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09)-당쟁과 파쟁, 그 불길한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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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09)-당쟁과 파쟁, 그 불길한 그림자
  • 강신업
  • 승인 2019.04.2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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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한국 정치에 다시 당쟁과 파쟁의 불길한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극한 대립과 적개심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부·여당 대 야당의 대결은 물론 야당 대 야당 대립, 나아가 당내 파벌 간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제부터 총선까지 한국 정치는 시계제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국회는 멈춰서고 아무 것도 되는 것이 없을 것이다.

정부·여당과 자유한국당의 대립은 비등점을 향해 치닫는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를 ‘좌파독재 정부’로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좌파정당 간 연합을 통한 ‘좌파독재 장기집권’ 시나리오로 보고 결사저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미 국회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했고 주말 광화문 규탄대회를 여는 등 장외투쟁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황교안 대표가 페이스북에 “이제는 투쟁밖에 없다. 싸워 이길 때까지 목숨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고 밝힌 것을 보면 내년 총선까지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은 없다고 봐도 된다.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떨어지고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율이 치고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나 여당이 일방적 독주를 계속할 경우 정쟁은 더욱더 격화될 것이다.

당내 갈등도 언제든 촉발될 수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아직은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나타나는 모습에 불과하다. 친문과 비문의 갈등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역사적으로도 권력이 집중된 여당은 늘 분화를 경험했다. 가깝게는 이명박 정부의 친이와 친박이나 박근혜 정부의 친박과 비박 등이 대표적인 예다. 더불어민주당에도 친문과 비문이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할수록 친문과 비문의 갈등은 노골화될 것이다. 특히 공천을 통해 친문이 비문을 축출하려 든다면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바른미래당의 분당은 벌써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한 지붕 두 가족의 불안한 동거가 막을 내렸다고 봐도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 추인을 두고 벌어지는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간 대립은 분당의 시기를 다소 앞당겼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당쟁이나 파벌 싸움이 국민들에게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라야 어떻게 되든 말든, 국민이야 죽든 말든, 우리가 권력을 잡아야 하고, 내가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당쟁이나 파쟁의 연료가 되어 싸움질이 계속되는 한 국민의 고통만 늘어날 뿐이다. 당쟁이 국민의 이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증명된다. 조선 중후기는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붕당간 대립이 극심했다. 심지어 당쟁은 조선인의 혈액 속에 들어 있는 특이한 검붉은 요소라는 주장까지 제기됐었다. 물론 이를 두고 조선과 조선인을 폄하하기 위해 일제가 의도적으로 조선의 정치를 폄하한 것이라며 조선시대의 정치를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동인과 서인, 북인과 남인, 노론과 소론 등 수많은 분파를 만들어가며 조선 후기 내내 벌어졌던 당파싸움이 조선을 병들게 하고 조선의 개화와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현재의 대한민국도 조선의 그 때나 다를 것이 별로 없다. 과연 날이면 날마다 벌어지는 정파싸움이 부국강병의 방책을 두고 싸우는 것인가. 어떻게 하면 국민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고,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을 세계 속에 강대국으로 우뚝 서게 할 것인가를 두고 싸우는 것인가. 물론 아니다.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권력놀음에 빠져 국민이 도탄에 빠지는 줄 모르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고 심지어 불량국가 북한의 김정은마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중국으로, 하노이로, 러시아로 천리 길도 마다하지 않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여당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또 우리 정치인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분명한 한 가지 사실은, 대한민국은 정치인이 국민을 걱정하는 나라가 아니라 국민이 정치인을 걱정하는 나라이고, 정치인이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보다는 국민이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훨씬 더 큰 나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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