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일본 ‘유토리 세대’와 한국의 교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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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일본 ‘유토리 세대’와 한국의 교육정책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08.31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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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김주미 기자] 1년 쯤 전 매스컴에서 ‘유토리 세대’라는 일본의 특정 세대 문제를 조명한 것을 접한 기억이 있다. ‘유토리’라는 단어가 주는 귀여운 어감과는 달리, 일본에선 일종의 한탄 비슷한 느낌을 담아 이 세대를 지칭하고 있다.

‘유토리’란 우리 말로 ‘여유’란 뜻인데, 유토리 세대는 일본에서 ‘유토리 교육’을 받고 여유롭게 학창기를 보낸 세대를 가리킨다. 1987년에서 1996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로, 대략 20세~30세의 연령층이다.

일본이 2002년 시행한 ‘유토리 교육’은, 경쟁을 지양하고 창의성과 자율을 내세운 탈주입식 교육을 표방했다.

암기력보다는 사고력과 표현력, 타인 배려 등 학생들이 꼭 갖춰야 할 덕목을 육성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두고, 학업 평가방식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이전에 비해 학습할 내용은 30%, 수업시간은 10% 줄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유토리 교육은 첫 시행된 때로부터 불과 5년 만인 2007년, 심각한 기초학력 저하와 학생 간 편차 심화를 이유로 폐기됐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이 정책의 실패를 인정했다.

일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이 교육이 폐기된 이후인 2010년부터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는데, 비단 학업성취도라는 결과론적 측면에서 보지 않더라도 유토리 교육이 추구했던 사고력과 표현력, 타인 배려심 등의 함양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을 보면, 5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정책 폐기’를 결정한 일본은 퍽 현명했다고 보인다.

유토리 세대에 해당하는 연령층은 특히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어느 정도 규율과 통제를 두고 있는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서 일본은 현재 이들을 대상으로 ‘직장에서 혼나는 법’ 등을 따로 교육하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 의욕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보단 여유와 안정만을 추구하기에, 조직에서는 이들이 조직의 생리에 맞게 움직이게끔 재사회화 시켜야 한다.

하지만 유토리 세대는 오히려 조언과 꾸중을 소화하는 능력이 더욱 부족한 특성을 보여 조직에서의 재사회화를 견디기보단 퇴사를 선택한다. 이에 일본은 국가적으로 이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내린 것이다.

사회적응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자신의 입장과 기분만을 중심에 두는 사고에서 아직 탈피하지 못했음에 다름 아니다.

개인의 인격과 존엄성을 짓누를 정도의 전체주의적 사고와 조직문화는 분명 지탄받고 사라져야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내가 속한 조직 전체의 입장은 뒤로한 채 나의 권리·나의 입장만 챙기려는 개인은 아직 사회성 제고를 위한 교육이 필요한 단계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일본의 유토리 교육은, 그 교육과정을 마친 성인이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영위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는 점에서 일본이 인정한 바와 같이 실패한 교육정책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 ‘유토리’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심심찮게 다시 등장하고 있다. 현 정부의 수능 절대평가 정책이 일본의 유토리 교육을 모방했다는 시각에서다.

교육부는 8월 31일, 이 수능 절대평가 정책을 1년 유보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교육부가 그리고 있는 교육정책의 큰 그림은 일본의 ‘유토리 교육’과 닮아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십년 전에 옆 나라 일본에서는 실패하고 폐기된 정책이 대한민국에서는 꿋꿋하게 추진되려는 것이 이제는 신기하지도 않다.

정책결정가들이란 지금 현장의 목소리나 상황보다는 자신들이 보고 듣고 공부하던 그 때, 짧게는 몇 년에서 크게는 십수년 전이기도 한 그 옛날에 행해지던 선진국 정책을 지금, 자신이 정책결정자가 된 이 시점에 실행에 옮기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그 정책이 실패하고 폐기되거나 오히려 그 나라가 한국을 닮겠다고 찾아와 배워가는 사례도 생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전부터 그려왔던 그 그림을 도무지 버리지 못한다. 그야말로 ‘몹쓸’ 고집인 것이다.

차라리 거두어 들일 시점이라도 빨리 알아 피해를 최소화 해주면 좋으련만 현 정부의 수장은 “한 번 하겠다고 한 것은 스스로 뒤집지 못한다”는 경지에 있으니, 한숨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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