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로스쿨도입보다 법과대학을 정상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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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로스쿨도입보다 법과대학을 정상화해야
  • 법률저널
  • 승인 2005.07.0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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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로스쿨의 마법에 걸린 것 같다. 로스쿨은 과연 한국 법학교육의 난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로스쿨이 도입되면 진정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목표로 하는 양질의 법적 서비스 제공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조인 양성이 이뤄질 것인가. 그러나 현실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많은 문제점이 잠재돼 있고 지나치게 모험적이고 무모한 것이다.


첫째, 가난한 자는 로스쿨에 입학하기 어렵다. 로스쿨은 많은 전임교수 확보와 법학전문도서관·모의법정 등 물적 시설의 구축 및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래서 미국은 3만 달러 정도, 일본은 100만 엔 내지 150만 엔 정도의 연간 학비가 든다. 우리도 비슷한 수준이 된다면 3년 동안 4000만원이 넘는 엄청난 학비가 예상된다. 그렇다고 정부 재정으로 지원한다면 그것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극히 일부 계층만 고급 공부를 시키는 셈이니 받아들이기 어렵다. 부자에게만 문을 열어 주는 '돈스쿨', 가난한 자에게 높은 장벽을 쌓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예고한다.


둘째, 질 높은 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 로스쿨 3년은 법률이론 공부하기도 부족하다. 더군다나 실무까지 익힌다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사법연수원까지 없애버리면 법과대학 4년의 이론교육과 사법연수원 2년의 실무교육을 합친 6년의 지금의 교육을 로스쿨 3년 동안 허겁지겁 다 마쳐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로스쿨은 이론과 실무 어느 쪽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질 낮은 법조인만 양산하는 교육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 미국의 로스쿨도 3년간은 사실상 이론만을 습득하고 있다. 우리의 로스쿨은 사법개혁의 완성이 아니라 개악과 퇴보를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


셋째, 국제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 세계무역기구 자유경쟁 체제에서 노사관계, 국제금융·국제거래·증권분쟁, 파산 등의 21세기 사회분쟁 해결을 위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전문법조인은 변호사가 된 뒤 10년 이상의 실무과정에서 배양된다. 이론을 익히기도 부족한 3년의 로스쿨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은 기대하기 어렵다. 법조전문화 문제는 기존 변호사 영역에서 로펌을 중심으로 아니면 개인변호사 스스로 투자해서 시장경제에 따라 해결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넷째, 변호사 수의 대량 증가는 국민의 법률 비용 부담 증가를 초래한다. 사법연수원 수료자(연간 1000명)를 수용하기도 힘든 상태에서 변호사를 대량 배출한다면 법률시장은 과도한 공급상태가 되고 변호사들의 변리사. 법무사 영역을 침범하는 등 공급의 확대는 결국 사회적으로 새로운 부작용을 만들어 내게 된다. 미국은 1950년대 초 로스쿨을 도입해 50여 년 시행하는 과정에서 징벌적 배상제도, 집단소송 등 새로운 제도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졌다. 법률 비용의 증대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귀속된다. 의료시장에서 의사의 대량 배출이 의료수가를 낮추지 못하고 결국 의료비를 두 배 이상 부담시킨 우리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다. 미국은 지금 엄청난 법률비용 때문에 변호사 망국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다섯째, 대학교육의 정상화도 기대하기 힘들다. 로스쿨이 시행된다면 학생들은 로스쿨 입학을 위해 적성과 학문연구를 외면한 채 입학과 졸업이 쉬운 학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증가해 대학교육이 전공과 무관하게 파행에 이룰 것이며 필시 대학의 '로스쿨 학원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 역시 파행적인 입시교육인 것이다.


여섯째. 학부에서 4년간 법과대학을 졸업한 우수한 학생들이 로스쿨에 다시 입학하여 처음부터 비전공자들과 함께 법학교육을 다시 받아야 하므로 교육이 중복되어 사회적으로 큰 낭비이며 로스쿨 교육현장 분위기도 엉망이 될 것이 뻔하다.


일곱째, 로스쿨 수료생에게만 변호사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법과대학 졸업생에게는 응시자격을 박탈한다면 이는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로스쿨이 도입됨으로 해서 로스쿨로 전환되지 않은 수많은 나머지 법과대학은 결국 퇴출 되어 법치주의 후퇴로 귀결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로스쿨은 미국 제도를 흉내낸 '무늬만 로스쿨'이 될 것이다. 2004년 4월 로스쿨을 개교한 일본은 교수들의 능력 부족, 질문과 응답의 단순한 강의방식, 판례분석 정도에 불과한 강의 내용, 지원자 수 급감 등의 문제로 벌써부터 실패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는 올 9월까지 법률안을 마련해 국회에 상정한다는 계획인데 그 촉박한 일정 때문에 자칫 사법제도의 대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그 결과는 대학교육이 파행으로 치닫고 입시제도에 대혼란을 초래할 것이 뻔한 것이다. 벌써부터 법과대학 학생들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로스쿨 도입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으며 안티 인터넷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수십년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기네들 실정에 맞추어 시행되고 있는 외국(로스쿨은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시행)의 로스쿨제도를 모방하여 도입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법과대학 교육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고 정상화하는 것에 포인트를 맞추는 것이 우리실정에 맞는 정책인 것이며 우리의 대입제도 취지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현재의 문제점을 약간만 보완해도 경쟁력 있는 법조인 양성과 대학교육을 정상화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판을 뒤집어서 로스쿨 3년 교육으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거라는 생각은 대단히 모험적이며 우리나라와 근본적으로 국민정서와 교육정책의 틀이 다른 외국의 로스쿨제도 도입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을 뿐더러 대입제도의 근간을 뿌리 체 뒤흔드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인 것이다.


건설적인 논의보다는 정치적으로 변질된 로스쿨은 전면 백지화되어야 하며 로스쿨로 학생을 바꾸려 할 것이 아니라 법과대학 교육방법과 내용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여부다. 현재 법체제를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없이 무조건 로스쿨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추후에 두고두고 국민들의 원성을 살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로스쿨도입을 전면 백지화하고 법과대학을 정상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현명하리라 확신한다. /법대생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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