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부자들만의 잔칫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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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부자들만의 잔칫상?
  • 최창귀
  • 승인 2006.05.0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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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귀 서울시립대 법정대학 법학부 교수

 
로스쿨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로스쿨에 대하여 이해당사자들로서는 주로 정원과 설치대학 그리고 인가권 및 취소권에만 관심을 둔다. 그렇다보니 정작 중요한 문제 하나가 뒷전으로 밀려 있다. 가난한 사람에 대한 대책이 그것이다.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로스쿨을 나오지 않고 변호사나 판검사가 되는 것을 아예 혹은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 예정임을 의미한다. 만일 향후 정해질 시험관계 법률에서 로스쿨을 나오지 않고서도 변호사 자격시험이나 판검사 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하고 오로지 그 시험성적만으로 당락을 결정한다면 로스쿨 제도 도입의 의미가 사라져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로스쿨을 다니려면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로스쿨의 비싼 학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형편이 안 되는 경우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이에 대하여 현재의 로스쿨 법안은 '로스쿨에는 장학제도를 두어야 한다'와 '국가는 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라는 원론적인 규정만 두고 있다.


변호사나 판검사가 되는 데에 로스쿨 졸업장이 필요하게 만드는 것에는 간과할 수 없는 헌법적 문제가 있다. 변호사는 논외로 하더라도 판검사가 되는 것은 국민의 공무담임권에 해당하며 국민이 공무를 담당함에 있어 학력에 의해 차별하는 것은 헌법위반의 소지가 있다. 누구나 지적능력만 되면 로스쿨을 다닐 수 있게 한다면 모르나, 지적능력에 더하여 돈이 있어야만 로스쿨을 다닐 수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그 기회의 봉쇄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의과대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을 나와야만 의사고시를 치를 수 있게 하는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문제다. 판검사와 달리 의사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론적인 규정이라도 두었으니 되지 않았느냐고 이 중대한 문제를 피해가려 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정도의 규정으로는 로스쿨에서 설정하는 장학제도나 국가의 재정지원이 가난한 이들도 학비 걱정 없이 로스쿨에 지원할 수 있는 정도가 될 것이라는 아무런 보장이 없으며, 현실적으로 여태까지 각 대학의 장학제도나 국가의 지원정도에 비추어 보면 앞날은 뻔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법안에서 적어도 정원의 몇 퍼센트를 학비전액면제 장학생으로 할 것인지, 각 대학이 장학금으로 인한 결손을 다른 학생의 부담으로 전가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등록금 액수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이를 위하여 정부는 소요재정의 몇 퍼센트를 보조할 것인지 그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서 법안을 보고 가난한 사람도 얼마든지 로스쿨에 다닐 수 있겠다고 수긍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다. 만일 이러한 장치 없이 장학제도의 구체적 내용을 대학의 자율에 맡겨버리며 국가의 재정지원의 정도도 나중에 알아서 하라고 해버린다면, 결국 가난한 사람은 로스쿨을 절대 꿈꿀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로스쿨 법안에서 막상 나중에 정해도 그만인 로스쿨의 전임교원수나 실무가비율은 세세히 챙겨 규정하면서,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인 장학제도나 국가의 재정지원 문제는 추상적 장식적 규정만으로 어물쩍 넘어가고 있으니 심히 우려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변호사 되고 판검사 되어 잘 먹고 잘 살 사람들을 위하여 왜 국가가 돈을 써야 하며 다른 더 중요한 학문분야에도 장학금 혜택이 제대로 없는데 왜 로스쿨 학생에게만 전액면제 장학금을 받는 학생의 최소한의 비율이라도 정해야 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돌려 생각해보자. 굳이 헌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오로지 돈 있는 집 자식들만이 변호사와 판검사가 될 수 있는 세상이라면 너무나 끔찍하지 않은가. 법안 관계자들의 각성과 로스쿨 법안의 수정 보완을 촉구한다.  /본 칼럼은 뉴스메이커에 게재되었던 글로 뉴스메이커와 필자의 양해를 얻어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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