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피난처( Tax H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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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피난처( Tax Haven)
  • 한상영
  • 승인 2006.04.1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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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경제이야기>

 

한상영 변호사 법무법인 유일/dyream@chol.com
                                         

지금으로부터 벌써 약 10년 전 무렵의 일이다.


당시 새한종합금융주식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을 때, 마침 나에게 금융연수원에 가서 금융업무를 연수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금융연수원은 경복궁 뒤의 삼청동 공원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일과에  바쁘고 직장생활에 피곤을 느끼는 직장인에겐 금융연수원에서 연수받는 기간은 편안한 휴식의 시간이자 재충전의 시간이기도 하였다.


점심시간에는 식사후 다른 금융기관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삼청동 공원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다.


당시 수강 과목은 국제금융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어느 교수가 SPC(Special Purpose Company: 세금 등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하여 특수목적으로 설립된 형식상의 회사로서, 일종의 Paper Company임)와 Tax Haven(조세피난처)에 관하여 강의를 하였다.

 

사실 이때 처음으로 “헤이븐”이라는 용어를 접하였는데, 나는 그때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Haven을 우리가 흔히 아는 Heaven이라는 단어로 착각하였다. 사전을 찾아보면  Haven은 ‘항구’ 또는 ‘피난처’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단어인 Heaven 역시 ‘천국’이라는 의미로서 어떤 의미에서는 ‘피난처’와 일맥상통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Tax Haven이란 조세부담을 합법적으로 회피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있는 세계의 특정지역을 말한다. 조세피난처에서는 법인세, 개인소득세를 전혀 부과하지 않거나 매우 낮은 세율을 부과하고 회사설립, 외국환 업무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 조세피난처에 설립되는 법인은 일반적으로 독자적인 사업장이나 인적 조직이 없이 단지 서류상의 Paper Company로서만 존재한다.

 

조세피난처도 그 정도여부에 따라 각종 세금부담이 전혀 없는 Tax Paradise, 국외소득이 면세되는 Tax Shelter, 특정 법인세나 사업소득만 면세되는 Tax resort등 3가지로 분류된다.

 

OECD는 2000년 6월 “Progress on Identifying and Eliminating Harmful Tax Practices"라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35개 조세피난처에 해당하는 국가의 명단을 공표하였는데, OECD가 조세피난처로 지정하는 기준은 세금이 전혀 없거나 명목적인 세금만을 유지하는 곳으로서, 정보교환이 결여된 지역인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위 기준에 따라 조세피난처로 공표된 곳으로서, 중남미 지역은 그레나다, 도미니카, 바하마, 파나마 등 17개국이 포함되어 있고, 유럽지역은 모나코, 지브롤터, 리히텐슈타인 등 7개국이, 남태평양 지역은 통가, 사모아, 마샬군도 등 7개국이, 아프리카 등 지역은 몰디브, 바레인 등 4개국이 지정되었다.

 

위의 명단을 살펴보면 조세피난처라는 곳은 대부분 섬나라이거나 이름도 잘 알 수 없는 조그만 군소 국가인데, 대륙 본토의 경우 세법이나 상법, 외국환규제법등이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위의 군소 국가들이 조세피난처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제조세 조정에 관한 법률” 제4장(조세피난처의 법인소득에 관한 과세조정) 제17조에서 “조세피난처”를 “법인의 실제발생소득의 전부 또는 상당부분에 대하여 조세를 부과하지 아니하거나 그 법인의 부담세액이 100분의 15이하인 국가나 지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세피난처를 국내기업이나 외국기업들은 세금을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기업의 한 예를 들어보자.


한국의 甲기업이 자금이 풍부하여 이를 국내에서 대출자금으로 활용하여 국내에서 이자수입을 얻을 경우에는 국내 세법상 이자소득세를 물어야 하나, 위의 조세피난처에 형식상의 乙회사(Paper Company)를 설립하여 乙 회사에 위 자금을 송금한 후, 乙회사가 국내에 대출을 실행하면 조세피난처에서는 이자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乙회사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경우는 외국기업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A기업이 우리나라에 직접 주식투자를 할 경우,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주식양도차익에 대하여는 한국과 미국간 이중과세방지협약에  따른 거주지국 과세주의원칙(소득이 발생한 나라에서 과세하도록 하는 “원천지국 과세주의”에 대립되는 개념으로, 기업이 소재하는 거주지국에서 과세하는 주의)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고 A기업의 거주국인 미국에서만 미국정부에 세금을 납부하면 된다.

 

그런데, 이 A기업이 조세피난처에 형식상의 B회사(Paper Company)를 설립하여, 이 B회사가 우리나라에 주식투자를 하여 주식양도차익이 발생할 경우에는, B회사가 소재한 조세피난처에서 주식양도차익에 대하여 세금을 납부하여야 하나(우리나라와 조세피난처 국가간에도 이중과세방지협약이 체결되어 있어 B회사의 거주지국인 조세피난처 국가에서 과세권을 가지는 경우가 많음), 조세피난처에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 통상이므로, B회사는 우리나라, 미국, 조세피난처 그 어디에서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조세피난처의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OECD를 비롯하여 각국은 지금 협의를 계속하고 있는 바, 멀지 않아 좋은 해결책이 나오리라고 기대한다.

 

Tax haven(헤이븐)! 사실은 Tax heaven(헤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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