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 및 입학자 수 역대 최저치 또 경신
최대 74개 달했던 로스쿨 34개교 문 닫아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일본 법과대학원(로스쿨)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의 발표에 따르면 올 봄 로스쿨에 입학한 인원은 총 1,704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입학생이 가장 많았던 지난 2006년의 5,784명에 비해 4,080명이 줄었다.
지원자 수도 최저치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2004년 로스쿨 도입 시의 지원자 수는 7만 2,800명에 달했으나 이후 지속적인 감소가 이어지며 이번 입시에서는 8,159명(중복지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입학생을 모집한 로스쿨은 총 43개교로 정원은 지난해보다 158명이 줄어든 2,566명으로 정원충족률은 66.41%에 불과했다.
전체 지원자 규모의 감소는 대규모 정원미달 사태로 이어졌다. 올해 입학정원을 채운 곳은 히토츠바시대(一橋大)와 센슈대(専修大) 2개 로스쿨 뿐이었다.
입학생 쏠림현상도 눈에 두드러졌다. 올해 입학생이 가장 많았던 대학은 도쿄대(東京大)로 210명이 입학했다. 이어 게이오기주쿠대(慶応義塾大) 182명, 교토대(京都大) 157명, 츄오대(中央大) 128명, 와세다대(早稲田大) 112명 등 상위 5개교가 전체 로스쿨 입학생의 46%를 독점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5년 앞서 2004년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 도입 초기에는 최대 74개에 달하는 로스쿨이 개원했으나 당초 계획과 달리 사법시험 합격률이 낮게 형성되면서 2년(법학전공자)에서 3년이라는 시간과 비싼 등록금을 투자하고도 합격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또 어렵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고 하더라도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은 로스쿨 지원자가 급감하는 원인이 됐고, 이는 로스쿨의 정원미달 사태로 이어졌다.
결국 운영난을 견디다 못한 로스쿨들이 차례로 문을 닫게 됐고 최근 정원모집을 선언한 릿쿄대(立教大)와 토인요코하마대(桐蔭横浜大) 로스쿨을 포함해 총 34개교가 모집정지 또는 폐지를 했다.
지난 26일 내년부터 학생모집을 정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릿쿄대의 올해 입학생은 19명으로 40명인 정원을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토인요코하마대 로스쿨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토인요코하마대에는 올해 정원(30명)의 3분의 1인 10명이 입학했다.
릿쿄대와 코인요코하마대 로스쿨은 앞으로도 학생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 모집정지를 단행하게 됐다. 이들 로스쿨은 현재 재학중인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수료한 시점에 폐지 수순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본 로스쿨의 지원자 및 입학생 감소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 로스쿨 입시를 위해 요구되는 적성시험의 응시생이 6년째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일본 적성시험 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시행되는 적성시험에 지원한 인원은 지난해보다 256명이 줄어든 5,613명이다. 실제 지원규모는 더욱 작을 수 있다. 일본의 적성시험은 연 2회 시행되고 있고 2회 시험에 모두 응시해 성적이 좋은 것을 택해 로스쿨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시험에서는 1회차에 2,645명, 2회차에 2,968명이 지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로스쿨의 지원자 감소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보조금 차등 지급 등으로 통·폐합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평가대상이 된 41개 로스쿨 중 국립의 가타자와대(金沢大)와 사립의 홋카이가쿠엔대(北海学園大), 아오야마가쿠인대(青山学院大), 메이지대(明治大), 토인요코하마대(桐蔭横浜大), 난잔대(南山大), 긴키대(近畿大) 등 7곳이 최저평가를 받아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됐다.
이 외에 적성시험이 로스쿨 진학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에 따라 2019학년도 입학생부터 적성시험을 임의화하는 방안, 사법연수생에게 생활비를 지급해 금전적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이 추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