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진행자로서 행복감을 자주 느낍니다. 기고문의 주제를 기획한 뒤 해당 주제를 잘 써줄 수 있는 제자들에게 섭외 전화를 걸 때, 처음에는 과연 수락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긴장했던 것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로스쿨 이야기>의 섭외 전화는 한 번도 거절당한 적이 없었습니다. 로스쿨에서 법조인이 되기 위한 3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아는 사람들끼리 구전되는 폐쇄적인 ;노하우‘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개방적인 ’정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 동의해 준 제자들 덕택에 가능한 기획이었습니다. 로스쿨에 갓 입학했을 때 알음알음으로 하나씩 찾아나가면서 시행착오를 겪을 때의 막막함을 다음 기수의 입학생들은 겪지 않고 공부에 전념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기뻤습니다. 특히 실무수습 시리즈는 현재 로스쿨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에게 생생한 정보가 될 수 있는 내용이라 기고문을 의뢰하고 이야기를 기획하는 입장인 저도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충남대 로스쿨 8기 K씨의 육군본부 실무수습은 군법무관이라는 독특한 직역에 대한 이야기라 저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로스쿨에 진학한 이후에도 특유의 근성과 성실함을 잘 유지하여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K씨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로스쿨 이야기 제14화 : 실무수습 시리즈 – 육군본부 실무수습
1.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저는 지방의 한 국립 법학전문대학원에 8기로 재학하고 있습니다. 로스쿨이야기를 연재하고 계신 문덕윤 선생님의 소개로 실무실습 이야기를 다루게 되었는데 비루한 경험이지만 이렇게 쓸 수 있게 되어서 굉장히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법학전문대학원에 합격을 하였지만 정작 합격 후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고, 입학 한 이후에는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에게 로스쿨이야기는 소중한 나침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에 걸맞은 조언을 드리기 위해 노력해보겠습니다.
2. 실무실습에 대하여
가) 실무실습이란
우선 많은 신입생분들이 실무실습에 관하여 궁금해 하실 점은 ‘실무실습이 무엇이냐’, 그리고 ‘왜 해야 하는 것인가’ 일 것입니다. 우선 첫 번째로 실무실습(실무수습 또는 인턴십이라고도 함)은 법학전문대학원생이 방학 중에 변호사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이 근무하는 로펌, 공공기관 등에서 그 업무를 경험하고 배워보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자면 제가 앞으로 소개할 육군본부 실무실습은 군법무관의 직무에 관하여 경험해보고 배워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일반 로펌이라면 변호사로서 송무에 관한 일을 해보는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유는 실무실습 이수가 각 법학전문대학원에 개설된 전공필수과목인 ‘법률실습’과목을 수강하기 위한 선행요건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니는 법학전문대학원은(거의 모든 학교가 동일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무수습 시간 80시간을 법률실습 과목(3학년 1학기 배정) 수강신청의 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과목은 각 학교별로 30여 학점씩 개설되어 있는 ‘전공필수’ 중 하나이고 ‘전공필수’과목을 전부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기 때문에 실무실습 80시간(1일 8시간 X 10일)이 곧 졸업요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 실무실습 지원방법
실무실습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약 2주간 진행되는데 지원방법은 기관별로 대동소이합니다. 기본적으로 공공기관(법원, 검찰, 군법부관, 행정기관 등)과 로펌에서 법학전문대학원에 모집공문을 보내면 학과사무실에서 홈페이지의 공지란에 모집공고를 작성합니다. 학생들은 그 정보를 참고하여 이력서, 자기소개서, 각종 서류를 제출하고, 학교 또는 해당 기관은 적정 대상자를 선발하여 통보를 해줍니다. 그런데 유의할 점은 공고가 대부분 중간고사 이후부터 기말고사 기간에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지원 역시 기말고사 기간과 겹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실무실습 계획은 중간고사를 치룬 후부터 계획을 하는 것이 좋고, 해당 학기가 끝나고 있을 방학에 실무실습을 다녀올 생각이라면 바쁜 와중이겠지만 기말고사기간에 학교 홈페이지를 유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육군본부 실무실습 역시 각 학교의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이 올라옵니다. 지원을 원한다면 공지에 첨부된 지원서(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법학전문대학원 성적증명서와 함께 학교에 제출하면 됩니다.(자기소개서에는 지원동기, 국가관 및 정의관, 사회경험 등이 예시항목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제출된 서류를 토대로 1차적으로 5명 이내의 인원을 추천하고(대부분 학점순으로 추천한다고 합니다.) 최종적으로 육군본부에서 서류심사를 거쳐서 선발합니다. 올 겨울에는 총 20명을 선발하였고 학교별로 최소 1명에서 최대 3명까지 선발되어 중도포기자를 제외하고 16명이 참여하였습니다.
다) 육군본부 실무실습 일정
육군본부 실무실습 과정에서는 군대 병과 중 하나인 ‘법무’병과를 갖고 있는 ‘군법무관’의 직무에 대해 배워보고 실습해볼 수 있습니다. 군법무관은 군조직 내부의 법조인으로서 검찰, 법원, 송무, 법제업무 등을 순환적으로 하게 됩니다. 따라서 실무실습 기간에도 각 분야들을 모두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모든 과정은 우선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군법무관님이 교관이 되어 수업을 진행한 다음 실습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첫 과정에서는 군검사가 되어서 사건기록을 검토하여 피의자에 대한 공소제기를 할지 아니면 불기소할지 판단해보고, 이를 토대로 공소장과 불기소장을 작성하였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국선전담변호인이 되어서 변론요지서를 작성하였고, 군판사의 입장에서 기록을 검토하여 판결문을 작성하였습니다. 다음으로는 송무 및 법제 관련 실습은 군조직의 사내변호사가 되어서 행정소송과 관련된 실습과 양해각서를 검토하는 실습을 하였습니다. 이 때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검찰, 법원 실습 과정에서 하나의 재판기록을 수업용으로 재구성하여 자료로 활용하면서 교육 간에 연관성을 높인 것이었습니다.
라) 육군본부 실무실습의 장점
육군본부 실무실습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여러 분야의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육군본부를 실무실습 장소로 택한 이유도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경험해 보면서 장래 진로를 선택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실무실습 과정을 통해 어떤 분야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는 인적네트워크 형성이라는 측면입니다. 실무실습 기간 동안 선배 법조인인 법무관분들과 많은 소통을 하고 조언을 들을 수 있었고, 실습에 참가한 동기들과도 같은 숙소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일과 후에는 자유롭게 어울리면서 친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동기들과는 서로 학점이라는 이해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정보들을 더욱 허심탄회하게 공유를 할 수 있었습니다.
마) 육군본부에서 바라는 법조인상
육군본부에서 근무하는 군법무관은 법조인이긴 하지만 군인이라는 특수한 신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변호사들과는 다른 역량이 요구됩니다. 이는 실무실습 지원서에 병역복무정보를 작성해야하고, 작성예시항목으로 국가관 및 정의관을 써놓았다는 것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군인으로서 일하기 위해 함양해야 하는 국가를 위한 희생정신이라든지 투철한 애국심, 군대라는 폐쇄된 조직에서 근무할 수 있는 적성 등을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의 군복무를 부각시킨다든지, 군대에서 받은 표창장을 기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무실습에 온 여자동기들은 이 부분을 작성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물론 이 항목은 단순한 예시이기 때문에 다른 내용으로 작성하여도 무방하며,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여 감점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올해에는 실무수습 구성원 중 1/4이 여성이었고, 작년에는 여성의 비율이 50%가 넘었다는 것이 이에 대한 반증일 것입니다. 올해 여성동기들은 자신이 리더의 위치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리더십과 추진력을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을 작성하여 이를 보완하였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바) 내가 바라본 군법무관의 매력
비록 2주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군법무관분들을 만나보았고 여러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직업으로서 군법무관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우선 군대 역시 국가 조직이기 때문에 사기업보다는 출근과 퇴근이 자유롭습니다. 특히 비정상이 되어버린 정시퇴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 중 하나입니다.
다음으로는 군 조직 내에서 여러 직역을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직무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의무복무를 마친 후에 경력직으로 취직할 때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지고, 한 가지 업무만을 하다보면 안일하고 나태해질 수 있지만 주기적으로 직책을 바꾸다보면 다시 긴장할 수 있게 되어 집중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폐쇄된 조직인 군대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개방적인 업무 환경이 군필자인 저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군대이기 때문에 직책에 따른 상하관계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법무관은 법조인이기 때문에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서슴지 않고 법리에 있어서의 오류를 지적하고 고쳐나가는 문화가 존재합니다. 실습기간에 만난 군법무관 중 한 분이 이러한 점에 있어서는 사회에 있는 로펌보다 개방적인 면이 있는 것이 아니냐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끝으로는 선발 전형을 준비하는 부담이 다른 공직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군법무관은 변호사시험 합격(예정)자를 대상으로 매년 2월부터 4월까지 서류, 필기, 면접을 거쳐서 선발하고, 군법무관으로 선발되면 소정의 군사교육을 마친 후 대위계급으로 임관을 하게 됩니다. 전형의 시작이 2월이기 때문에 변호사시험이 있는 1월까지는 변호사시험에만 집중할 수도 있고, 다른 공직들보다 전형의 시작이 늦기 때문에 진로선택에 있어서 차선책으로도 생각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필기시험도 형사법과 행정법 분야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변호사시험 준비과정에서 정리를 잘 해놓았다면 필기시험 준비도 수월하다는 것이 군법무관분들의 공동된 견해였습니다.
3. 결어 – 실무실습 활용방안
실무실습기간은 보통 2주간 10일로써 짧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기간입니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생에게 있어서 방학은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간이고, 길어보았자 10주정도 되기 때문에 방학에서 실무실습기간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실습을 하러 간다면 자신은 다른 동기들보다 2주 뒤쳐진다고 생각하셔야 됩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실무실습은 자신에게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선택하셔야 됩니다. 우선 자신이 목표하는 진로가 있으면서 그와 관련된 실무실습을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제가 다녀온 육군본부, 혹은 국방부의 군법무관 실무실습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는 실무실습 시간을 인정해주는 특강을 수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국은행에서 진행하는 금융경제아카데미, 예탁결제원에서 진행하는 경제특강, 사법연수원에서 진행하는 수업 등이 수업시간 만큼 실무실습시간을 인정해줍니다. 이곳에서는 전문지식을 습득하거나 심화된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분야와 관련된 수업이 진행된다면 수강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법학전문대학원 3년의 기간은 한 명의 법조인으로서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빠듯한 시간입니다. 또한 방학기간은 학교수업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그 가운데 2주의 기간은 학기 중의 한 달과 맞먹는 기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시간 때우기 식의 실무실습도 가능하지만 이는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법조인을 폄훼하게 만드는 원인일 뿐만 아니라, 입시에 있어서 자기 스스로를 뒷걸음질 치게 하는 지름길입니다. 그러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무실습에 가는 것은 자신에게 독이 된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하면서 현명하게 실무실습 계획을 짜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