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법인'의 변호사는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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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법인'의 변호사는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가?
  • 법률저널
  • 승인 2004.11.0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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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환 변호사
여기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책자는 '회사변호사의 윤리(오승종 저)'라는 연구 서적이다. 평소 법조 윤리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연구를 해 온 사람으로서 이 책자의 발간에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책의 저자는 법관으로 재직하다가 지금은 성균관대학교 법과 대학의 교수(변호사)로 근무하며 대학과 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법관 재직 시 사법연수원 교수로 근무하면서 법조 윤리 강의를 담당하기도 하였기에 이 책의 주제에 관하여 이론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무적으로도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책 전체를 통하여 그와 같은 이해가 바탕이 된 현장감 있는 내용이 풍부하게 녹아 있고, 여기에 저자의 연구력이 가미되어 이 서적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법조 윤리는 법관 윤리, 검찰관 윤리, 그리고 변호사 윤리를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다. 그 중에서 법조 윤리의 핵심에 있는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변호사 윤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통칙적이고 일반적인 변호사 윤리 연구를 넘어서서, 개개의 사건이 갖는 특성이나 의뢰인의 성격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떠한 변호사 윤리가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른바 각칙적인 변호사 윤리의 연구 방법(pervasive method)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가사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는 가족 관계를 부담하고 있는 것인지, 있다면 그러한 책무의 내용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연구가 그것이다. 이 책은 변호사 윤리, 그 중에서도 특히 회사를 의뢰인으로 하는 변호사가 부담하고 지켜야 할 특별한 윤리적 책무에 관하여 집중적으로 연구·검토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본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회사를 대리하는 변호사는 특수한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주된 이유는 회사를 대리하는 변호사에게 있어서 충실의무와 충성의무를 다해야 할 의뢰인이 다름 아닌 법에 의하여 의제된 인격체인 '법인'이라는 점에 있다. 그 결과 회사는 회사를 구성하는 자연인을 통하여 지신의 의사를 결정하거나 표현할 수밖에 없고, 변호사의 선임도 이들을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법적으로 볼 때 이들 자연인은 회사와 엄연히 다른 별개의 인격체이고, 이 두 인격체 사이에서는 이해 관계의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매우 높다. 이 때 변호사는 자신의 의뢰인인 법인과 실제 의뢰 행위를 한 자연인과의 사이에서 누구를 위하여 변호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는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기업의 인수 합병 등 경영권에 관련된 분쟁이나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의 피고 대리를 해 본 변호사라면 이러한 딜레마가 얼마나 강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존재하는지를 금방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딜레마에 빠진 변호사가 어떠한 행동을 취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code of conduct)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회사 변호사와 유사한 윤리적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정부 변호사, 그리고 집단 소송과 주주대표 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가 변호사 보수나 소송의 수행 과정에서 지켜야 할 책무에 대하여도 언급하고 있다.

시장 경제와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라 회사 변호사의 업무 영역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특히 로스쿨 제도의 도입을 앞두고 있는 지금에 있어서 우리 나라의 법조 윤리 교육도 보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분야로 확장되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 책은 회사 변호사라는 특수한, 그러나 이제는 보편성을 가지게 된 영역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변호사들에게 주목할 만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런 면에서 감히 일독을 권하고자 한다. 



회사변호사의 윤리/오승종 저/집문당/258면/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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