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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제2차 북미회담의 결과는 만족스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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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제2차 북미회담의 결과는 만족스러울까?
  • 신희섭
  • 승인 2019.03.0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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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2월 27일 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다. 긍정적 기대로든 회의적 관심으로든 국내외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제 1 차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한 낙관적 해석과 회의적 해석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또한 규범과 현실을 반영한 예측이기도 하다. 여기에 CIA(미국중앙정보국)와 DIA(미국국방정보국)의 정보기관장들까지 나서서 북한 핵폐기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혀 이번 회담의 결과에 대한 관심은 한층 고조되었다.

낙관론이나 신중론이나 회의론 어느 입장이 이번 회의에서 북한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을 거부하겠는가! 다만 구체적인 방법과 현실가능성으로 서로 견해가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제시할 것인가? 조심스럽게 예측하자면 북한과 미국의 합의는 “비난받지 않을 선”에서 “적당한 합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신중한 결론을 내리는 이유는 3가지 있다. 첫째, 시기의 문제. 둘째, 북한체제의 주체 논리구조. 셋째, 북한 협상전략이 그것이다.

첫째, 2차 정상회담이 열리는 시기상 이번 회담은 최종 회담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선거정치차원에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핵문제의 조기 해결은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욕심이 많은 ‘협상가’이다. 그는 재선을 원하고 재선을 위해 다양한 외교적 카드들을 사용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중국과의 통상의제이다. 그리고 베네수엘라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다. 다음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이 있고 다음으로 이란 문제가 걸려있다. 북한 핵문제는 2020년 11월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다. 다만 유권자가 이 주제를 기억하는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고 표로 전환해주는 효과도 약하다. 따라서 대선 막바지에 사용하여 반짝 효과를 보아야 한다. 따라서 정치 공학적 차원에서 북한 문제는 좀 더 시간을 끌어야(time-buying)한다. 시한(time-horizon)이 회담의 핵심이다.

그런데 북한은 어떤가? 북한은 국제적 경제제재가 빨리 풀리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버텨 온 것처럼 경제제재를 버틸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다만 정권유지에 중요한 평양주민들에게 미래가 있다는 신호만 보내주면 된다. 북한은 힘들겠지만 ‘근근이 버티기(muddle-through)’로 2020년까지 버텨 낼 내구성이 있다. 2020년 미국과의 극적 타결과 경제제재해제는 북한에게 다음 경제개방 5개년계획을 선물할 것이다.

둘째, 북한의 주체사상이 문제다. 북한은 주체사상에서 핵과 안보를 대체할 논리가 필요하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1972년대 공식화되었지만 실제로는 1956년 스탈린 격하운동 시기부터 스탈린주의를 대체하여 고려되었다. 북한식 사회주의는 ‘주체’라는 사상을 통치이념으로 세워 소련식사회주의를 버렸다. 주체사상은 사회주의에 적대되는 민족주의라는 이념을 토대로 하여 북한식 신정주의의 근간을 이룬다.

주체를 실현하는 데 정치적 ‘자주’가 중심축이다. 다시 정치적 자주는 군사적 ‘자위’와 경제적 ‘자립’이라는 두 개의 기둥에 의해 가능해진다. 즉 ‘자위 + 자립 ⇨ 자주’의 공식이다. 이 논리가 김정일, 김정은 시대까지 관통하고 있다. 1960년대 김일성의 ‘경제국방병진 정책’이나 1998년 김정일의 ‘선군경제건설노선’이나 2013년 김정은의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은 모두 주체를 위한 ‘자위’와 ‘자립’의 논리의 다른 이름이다. 다만 그 수단에서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전시국가인 북한에서 군은 1950년대 이후 체제운영의 중심축이다. 김정은 체제는 군보다 당을 강조하지만 힘이 빠진 것은 조직으로서 군이다. 체제 운영에 있어서 ‘자위’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미국을 끌어들여 안전을 보장(국가승인)받으면 ‘자위’를 어느 정도 확보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자위’는 1993년 이후 핵을 통해서 주도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자위’가 아니라 미국의 호의에 의존해야 하는 ‘자위’다. 이는 ‘주체’를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북한은 비핵화카드가 아니면 미국이 자신들에게 일말의 관심도 가져주지 않는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북한에게 종전선언과 평화체제구축 그리고 미국의 안전보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핵으로 수립한 ‘자위’를 대체할 논리를 만들어야만 핵 포기가 가능하다. 만약 지금까지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포함한 핵능력을 ‘동결(freeze: 멈춤)’하는 것이 아니라 핵능력을 ‘폐기(dismantlement: 제거)’ 혹은 ‘군축(disarmament)’한다면 핵 대신 북한의 자존심을 유지하면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안과 논리가 있어야 한다.

과연 북한이 현재 이런 방안과 논리를 준비했을지는 회의적이다. 실제 2018년 3월 핵병진 노선을 포기할 때의 성명이나 2019년 신년사의 성명은 핵을 폐기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핵을 완성했으니 경제에 매진하겠다.”와 “핵을 더 이상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사용과 전파도 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맥락 상 김정은 정부가 핵을 포기하고 해체하겠다는 의지를 읽어내기는 어렵다.

셋째, 북한은 협상전략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많다. 1992년 이후 북한은 체제유지 전략으로 현상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다만 위협과 협박으로 상대를 협상장으로 불러내는 특이한 전략을 쓰고 있다. 일명 ‘벼랑 끝 전술’ 위기를 조성하고 협상장으로 불러 협박을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왔다. 1994년 제네바합의가 그랬고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진행된 북미 미사일 협정이 그렇고 6자 회담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은 위기조성으로 자유민주주의국가들에 대해 재미를 봤다. 자유민주주의는 안보위협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고 빠른 해결을 촉구하기 때문에 북한식 위협과 협박이 먹힌다. 잃을 것이 별로 없고 반대의견이 없는 북한과 달리.

그간 북한이 보여준 협상전략은 놀랍도록 일관적이었다. 협상장으로 불러내고 새로운 위기로 협상을 무력화한 뒤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겨왔다. 척 다운스의 유명한 연구인 『북한의 협상전략』은 휴전회담에서부터 이어진 이런 북한 협상 전략의 일관성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은 협상이 필요하다. 2017년 국제적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확연히 드러났다. 한창 제재를 받던 2016년 북한은 GDP가 3.9% 성장하였다. 그런데 2017년 6차 핵실험과 이후 추가 제재는 북한의 경제성장을 -3.5%로 추락시켰다. 1995년 -6%에 가까운 추락이후 가장 높은 하락수치다. 문제는 국내고통이 일반 민중들에게만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권 핵심세력인 평양주민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평양 아파트 가격의 급락을 보라.

북한은 현재 위기를 돌파할 방안이 협상 밖에 없다. 그런데 북한은 협상전략상 외교를 “수단을 달리하는 전쟁의 연속”으로 본다. 타협이 없고 승리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이 위기 상황을 하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빈틈을 노려 상황을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이슈를 최대한 확대하고 몇 가지씩 나누어 주어야 한다. 일명 살라미 전략. 북한은 한 번에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논리를 가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렇게 되고 나면 미국에게 찬밥이 된다는 것을 잘 안다. 몸값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을 조급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앞장서서 한국,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일본이 경제지원에 나서게 할 것이다. 미국이 돈을 쓰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다자적으로 엮어 두어야 북한이 안전해진다. 이것은 북한판 이이제이전략이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핵무기와 핵물질에 더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연결할 가능성이 높다. 핵은 최소한으로 양보하고 미사일해체로 미국에게 선물을 줄 수도 있다. 트럼프입장에서는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단(ICBM)을 먼저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할 것이다. 북미간의 시간 끌기(time-buying)전략 합의.

이 글을 쓰고 있는 2월 26일 저녁에 예상할 때 2월 27일과 28일은 한국에게는 큰 선물이 아닐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한국의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아니다. 핵이 여전히 남아있다면. 나는 이 예상이 맞지 않기를 바란다. 규범적 차원에서 그렇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을 보았을 때 이번 회담이 극적인 결과로 끝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정치공학과 외교공학은 그렇게 다소 우울한 결론을 예상하게 한다.

2019년 2월 26일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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