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성근위축증’ 아이 엄마의 "변호사시험 응시자격 상실"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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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성근위축증’ 아이 엄마의 "변호사시험 응시자격 상실" 사연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8.10.23 23:16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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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율 만2세 불치병 아기 치료하느라..응시기회 모두 소진
보험사 상대 이례적 승소까지 이끌었지만 끝내 ‘5탈’ 멍에
간호사·로스쿨2기 출신 “의지있다면 어떤 응시기회라도..”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유전자 질환이라도 출생 시에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면 선천성 질환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을 얻어낸, 중증질환 아이의 엄마이자 법조인을 꿈꾸던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의 한 여성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간호사 출신이자 로스쿨 2기 출신의 A씨(여)는 졸업 후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던 중 2014년 3월 H보험회사와 어린이CI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0월 딸 B를 출산했다. B는 다음해 7월 병원에서 유전자 질환의 일종인 ‘척수성 근위축증’이라는 질병으로 1급 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보험계약에 따라 질병특정고도장해 보험금 3,000만원의 지급을 청구했지만 보험사가 ‘척수성 근위축증은 선천적 질환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자 2016년 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1, 2심은 “선천성 질환은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또는 그런 것’으로, 태아 상태나 출신과정에서 생기는 질환을 의미하지만 B는 출생 당시 상태가 매우 양호했고 생후 7개월경에 목을 가누는 힘이 줄어들어 병원을 방문, 척수성 근위축증 진단을 받았다”며 “B의 질병이 유전자 이상에 의한 질병이라고 하더라도 태어날 때부터 발병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어 선천적 질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즉 질병의 증상이 없이 유전자 결손만으로 바로 이같은 질병이 발병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사건은 3심까지 갔지만 대법원은 지난 4일 심리불속행 기각, 본안판단 없이 A씨가 승소했다.

▲ ⓒ아이클릭아트

A씨는 “태아보험에 가입하는 이유가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인데 유전자질환이라는 이유로 출생시에 아무런 증상이 없었음에도 선천성 질환이라고 간주하고 보험금을 지금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보험금 청구 소송의 배경을 전했다.

A씨는 “척수성 근위축증은 보인자 비율이 40명에 1명일 정도로 흔할뿐더러 보인자 형태로 유전돼 본인이 보인자인지도 알기 어렵고 점차 유전자 관련기술이 발전해 과거에는 원인을 모르던 질병도 유전자 질환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며 “암 역시 유전자에 의해 발병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이런 암 역시 유전자결함에 의해 발생한다고 무조건 선천성 질환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보험사의 행태를 꼬집었다.

이제까지 ‘선천성’의 의미에 대한 판례가 없어 이번 판례가 사실상 리딩판례에 해당한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그동안 하급심에서 다른 결론이 있었던 터라 이번 판결은 동일질환자들 사이에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A씨는 변호사시험에 대한 심경을 전했다. 간호사로 활동하다가 의료전문로펌에서 근무했고 법에 대한 흥미와 전공도 살릴 겸 의료전문법조인이 되고 싶어 2010년 로스쿨에 진학, 2013년 2월 졸업했다. 두 번의 실패 후 계속 변호사시험 준비 중이던 2014년 10월 출산했지만 아이의 치료에 전념하느라 제대로 시험준비를 하지 못했고 결국 ‘5년 내 5회’ 응시제한에 걸려 영구적으로 응시기회를 상실하게 된 것.

아이가 앓는 ‘척수성 근위축증’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생존율이 만 2세에 해당하는 생사의 기로에 서는 병이다. 아이 치료와 보살핌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5년 내 5회’ 응시기회는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 쳤지만 능력불가였다.

치료약이 없는 불치병인 탓에 발을 동동 굴리는 중에 2016년 9월 UCLA 임상신약 테스트 기회를 얻어 미국에서 4개월간 머물며 치료했다. 단 한번 남은 마지막 제6회 변호사시험의 응시기회를 붙잡기 위해 그해 12월 하순, 시험 2주전에 귀국했다. 시차적응조차 못한 채 응시했지만 끝내 불합격했다.

혹여나 하는 기대로 2017년 6월 헌법소원까지 냈지만 이마저 청구기간 도과로 그의 청구는 각하되고 말았다.

A씨는 “아이의 병은 치료시기를 놓쳐서도 안 되고 지속적으로 보호해야 하는데, 기적처럼 얻은 LCLA 임상시약 기회 덕분에 그나마 지금은 아이가 걷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됐다. 출국 전에는 목조차 가누지 못했다”며 “만약 변호사시험 ‘5년 내 5회’ 중 응시연한 제한만이라도 없었더라도 이렇게 허무하게 영구적으로 응시자격을 상실하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그는 “로스쿨 졸업 후 5년 도과로 교육효과가 소멸됐다면 제도적으로 우회로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지가 있으면 어떤 방법으로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제도보완을 주문했다.

참고로 변호사시험법 제7조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 다만, 제5조제2항에 따라 시험에 응시한 석사학위취득 예정자의 경우 그 예정기간 내 시행된 시험일부터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로스쿨 1, 2, 3기 출신 중 약 200명이 이같은 변호사시험 ‘5진 아웃’ 또는 ‘오탈’ 규정에 의해 영구적으로 응시자격을 상실했고 향후 변호사시험 합격률 급감으로 그 인원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두고 일부 수험생들이 “직업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수건의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응시기회 제한은 고시낭인 폐해를 극복하고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도입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으로 시험의 응시자 대비 합격률을 일정 비율로 유지하고 로스쿨의 교육이 끝난 때로부터 일정기간 동안만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판단해 오고 있다. 그 외 현재에도 여러 건이 헌재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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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20-05-11 09:59:02
아이가 아픈데 공부가 될까? 그리고 그것이 정당한 경쟁이 될까?
다른 나라는 법조인들이 공정하고 평등하고 합리적인데...
이나라는 왜 이꼴이냐???

2018-10-30 18:49:02
어처구니가 없다. 저 제도는 무슨 생각으로 만든 거냐?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한데 누가 헌법소원 안 거나...

헬조선 2018-10-24 14:37:07
일단 오탈제는 세계에 유래가 없는 악랄한 후진적 반인권 제도입니다.

미국에는 응시제한 없는 주가 많고 제한이 있어도 타주에서 시험 보면 되죠?
일본은 예비시험 도입했습니다.

독일? 사실 우리제도는 학부제인 독일식이 아닌 미국식입니다.
김학성 교수님이 말하셨듯이 학부제로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1학년때 이미 다 거릅니다.
그리고 그 숫자도 우리와 비교할 바가 못되게 많습니다^^

우리는 ?? 어떠한 구제수단이나 재응시 기회가 없고, 나가 죽어라는 식이죠.. ㄷㄷㄷ

이런 헬조선식은 반드시 폐지될테니 힘내십시오!

ㅇㅇ 2018-10-24 13:31:17
사시생분들!!!!!!!!!!!! 이제 제발 현실 직시하고 지방 로스쿨 가보세요!!!!!!!!!! 지방국립대 3.9/4.5 leet 110이면 지사립 로스쿨은 가요!!!!!!!!!!!!

오탈폐지 2018-10-23 21:17:21
오탈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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