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변호사의 하루(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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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 변호사의 하루(17)
  • 법률저널
  • 승인 2005.09.2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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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 and Challenge as a Lawfirm Lawyer-

 

조우성 변호사(wsj@lawyers.co.kr)/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업계의 최근 동향을 심층적으로 취재한 책(제목 : ‘변호사 해? 말어?’)이 화제가 되길래 사서 읽어보았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있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내용도 있어서 심각한 표정으로 2시간 만에 책을 다 읽었다.


개업 3년차 변호사인데도 억대 빚더미 위에 올라있다는 둥, 2달 동안 단 1건의 사건도 수임하지 못한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가 직원들 월급을 마련하지 못해 사채까지 빌렸다는 둥, 온통 우울한 얘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법시험만 합격하면 화려한 미래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안정된 수입과 품위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던 예비 법조인들이 이 책을 보면, 아마 ‘과연 내가 사법시험을 쳐? 말어?’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 책의 저자들은 그러면서도 ‘그래도 변호사는 괜찮은 직업이다’라는 다소 격려하는 듯한 논조로 글을 맺고 있다. 하지만, 이미 잔뜩 주눅이 든 독자가 저자의 결론에 선뜻 동의할 것 같지는 않았다.

 

나 역시 2년 전부터 사법연수원에 가서 2년차 연수생들 중 바로 변호사 개업을 할 연수생들을 상대로 ‘변호사 실무’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아직 젊은 나이에 연수원 강의를 하게 되어 황송스러웠는데, 또 한편으로는 젊은 변호사가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실감나게 전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솔직 담백하게 변호사 업계의 현황과 향후 미래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점점 경쟁이 치열해 지는 변호사 업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덕목이 필요할까? 많은 변호사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처방을 내놓는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처방은 지극히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의뢰인에 대한 애정과 사건에 대한 열정’이다. 너무도 평범한 처방 같지만, 로펌 9년차인 나는 단연 위 덕목이야 말로 변호사에게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조금의 의심도 갖지 않는다. 내가 겪었던 경험이 이를 바로 말해주고 있으니까.

 

재판을 준비하면서 수시로 의뢰인을 불러서 회의하고, 향후 대책을 의논하고, 재판정에서는 의뢰인의 권리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심정적으로 힘들어 있는 의뢰인에게 따뜻한 격려 한마디를 건네 주는 변호사는 어디를 가든 환영받게 마련이다.


이는 단순히 성실해서만 될 일이 아니고 의뢰인에 대한 애정과 사건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물론 의뢰인에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정당성이 부족한 사건은 아무래도 그런 열정과 애정이 생겨나질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애정을 줄 만한 의뢰인과 열정을 발산할 만한 사건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변호사의 복(福)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은 사건 말고 좀 큰 사건이 필요한데...’라면서 작은 사건들을 등한히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작은 사건을 가지고 오는 의뢰인이 나중에 큰 사건을 갖고 오는 법이다. 그 의뢰인이 직접 큰 사건을 가지고 오지 않더라도, 큰 사건의 주인공을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다.


변호사에게 감동을 받은 의뢰인은 그 때부터 그 변호사의 ‘무급(無給)사무장’이 된다. 그 의뢰인은 자기 주위 사람들 중에서 법률적인 문제가 있으면, ‘00변호사라고 내가 잘 아는데, 아주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야. 내가 소개해 줄께’라고 적극적으로 영업을 해준다.


변호사는 ‘입소문’ 비즈니스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직업이다. 대대적으로 광고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아주는 ‘브랜드’를 갖지 못했다면, 결국 한 명의 의뢰인이 또 다른 의뢰인을 불러오는 ‘구전마케팅’이 가장 실효성이 있다.

 

실제로 대형 로펌의 온실 속에서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고상한 변호사들보다, 소형 규모의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의뢰인과 살을 부대끼며 헌신적으로 일하는 친구 변호사들이 훨씬 더 탄탄한 의뢰인 pool을 갖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친구들과 의뢰인의 관계는 대형 로펌 변호사들과 의뢰인 사이의 형식적인 관계를 완전히 뛰어 넘는 끈끈한 관계다. 분명 차이가 있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변호사는 전문직종답게 계속적으로 전문적인 실력을 쌓아야만 한다. 미국에서 엄청나게 잘나가는 ‘왁텔’이라는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로스쿨에서 강의를 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여러분들이 변호사가 되었을 경우, 고문회사의 이사회에 참석해서, 이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슈에 대해 판례와 교과서를 뒤적이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즉답을 할 수 있는 실력을 항상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저는 지금도 그런 상태입니다.” 당시 그 변호사님의 연세는 75세였다고 한다. 자극이 되는 말씀이다.

 

변호사 시장이 점점 힘들어진다고 하지만 ‘New Generation’, 젊은 피가 흐르는 멋진 변호사들은 아직 변호사 시장에 많지 않다. 변호사 업계에는 바로 그와 같은 멋진 변호사들이 아직 별로 많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아주 앞서가는’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변호사 해? 말어?’가 아니고 ‘변호사 제대로 해? 말어?’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물론 답은 정해져 있다. ‘변호사, 할려면 제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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