사 법무법인 유일/dyream@chol.com


얼마 전에 과거 새한종합금융주식회사에서 함께 근무하였던 옛 직장 동료들 40여명 정도가 회사가 소재하였던 근처 식당에 모여 저녁 식사를 같이 하였던 적이 있다. 1997년도 말에 발생한 IMF사태로 인해 새한종합금융주식회사가 1998년도에 최종 부도 처리됨으로써, 회사에 근무하던 직원들이 제각기 뿔뿔이 흩어져 저마다 다른 직장을 얻어 열심히 근무하다가,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어서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참석한 직장 동료들 중에는 다시 외국계 은행이나 국내은행, 증권회사, 선물회사, 자산운용회사 등 다양한 금융업종으로 진출한 경우가 많아서, 이런 모임을 통하여 금융업무 전반에 관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유익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모임 장소 바로 근처에는 실질적으로 새한종합금융주식회사의 파산 및 청산과정을 주도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Korea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 )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직장 동료들 가운데는 아직도 청산법인으로 존속중인 새한종합금융주식회사에서 예금보험공사의 위탁업무를 담당하면서 새한종합금융주식회사의 최후(?)를 끝까지 책임지고 있는 분들도 계셨다.


새한종합금융주식회사가 예금보험공사와 관련을 갖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회사가 IMF사태로 경영부실에 빠지자, 당시 회사의 수신상품(CMA, 발행어음, 표지어음, CP매출, 수익증권 등)에 예금하였던 예금자(채권자)에게 예금보험공사가 새한종합금융주식회사(채무자)를 대위하여 예금채무를 대위변제 하면서부터 비롯되었다.


예금보험공사는 새한종합금융주식회사에 예금지급불능이라는 보험사고가 발생하자 예금자보호법 제31조(보험금등의 지급)에 의하여 예금자에게 대위변제형식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또한 금융감독위원회가 새한종합금융회사에 대한 경영실사를 통해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14조(행정처분)에 의하여 새한종합금융주식회사에 대해 종합금융업 영업인가를 취소하였는데, 이후 예금채무에 대한 대위변제자인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15조(청산인 또는 파산관재인) 에 의하여 새한종합금융주식회사의 파산 및 청산절차를 담당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예금보험공사의 통상적인 종합금융회사 정리과정을 보면, 예금자보호법 제36조(정리금융기관의 설립 등)에 의하여 예금보험공사는 부실금융기관 정리를 위해 정리금융기관인 “한아름종합금융주식회사”라는 가교 종금사(Bridge Company: 부실화된 종합금융회사를 최종 청산시키기 전에 가교 종금사를 설립하여 부실 종합금융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이전받게 하고, 본래의 종합금융주식회사는 자산과 부채가 없는 명목상의 법인격만 존재하게 함)를 설립하여, 사실상 가교 종금사를 통하여 종합금융주식회사의 청산업무를 수행하였다.


사실 말이 좋아 “한아름”이지 종합금융주식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노력과 수고의 결정체인 영업성과들을 고스란히 “한웅큼” 한아름종합금융주식회사에 이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한아름”이 그렇게 아름답게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금보험공사가 은행, 증권, 보험 등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는 방법에는 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에 따르면 크게 출자(주식취득), 출연(무상증여), 인수합병(M&A), 영업양도, 계약의 이전,  대출, 부실채권 매입 등의 방식이 이용되었는데, 이 중 종합금융주식회사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가교종금사를 통한 계약이전방식에 의하여 정리되었다.


계약이전은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10조(적기시정조치) 제8호에 의하면 “예금, 대출 등 금융거래에 관련된 계약의 이전”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계약이전 방식은 금융기관의 예금계약, 대여금계약 등을 계약당사자만을 변경하고, 다른 내용은 변함없이 부실금융기관에서 인수금융기관으로 그대로 이전함으로써, 기존 채권채무의 존속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계약이전 방식은 회사의 재무적 측면에서 보면 자산부채 이전 ( P&A : Purchase and Assumption)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P&A방식에 의해 종합금융주식회사의 대차대조표(Balance Sheet)상의 자산계정과 부채계정에 계상된 각 항목들은 위 가교 종금사인 한아름종합금융주식회사에 모두 이전되었고, 종합금융주식회사는 자산과 부채가 없는 명목상의 법인격만 남게 되고, 자산과 부채를 이전 받은 한아름종합금융주식회사가 사실상 자산의 회수업무와 부채의 지급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이러한 P&A방식은 회사 자체의 인수가 아니라 단지 BS상 자산부채의 인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인수합병(M&A)과는 달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고, 정리대상 금융기관의 직원에 대한 고용승계부담도 없어서 금융기관 구조조정시에 많이 활용되었다. IMF이후 새한종합금융주식회사를 포함한 수많은 부실 금융기관들이 예금보험공사라는 기구를 통하여 위와 같은 구조조정의 뼈아픈 과정을 거쳤다.


생각해보면, 예금보험공사의 본연의 임무는 회사명칭 그대로 “예금자를 위한 보험기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예금자보호법 제1조 및 제4조에는 예금보험공사는 본래 금융기관이 파산 등의 사유로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하여 예금보험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예금자를 보호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자본 특수법인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IMF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예금자 보호는 그 시발점일 뿐, 사실은 예금보험공사가 정부를 대신하여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라는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금융권력기관으로서의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이제 금융기관 구조조정도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서 역으로 예금보험공사자체의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가 온 것 같다. 최근 언론이나 연구기관에서도 예금보험공사에 대하여 금융기관 구조조정 업무로 비대해진 인력의 감축이나, 금융리스크 분석과 같은 사전적 예방기능 중심으로의 업무방향 전환 필요성에 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부실금융기관들에 대해 구조조정의 메스를 가해왔던 예금보험공사! 이제 그 구조조정의 칼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로 올 때는 되지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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