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쿨 > 로스쿨
[기자의 눈] 마셜의 꿈
안혜성 기자  |  elvy99@lec.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2.22  11:28:27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How I met your mother’라는 미드에 대해 들어본 독자들이 있을까. 요약하자면 뉴욕에 사는 5명의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 꿈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기자의 눈에서는 그 친구들 중 마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마셜은 미네소타주의 한적한 시골마을의 단란한 가정에서 자란 순박하고 선량한 성품의 남자다. 마셜은 어린 시절 우연히 제인구달을 연상케 하는 유명한 동물학자의 강연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아 그녀와 같이 동물들과 함께 생활하고 연구하는 동물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네가 어른이 됐을 때는 고릴라들이 모두 멸종해서 그럴 수 없을 것”이라는 대답을 듣게 된다. 큰 충격을 받은 어린 마셜은 환경을 지키는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미국에서도 명문으로 손꼽히는 콜롬비아대 로스쿨에 진학한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드라마상 설명에 따르면 응시자 절반이 탈락한다는 어려운 뉴욕주의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꿈에 가까이 다가가게 됐다. 그러나 마침내 꿈이 이뤄졌다고 생각한 마셜이 당면한 현실은 자연보호 활동에 전념하는 변호사는 어마어마한 학자금 대출을 갚고 안락하고 다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필요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아버지의 소개로 억지로 면접을 본 대형 로펌에 들어가 악덕 대기업을 변호하게 된 마셜. 신념에 배반한 선택과 보람은 없으면서도 고된 업무, 진상 상사의 횡포에 고통스러워하다 퇴사를 하고 취업난에 긴 시간 백수 생활을 하며 방황한다. 먹고 살기 위해 대기업의 사내 변호사가 된 마셜은 점차 높은 수입과 안정적인 생활에 젖어 그만 스스로 꿈을 포기할 생각까지도 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오랜 방황 끝에 마셜은 초심을 찾고 꿈을 이루게 된다.

마셜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얼마 전 청와대 앞에서 벌어진 두 개의 집회를 취재하면서 느낀 것들을 전하기 위해서다. 기자는 찬바람 부는 길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두 집단을 바라보며 지금 이대로라면 로스쿨을 도입한 이유로 드는 수많은 취지 중 어떤 것도 달성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대학원 형태의 시스템, 일부 대학에 한정된 로스쿨 인가, 총입학정원제로 인해 입구에서부터 다양성이 걸러진다. 지나치게 높은 등록금도 당연히 문제다. 3년의 시간과 수천만 원의 등록금과 생활비, 부가되는 학원비, 교재비 등은 마셜과 같이 공익적 활동에 전념하는 변호사, 국민과 사회에 이익이 되는 활동을 하려는 변호사를 배출하는데 큰 장애가 된다.

지금처럼 폐쇄적인 구조로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를 법조인으로 키워낸다는 로스쿨의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 대폭적인 문호개방과 예비시험이나 방송대, 야간로스쿨 등 경로 다양화를 통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요구되는 비용과 시간을 유연화하고 보다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인재들을 유인해야 한다.

경로를 다양화하고 투입 비용과 시간을 유연화하는 것은 변시낭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투입 비용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손절도 용이해질 수 있다. 설득력 없는 이유로 개인의 꿈과 희망을 짓밟는 오탈제는 폐지돼야 한다. 이제 그만이라는 선택은 온전히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야 한다. 선택의 다양화는 이제 충분하다고 느꼈을 때 좀 더 수월하게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저조한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경로를 더 늘리고 인원도 확대함으로써 최대한 기회를 보장하고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변호사시험의 형태는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실무에서 쓰이지도 않는 암기 위주의 시험이 아니라 실제로 변호사로 활동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엄격히 검증할 수 있는 형태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래야 로스쿨에서 이뤄지는 교육도 시험과 괴리되지 않고 실무 중심의 필요한 내용으로 이뤄질 수 있다. 실용성 높은 교육을 시작으로 변호사가 되지 않더라도 로스쿨에서 배운 것들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는 일도 로스쿨 제도의 진정한 정착과 변시낭인 방지를 위해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부분이다.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제도를 도입 취지에 맞게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문제 하나를 고치는 것, 일부를 수정하는 정도로는 안 된다. 법조인을 꿈꾸는 수많은 마셜들이 비용이나 시간, 시스템에 의해 좌절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수많은 이해관계를 넘어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와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안혜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뒤로가기 위로가기
기사 댓글 6
전체보기
  • 이경희 2019-03-02 04:11:33

    법개정처럼!

    마찬가지로 로스쿨도 법처럼 개정



    새롭게 변신 평등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해야신고 | 삭제

    • ㅇㅇ 2019-02-23 08:39:54
    • 저게맞는거지 2019-02-22 19:15:05

      기존 사법고시를 준비하다가 이 길이 아니다 싶어 손절하더라도 배운 법학지식과 과목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노무사 법무사 법행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등 다양한 진로변경이 가능했다 그러나 로스쿨을 준비하며 배워오는 법학적성시험이라는 이상한 괴물은 지식형시험이 아니라며 지식습득을 막아 다른 진로변경을 하는데 어려움과 방해물이 될 뿐이다. 이게 바로 사시와 로스쿨의 차이다신고 | 삭제

      • ㅇㅇ 2019-02-22 16:14:25
      • ㅇㅇ 2019-02-22 12:17:21

        로스쿨은 하루 빨리 폐지해야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다.신고 | 삭제

        • 마셜 2019-02-22 11:33:07

          마셜 나중에 연방대법원 법관 되든데..신고 | 삭제

          최근인기기사
          법률저널 인기검색어
          댓글 많은 기사
          실시간 커뮤니티 인기글
          법률저널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2001~2013 LEC.co.kr. All rights reserved.
          제호: 법률저널 | 청소년보호책임자: 이상연  |  발행인: (주)법률저널 이향준  |  편집인: 이상연  |  등록번호: 서울, 아03999  |  발행일: 1998년 5월 11일  |  등록일: 2015년 11월 26일
          주소 : 서울시 관악구 복은4길 50 법률저널 (우)151-856  |  영문주소 : 50, Bogeun 4-gil, Gwanak-gu, Seoul  |  Tel : 02-874-1144  |  Fax : 02-876-4312  |  E-mail :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