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정상회담, 역사에서 우리는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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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정상회담, 역사에서 우리는 승리한다.
  • 신희섭
  • 승인 2018.04.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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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2018년 4월 27일. 3번째 정상회담이자 대한민국이 주관하는 첫 번째 정상회담이 열린다.

한반도 평화구축에 대한 높은 기대만큼이나 걱정도 많다. 낙관론과 비관론과 신중론이 다투고 있다. 한국과 국제사회 모두에서.

주최자로서 문재인 정부는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2018년의 의미를 두고 2018mm짜리 회담테이블을 준비했다. 군의장대는 창군 이래 최초로 북한 최고 지도자에게 사열을 한다. 민어해삼편수, 달고기, 옥류관 냉면 등 만찬 메뉴를 공개하면서 음식 하나 하나에 만남의 의미를 강조했다. 북한 주민들이 알 게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 정부는 세세한 부분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수험생부모의 기도하는 마음처럼.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북정상 회담은 당일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다. 그리고 북미정상회담도 당일 성공적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기다리면서 지켜보게 될 것이다. 남-북-미가 어떤 결과를 실제 만들어낼 것인지를.

예상해볼 수 있는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낙관적 시나리오 1. 트럼프와 김정은의 비핵화에 대한 통 큰 타결과 트럼프임기내의 신속한 비핵화과정종료. 낙관적 시나리오 2. 비핵화에 대한 합의 이후 비핵화의 세부적인 과정들의 단계적이고 지리한 과정 후 비핵화종료. 낙관적 시나리오 3. 북미간 수 싸움을 하면서 냉탕온탕을 오가는 대신 남북관계의 개선과 남한의 북한 경제적 지원.

반대도 있다. 비관적 시나리오 1. 정상회담 후 실무적 차원에서 비핵화파행과 트럼프행정부에서 북미대치국면 복귀. 비관적 시나리오 2. 정상회담 후 트럼프정부까지 협조적인 태도와 이후 북한 입장 번복과 차기 미국정부에서 북미관계 원점복귀. 비관적 시나리오 3.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비핵화문제와 인권문제를 언급 후 회담 파행과 이후 미국의 북한 강력 압박과 군사행동. 이 위험한 시나리오는 미국이 비핵화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악마화된 국가로 몰아가는 것을 예상한 것이다. 이때 미국은 정상회담을 전략적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카드로 활용하는 것이다. 정상회담 이후 북미관계가 2017년보다 더욱 악화되면서 미국은 군사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하나의 절차로 정상회담을 악용하는 것이다. 논리는 “자 이제 우리는 할 만큼 했어!”와 “비핵화의 원칙무시와 인권존중의 원칙에 기초하여 북한공격은 정당화된다.”

어떤 시나리오가 우리의 미래가 될 지 알기는 어렵다. 국제정치 환경, 국내정치의 압력, 국가들의 이해관계, 지도자의 인식과 가치관, 시한. 워낙에 많은 요인들이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예측하기가 그래도 수월하다. 비핵화, 한반도평화, 남북한관계 개선이라는 3가지가 걸려있지만 남북한이 독자적으로 풀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비핵화는 북한의 안정보장이 핵심이며 이것은 미국과 걸려있다. 비핵화가 없이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꿀 수 없다. 그렇다고 정전협정의 당사국인 미국이나 중국을 빼고 남북한이 종전선언을 하는 것도 큰 의미는 없다. 그 형식이 “평화선언”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정치적 선언인 평화선언이 지켜질 것인지는 결국 상호신뢰의 문제이다.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시하고 한국이 북한에 경제지원과 경제협력을 할 수도 없다. 그러니 모든 것이 한 덩어리이다. 그리고 실타래는 결국 비핵화에 대한 북미간의 합의에 의해 풀릴 수 밖에 없다.

아마도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서는 다양한 미래비전을 내놓을 것이다. 구체적인 비핵화는 북미정상회담으로 미뤄둔 상황에서. 평화선언이 나올 수도 있고 조건부로 문화와 사회적 협력을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어떤 문서가 나오든 그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그동안 남북한 혹은 한반도 문제는 문서가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지 않는가!

남북관계의 본질에는 신리가 있고 신뢰는 의지의 문제이다.

신뢰를 깨고 희망을 무너뜨린 것은 늘 북한이었다. 1991년 비핵화선언을 먼저 깬 것도 북한이다. 그때 지도자는 김일성이었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북한이다. 1994년 북미간의 제네바합의를 농축우라늄으로 깬 것도 북한이다. 이때 지도자는 아들 김정일이었다. 1998년 3월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하여 새로운 이슈를 만든 것도 북한이다. 2005년 합의된 4차 6자회담의 9.19합의를 깨뜨린 것도 북한이다. 2012년 2.29합의를 붕괴시킨 것도 북한이다. 이번엔 손자 김정은이었다. 늘 북한이었다. 세대를 바꿔가면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그래서 단순하다. 북한은 한국을 미국으로 가는 길목으로 본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을 빼고 많은 선물을 줄 것이다.

그런데 북미관계는 다르다. 미국에게 북한은 비핵화문제를 야기하는 그저 동아시아의 한 국가이며 불량배국가(rogue state)일 뿐이다. 미국에게는 북한 핵문제 말고도 풀어야 할 것들이 많다. 중동이라는 시한폭탄의 안전핀인 이란 핵 문제가 걸려있다. 게다가 최근 관함식까지 해가면서 중국몽(夢)을 향해 달려가는 중국의 해군력증강도 해양패권 미국에는 하나의 도전이다. 북극해를 통한 러시아의 남하정책도 문제이다. 국내적으로 중간선거에서 지지층을 잡아두어야 하기 때문에 관세부과와 보호조치를 강화해야 하는 압력도 골치 아프다. 그러니 미국은 대한민국처럼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절박하지 않다. 게다가 남북관계 개선에서 밀려난 일본도 잘 보듬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사야 벌린이 그리스의 시인 아르킬로코스의 말을 인용하여 설명한 ‘고슴도치와 여우’의 개념을 빌리면 북미관계를 조금 단순화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미국은 패권국가로서 여러 가지문제들을 다재다능하게 잘 다루어야 하는 ‘여우’이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를 통해 미국과 직접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자하는 단일목표를 가진 ‘고슴도치’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국은 북한문제에서 만큼은 고슴도치전략을 사용할 것이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비핵화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서 양보하기를 강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시간이 미국편이기 때문이다. 제재를 지속한다고 미국이 피해를 볼 일은 없다. 북한이 무너지고 남한과 중국이 붕괴한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와도 미국은 그저 관대하게 지원을 하면 그만이다. 이 상황은 오히려 미국입장에서 중국을 관리할 수 있는 하나의 전략적 카드가 될 것이다. 그러니 북미정상회담은 트럼프의 외교력을 상징화는 의미정도가 있고 국내정치에서 11월 중간선거의 지지율 상승정도만큼 중요하다. 잘하면 트럼프에게 노벨평화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비핵화가 잘 안되면?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위신을 높이고 다른 국가들의 도전의지를 꺾기 위해 북한을 미 군사력사용의 시범케이스로 잡을 수도 있다. 여기에는 명분도 있고 실리도 있다.

이 복잡한 국면에서 우리는 무엇에 기대어 현재 상황을 보아야 하는가? 여기에 역사가 필요한 것이다. 긴 호흡의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정상회담은 하나의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한 가지 밀알이 될 것이다. 북한이 과거와 달리 전향적으로 나오면 남북관계가 개설될 것이고 그런 면에서 한반도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기능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판을 깬다면 북한 체제는 결국 몰락하게 될 것이다. 최종적으로 대한민국은 한반도 역사에서 승자가 될 것이다. 다만 승리를 얻게 되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비용이 얼마나 클지를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지난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은 북한에 대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인 모든 차원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긴 호흡의 역사에서 대한민국은 승리할 것이다. 북한의 장마당과 ‘독자경영제’라는 자본주의 운영방식은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모순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의 참담함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가족세습구조에서 다음 후계자가 안 보이는 지금 북한 정치체제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에 너무 큰 기대도 할 필요가 없지만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 시간과 역사는 우리 대한민국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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