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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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6.03.3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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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벼룩의 간을 빼먹는 대인들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500여명이 지난 28일 삼성전자 광주 공장 앞에서 기습파업시위를 열일곱 시간 벌린 후에 자진해산하였다. 그들이 내세운 파업투쟁 명목은 최근 광주 삼성전자의 운송대행업체인 극동컨테이너가 일방적으로 51명의 조합원에 대하여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을 철회하라는 것과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나치게 낮은 화물운송료를 인상하여 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광주 삼성전자 상품에 대한 운송계약은 기사들과 극동컨테이너가 맺었고, 극동컨테이너는 삼성전자 로지텍(삼성전자 물류를 총괄하는 법인으로 삼성전자와는 별도의 법인이다)과 물류계약을 맺은 것이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화물연대의 요구조건에 협상당사자로 나서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눈 감고 아웅하는 식이다. 

 

같은 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주은 글로비스주식회사 사장을 구속하였다. 그에 대한 구속영장에 적시된 범죄사실은 실제 운송한 화물차보다 많은 화물차가 운행한 것처럼 하여 운송료를 과다지급처리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실제 지급한 화물수송료보다 많은 화물수송료를 지급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하여 비자금을 마련하고, 이 비자금 일부를 로비스트인 김재록씨에게 지급하여 현대자동차 주식회사 계열의 건설인허가로비자금으로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글로비스주식회사는 현대자동차 및 기아자동차 주식회사 기업군의 모든 상품에 대한 수송업무를 전담하는 물류회사로서 위 회사들의 비자금조성을 하기에 가장 용이한 회사로 사실상 현대자동차 계열의 숨은 자금줄 역할을 해온 회사이다.


비슷한 시기에 화물연대 소속의 화물차 운전자들은 낮은 운송료 책정으로 적자에 허덕인다고 아우성이고, 대한민국의 대표기업으로 세계적으로 브랜드를 자랑하는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체가 세운 물류회사는 가공의 화물운송료를 분식하는 불법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여 또 다른 불법적인 인허가를 위한 로비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벼룩의 간을 빼먹는 세상이로구나 하는 한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은 지금보다 조금 의젓해지면 안 될까? 왜 계속하여 물욕에 사로잡혀 불법을 저지르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것일까? 조금 적게 벌더라도, 화물운송업자들에게 적정한 화물운송료를 지급하고, 하청업체에게 올바른 원가계산에 바탕한 물품대금을 지급하여, 그들이 조금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국가 전체의 사회 안정망을 구축하는데 앞장설 수는 없는 것일까? 거인들의 행태가 어떻게 보면 시정잡배보다 더 추잡하고 비열한 모습들을 수시로 접하면서 느끼는 소회이다.


인도의 성인이라 불리는 마하트마 간디는 그의 자서전 “진리를 찾아서”에서 “진실을 찾아나가는 방법은 어렵고도 쉽다. 오만한 자에게는 한없이 어렵겠지만 천진한 어린이에게는 아주 쉬워 보일 것이다. 진실을 찾는 사람은 스스로 흙보다도 더 겸손해야 한다. 세상 사람은 흙을 발로 짓밟지만 진실을 찾는 사람은 흙에 짓밟힐 만큼 겸손해져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비로소 진리를 엿보게 될 것이다.”라고 갈파하고 있다. 진리를 찾아가는 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세계에도 진리는 존재한다. 정당한 이윤을 남기고, 정당한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고, 정당한 물품 대금을 지급하고, 정당한 세금을 내고...... 이렇게 함으로써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상생의 덕목을 살릴 수가 있다. 상대 기업이 함께 발전해갈 때 서로 경쟁하며 서로 의지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데, 대한민국의 대기업은 하청업체를 착취하고, 노동자를 착취하고, 협력업체를 착취하여 자신들의 배불리기에만 급급하고, 말라 죽어가는 자들을 구태여 외면한다. 그리고는 고사상태에 빠지게 되면 손쉽게 다른 거래처로 고개를 돌린다. 줄지어 서서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말이다. 흙에 짓밟힐 만큼 겸손하기는커녕 자신들에게 이익을 안겨다 주는 수많은 협력자들을 흙처럼 짓밟고 있으니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엠에프가 우리에게 안겨준 가장 큰 시련은 이윤추구의 극대화라는 잘못된 가치관이다. 물론 이윤의 극대화를 도모하는 것은 기업을 하는 입장, 아니 세계화를 살아가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절대절명의 명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정신을 망각한 채 혼자 살아남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은 종말에는 모두 함께 죽을 수밖에 없는 불행으로의 지름길이 되고 만다.


로비스트 김재록씨는 투자컨설팅 대가로 받은 돈을 불법로비로 몰아가는 것에 대하여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그가 받은 돈을 그의 사업체의 운영범위 내에서 사용하였다면 정당하겠지만 해당공무원이나 유관기관이나 정관계 인사들에게 건넸다면 이는 불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 삼성과 현대의 화물차관련업체에 대한 현상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제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설 수 있는 대기업의 의젓한 모습을 보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데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밟히는 흙이 되겠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베풀고 사는 참된 대인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나 따위는 수백 명이 망해도 진실은 이겨야 한다.”라는 마하트마 간디의 한 마디 말을 사족으로 붙인다. 나 따위는 망해도 진실은 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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