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지방선거, 한국정치의 지형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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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지방선거, 한국정치의 지형변화?
  • 신희섭
  • 승인 2018.06.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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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낮아질 것이라는 투표율은 기대보다 높게 나왔다. 총 투표율은 60.2%로 1차 지방선거에서의 투표율인 68.4%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다행인 것은 2회 때의 48.9%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이후 지방선거 투표율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점. 3회 선거 51.6%에 이어 4회 선거에서 54.5%를 기록하고 5회에서는 56.8%로 조금씩 올랐다. 이번 선거는 경쟁구조가 없이 민주당의 압승이 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투표율이 저조할 것으로 보였다. 원래 선거경쟁이 낮으면 투표율도 따라 낮아지는 법이라. 그래도 20.14%라는 높은 사전투표율이 전체 투표율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방선거에 참여하자는 투표 독려 캠페인들과 SNS를 이용한 ‘투표 인증 샷’도 한 몫을 한 듯하다.

선거의 결과는 예상대로 민주당의 압승이자 보수정당들의 완패다.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가장 중심이자 자신들의 텃밭인 경남에서도 패배를 했다. 광역단체장을 기준으로 할 때 자유한국당은 대구와 경북 2군데서만 가까스로 단체장을 냈다. 울산과 부산 그리고 박정희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도 패배했다.

다른 보수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바른미래당의 간판이었던 안철수 서울 시장 후보는 김문수 후보에게도 밀려 3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정당 지지율은 정의당에게도 밀렸다. 광역의회 비례대표 정당투표를 기준으로 했을 때 바른 미래당은 6.1%로 정의당의 9.7%에 3%이상으로 패배했다. 참고로 정당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53.8%로 2위 자유한국당의 18.7%을 크게 앞섰다.

이번 지방선거의 결론은 단순하다. 두 가지다. 첫째, 유권자들이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유권자들이 문재인대통령에 대해 힘을 보태주겠다는 것이다. 전자는 정말 단순하다. 2017년 탄핵이후 보수정당이 보여준 것이 없다. 국제정치의 안보에서도 없었고 국내정치 무대에서도 존재감이 없었다. 그러니 보수유권자들의 지지철회는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실제 내용은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그동안 한국 정치는 마치 축구 포메이션처럼 ‘3-4-3’의 균형사이에서 이동이 있었다. 진보지지가 30%에서 조금 모자라고 중도유권자가 40%이고 보수지지층이 30%에서 조금 더 많았다. 그래서 선거에서 중도파를 진보나 보수 정당이 얼마나 끌어들이는지에 의해 당선이 결정되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노무현대통령이 중심축에 있었다. 이때는 진보가 조금 더 많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전통적인 진보에서부터 중도 노선의 개혁주의자들이 노무현대통령과 진보 정당에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후보는 여당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단지 28%의 지지와 500만 표 이상 차이라는 최악의 패배를 당했다. 2007년 ‘CEO대통령 선거’와 2008년 ‘아파트 총선’을 거치면서 많은 수의 유권자들이 386세대로 상징화된 진보정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였다. 이후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 보수가 우세했다. 대표적으로 2012년 대선에서는 보수 후보인 박근혜 후보가 51.6%를 득표하면서 민주화이후 처음으로 득표율 50%를 넘긴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3-4-3의 균형은 확실히 2.5-3.5-4에 가깝게 보수 쪽으로 무게가 넘어갔다. 10년 집권이후 진보 정당은 다시는 권력을 잡을 수 없는 구조로 유권자 지형도가 바뀐 듯했다. 그런데 세월호사태, 메르스사태, 탄핵사태를 연타로 맞으면서 보수 지지도가 바뀐다.

탄핵의 정점에서는 죽어도 박근혜대통령을 지지한다는 17%선까지 보수의 지지도가 떨어졌다. 2017년 조기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는 그래도 24%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유승민 후보가 받은 6.8%의 지지까지 감안하면 그래도 30%대를 기록하였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는 많은 부분에서 보수에 대한 지지가 더 하락했다는 점(자유한국당 18.7% + 바른미래당 6.1%)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민주당이 30%이상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은 기존에 그 지역에 살고 있던 민주당 지지자들을 감안해도 높아진 수치다. 이런 결과는 보수정당이 '보수(conservatist)'라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고 특정 지역을 ‘보수(conserve)’하기 위해 살아 남겨진 것이다.

다시 큰 주제로 와보자. 지방선거의 두 번째 결과는 유권자들이 민주당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2018년 6월 14일 오늘 현재도 75%에 다다른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이번 선거에서 광역의회를 기준으로 53.8%이다. 이 수치는 과거와 비교해 굉장히 높은 수치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현재 민주당의 전신이었던 민주당의 지지율은 한국 갤럽기준으로 24%였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28%였다.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정당득표율은 25.54%로 국민의 당의 26.74%보다도 못한 3위였다. 게다가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2012년 선거(득표율 48.0%)와 비교해 득표율이 41.1%에 불과했고 표도 100 만 표 이상 적게 받았다. 그렇지만 5자 대립구조라는 특수한 조건에서 당선되었다.

그래서 결론은? 현재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재인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더 크게 작동하는 것이다. 이 점은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인물중심의 정치’의 연속이라는 의미가 크다. 현재 유권자들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진 평화분위기를 문재인대통령이 만들었지 정당이 만들었다고 인식하지 않는다. 거꾸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을 많이 받았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인물도 인물이지만 이슈가 강하게 작동했다. 2018년 신년부터 시작된 한반도 평화분위기와 일련의 비핵화가능성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다른 이슈들이 묻혀버릴 정도로 커다란 안보이슈가 있었다. 선거 전날인 6월 12일에는 1948년 북한 정권이 수립된 이후 처음으로 미국 지도자가 북한 지도자를 만났다. 그래서 이슈를 중심으로 움직인 이번 선거가 한국정치의 구도를 진보 중심으로 돌렸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것이다. 유권자들 중 보수 정당에 불만이 있어서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경우도 있다. 이들은 저항투표에서 항의(voice)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투표 성격에는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신임투표적 성격이 동시에 작동했다. 이것은 진보-보수의 이념 구조 보다 특정 이슈를 중심으로 하여 결집을 보이는 성격을 강하게 보인다.

실제로 걱정인 것은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이다. 보수정치인들은 선거 결과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선거 결과에 반성을 하지 않는다. 진보정당과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이 자신들에게 신임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시나리오의 끝은 임기가 후반으로 가면서 대통령 지지도가 자연히 떨어지게 될 때 한국 정치에는 다시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진보-보수 혹은 보수-진보가 명확한 기준이 없고 이념적 원칙이 없는 상황에서 역사에 남을 ‘인물’만 남겨질 것이 걱정이다. 아니 정상회담들의 여운만 남는 것이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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