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6)- 선거, 그 뺄셈과 덧셈의 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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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6)- 선거, 그 뺄셈과 덧셈의 함수
  • 강신업
  • 승인 2017.04.1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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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대통령은 꼭 필요한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득 드는 생각이다. 역대 대대로 대통령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국민의 속을 썩였는데, 그래도 대통령은 필요한가. 아무리 나쁜 정부라도 무정부보다는 낫다고 하는데, 과연 나쁜 대통령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것인가.

거대한 힘을 가진, 그러나 오류가 없는 어떤 존재가 우리를 안전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는 걸까. 홉스의 리바이어던(Leviathan)이라도 불러내야 하는 것일까.

인간은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보다 안전하게 누군가에게 권력을 부여하고, 부여한 권력을 통제하고, 다시 회수하는 방법을 찾았다. 지식과 경험이 점점 축적되면서 집단지성에 의한 지도자 선택이 개인과 사회의 존속과 번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간 이성이 이렇게 만들어낸 최고의 권력 통제방법, 권력분립제와 임기제를 근간으로 한 오늘날의 민주적 선거제도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문제가 생겼다. 인간 사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사람들이 한 번도 대면해 보지 않은 사람을, 아니 이름도 잘 모르는 사람을 지도자로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의 소규모 사회에서와는 달리, 직접 경험이 아닌 간접경험, 개인경험이 아닌 집단경험을 통해 지도자를 선택하게 되었고, 때문에 후보의 자질과 능력보다는 매스컴이나 SNS를 통해 만들어진 표면적 이미지가 당락을 가르는 기준이 되었다.

사실상 선거에 관한한 오늘날, 개인의 의견이 SNS를 통해 여과 없이 표출되고, 이렇게 표출된 의견은 점차 대중의 감정을 끌어 모아, 마침내 이성을 억누르는 집단적 집단몰지성(集團沒知性)으로 변화한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세(勢)는 모함과 거짓을 방법으로 하여 누군가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그리하여 그가 뭇 사람으로부터 치욕과 능멸을 당할 때, 다른 이가 그 결실을 유유히 누리게 된다. 온라인 선동이 유권자의 거시적 판단과 통찰을 가로막고, 지나치게 거대한 담론이 미시적 검증을 몰각시키면서 집단지성은 마비되고, 결국 대상과 목표의 선택에 오류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들은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가 자신에 대한 포지티브보다 훨씬 효율적인 선거방법이라는 결론을 얻는다.

그러나 선거는 결코 네거티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 하는 자는 그가 누구든 진정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자신이 가진 소신을 위해 정정 당당하게 선거에 임해야 한다. 네거티브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네거티브는 국민을 탓하는 것이고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 그것은 정당한 검증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것은 ‘집단지성에 의한 권력의 물리적 통제’라는 인류의 지혜를 몰각시키는 패륜이다.

19대 대선이 코앞이다. 선거가 점차 진흙탕 싸움으로 변해가고 있다. 적어도 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라면 ‘나는 오늘부터 네거티브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이 하니까 나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좀팽이 마인드로는 결코 큰 목표를 이룰 수 없다.

정치지도자라면 모름지기 정치의 도리를 따라야 한다. 공자(孔子)는 제자인 자로(子路)가 정치하는 도리에 대해 물었을 때 “먼저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여주고 백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게”라고 했고, 자로가 좀 더 가르쳐 달라고 조르자 “싫증과 권태를 느끼지 말게”라고 말했다. 정치인은 먼저 모범을 보이고 열심히 일하고 백성을 위해 일하는데 싫증을 느끼거나 나태해져서는 안 된다는, 어쩌면 너무도 평범한 이 말은 모름지기 정치인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한마디로 축약해 보여주고 있다.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군자라면 오늘의 작은 영광이나 작은 치욕에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다. 오로지 국민을 보고 큰 걸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공자는 “군자는 세상을 떠난 뒤에 자신의 이름이 일컬어지지 못할까 봐 걱정한다(君子疾沒世而名不稱, 군자질몰세이불명칭)”고 했다. 군자는 모름지기 ‘무엇이’가 아니라 ‘어떻게’에 관심을 두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분명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 선거를 하는 사람, 오늘이 아닌 내일에 시선을 두고 보다 큰 길을 걷는 사람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아니 제발 그렇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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