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바꾸지 말아야 할 기본가치는 “자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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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꾸지 말아야 할 기본가치는 “자유”입니다!
  • 이은경
  • 승인 2017.12.15 11:4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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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일전에 읽은 글을 하나 소개하고 싶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코넬대에 연세가 지긋한 교수가 있었다. 학생들에게 학점을 후하게 주기로 유명한 교수다. 오랫동안 경제학을 가르쳐 왔지만 단 한번도 F학점을 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학기, ‘수강생 전원 F학점’이라는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당시 오바마 정부의 복지정책은 미국 국민이라면 어느 누구나 평등한 부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헌데, 학기 초, 대통령의 복지정책은 미국 국민이 더 열악해지는 길이라고 비판하는 교수에게 학생들이 따지듯 논쟁했고, 마침 교수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과연 누구 주장이 옳은지 한번 실험을 해보자는 거였다. 내용인즉, 매 시험마다 전체 평균 점수를 모든 수강생에게 똑같이 주겠다는 거였다. 어느 누구나 평등한 부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복지정책의 타당성을 유추해 보려는 거였다. 과연 사람의 선의는 어디까지일까? 모두의 학점을 위해 홀로 공부하는 게 가능할까? 궁금하기도 했던 수강생들은 이 실험에 모두 동의했고, 학기 수업은 예정대로 잘 진행됐다.

첫 번째 시험, 전체 학생의 평균점수는 B였다. 물론, 수강생들 모두 첫 시험 점수로 B학점을 받았다. 공부를 열심히 한 친구들은 불평했지만, 놀기만 했던 학생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얼마 후 두 번째 시험을 치렀다.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들은 계속 놀았고, 전에 열심히 공부했던 그룹은 “내가 열심히 하더라도 공부를 하지 않는 친구들과 평균을 내면 어차피 B학점 이상 받기는 틀렸어”라고 생각한 나머지 전처럼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모든 학생이 전체 평균인 D학점을 받았다. 당연히 불평이 많았다. 그러나,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열심히 해 봤자 공부를 안 하는 애들만 좋은 일 시켜주는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세 번째 마지막 시험은 전체 평균이 F로 나오고 말았다. 약속대로 모든 학생이 F학점을 받았다. 서로를 비난하고 불평하는 목소리가 드높았지만, 정작 그 누구도 남을 위해 더 공부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F학점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거다.

산업혁명 이후, 길게는 200년 짧게는 100년, 한 두세대 만에 인류는 급속도로 커진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해방 이후, 70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우리나라도 반만년 역사 중 전혀 경험치 못한 풍요로움 가운데 있다. 이처럼 경이로운 성장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무엇일까? 사람들이 갑자기 똑똑해지기라도 한 걸까? 그건 아닐 거다. 어느 시대건 특별히 남보다 뛰어난 사람들은 늘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날과 같은 급격한 발전을 가능케 한 힘이 과연 무엇일까? 나는 이를 “자유”에서 찾고 싶다. 바로 개인의 능력을 자유롭게 발현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말이다. 모든 사람에게 자유를 보장하고, 바로 이 자유가 국가사회의 기본질서로 자리 잡으면서 인간사회는 과거 상상치도 못한 삶을 누리게 된 것이다.

멀리 찾을 것도 없다. 바로 ‘남’과 ‘북’을 보면 된다. 우리는 역사상 한 번도 “자유”를 국가사회의 기본질서로 삼아 본 적이 없는 민족이다. 지금 이 나라, 바로 대한민국을 제외하곤 말이다. 같은 시대, 단지 ‘남’과 ‘북’으로 갈린 것뿐인데도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질서로 삼았던 대한민국과 해방과 평등이란 것, 겉으로 보기엔 정의롭고 선한 것처럼 보이는 공산주의를 기본가치로 삼은 북한의 현실을 보면 무엇이 진정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어느 누구도 휴전선 이남에 태어날지, 이북에 태어날지를 선택할 순 없다. 감사하게도 태어나 보니 이 땅, 휴전선 이남인 것뿐이다. 그런데, 삶의 격차는 이젠 도저히 메울 수 없게 됐다. 빗발치는 총성을 뒤로하고 공동경비구역을 넘어온 북한병사도 “자유”를 갈구하지 않았겠는가. 우리가 지키고, 전해야 할 건 바로 “자유”다. 감사한 건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없는 곳엔 전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아름답고 정의로운 단어들을 나열한다 한들, 반드시 “자유”를 전제로 해야 한다. 그것이 뒤바뀐다면, 상상조차 싫은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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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2017-12-16 14:48:40
사이다처럼 속시원합니다.

좋아요 2017-12-16 09:24:42
변호사님 글 넘 좋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 2017-12-15 14:45:10
격하게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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