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84)-분노범죄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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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84)-분노범죄와 대책
  • 강신업
  • 승인 2018.10.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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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분노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분노 이유도 다양하다. 아르바이트생이 자신을 무시해서 생긴 분노, 이혼한 전처에 대해 생긴 분노, 자신을 버린 가족과 사회에 대한 분노 등등. 그러나 알고 보면 근본 원인은 대개 분노자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다.

분노범죄자들은 대개 주위 사람과 소통하지 않고 게임이나 술에 의존한다. 직업이 없고 경제적으로 어렵다. 집에 칩거한 채 사람들과 인간관계도 맺지 않는다. 타인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무시당하거나 자기 일을 방해받는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공격을 취한다. 공통점은 대개 가정 붕괴, 부모의 폭행, 학교에서의 왕따를 겪었다는 것이다. 우울증, 성격장애, 강박증 등의 증상을 보이고, 때로 감정의 과잉을 스스로 주체하지 못해 살인범죄에 이르기도 한다.

한편 분노범죄에서는 심신미약을 이유로 한 형의 감경문제가 으레 대두된다. 분노범죄자들은 많은 경우 우울증이나 성격장애를 갖고 있고, 외견상 그것이 범죄의 원인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심신미약을 이유로 한 형의 감경에 대한 사회적 반감도 만만치 않다. 얼마 전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두고 논란이 뜨거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서구 PC방 사건의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글이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지 단 하루 만에 최소 답변 요건인 20만 명을 훌쩍 넘어서고 게시판 개설이후 최대 규모인 100만 명이 청원에 참여한 것은, 심신미약을 이유로 한 형 감경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분노범죄자에 대한 공포가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다가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여기에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감형 때문에 흉악범죄가 줄지 않는다는 인식도 자리 잡고 있고, 또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가해자를 가볍게 처벌하는 것은 고귀한 생명을 어이없게 빼앗긴 피해자나 그 유족을 고려하지 않은, 뭔가 형평에 맞지 않는 처사라는 생각도 한 몫 하고 있다.

 

심신미약은 정신장애로 인해 옳고 그름을 변별하는 능력 또는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를 뜻하는 형법상 개념이다. 우리 형법 제10조 제1항과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는 벌하지 않고 그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소위 심신장애를 이유로 한 형 면제나 형 감경 조항이다. 그렇다면 이런 조항은 왜 필요한 것이고 과연 정의에 부합하는 것인가.

심신상실을 이유로 한 형 면제나 심신미약을 이유로 한 형 감경은 모두 형사법의 대원칙인 책임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근대 형법은 ‘책임 없는 곳에 형벌 없다’는 이념을 기초로 한다. 판단력이 없어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는 어린 아이나 정신병 환자를 처벌해 봐야 그것은 인과응보적인 보복에 불과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형사법의 책임주의 이념은 우리가 원시 사회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포기할 수 없는 원칙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의 심신미약 판정이 얼마나 공정한 기준에 의해 합당하게 내려지느냐 하는 것이다. 심신미약 감경 조항이 그동안 감형을 위한 전가의 보도처럼 무분별하게 사용되지 않았는지, 누군가에 의해 악용되지는 않았는지 하는 의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형사적 이념과 그 이념을 구현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책임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형사법 존재의 이유인 시민보호라는 기능을 소홀히 한다면 주객전도가 아닐 수 없다.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것과 범죄자를 처벌하는 데 있어 책임주의 이념을 구현하는 것은 양립불가능한 명제가 아니다.

이제 정부는 게임 중독, 실업, 빈곤 등 여러 가지가 원인에 기해 사회적 분노가 일어나고, 그리고 그것이 다시 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분노 범죄를 어떻게 예방하고, 범죄자들을 어떻게 치료하고 처벌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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