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 (126) - 조금씩 가벼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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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 (126) - 조금씩 가벼워지기
  • 차근욱
  • 승인 2017.02.2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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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공단기 강사

원론적으로 본다면, 살이 찌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용하는 칼로리보다 먹는 칼로리가 많아지면 당연히 살이 찐다. 나가는 것은 없는데 들어오는 것만 많으면 통장이 두둑해지는 원리랄까. 우리네 인생에서야 통장대신 복부가 두둑해지는 것이 문제이지만.

아무리 운동을 해도 운동만으로는 극적으로 날씬해지지 않는다. 운동으로만 소모할 수 있는 칼로리는 제한적이니까. 식이요법을 전혀 하지 않고 열심히 근육운동만 할 경우에는 탄탄한 비만이 될 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운동을 한 덕분에 더 살이 찌는 경우도 있다. 수영을 해 보신 분들은 한번쯤 경험하셨을지 모른다. 열심히 수영을 하고 났더니 더 허기가 져서 풀장을 나오면서부터 허기진 배를 채우다보니 더 체중이 불었다는.
 

가끔 살빼기와 관련되어 하얀 거짓말을 접하는 경우가 있다. ‘뱃살을 빼주는 체조’라던가, ‘허리를 날씬하게 가꾸어 주는 운동’과 같이. 인간의 몸은 물 풍선과 같다. 어느 일부분에만 물을 많이 넣고 어느 일부분에만 물을 적게 넣는 일이란 불가능하다. 지방이 붙기 시작하면 온 몸에 골고루 붙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뱃살을 빼고 날씬한 허리와 복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온 몸의 지방을 전체적으로 꾸주누히 감량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뱃살만 빼드립니다’라는 말은 판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고충은 있다. 한두 동작을 2~3분 정도 한다고 해서 살이 빠질 리는 만무하므로, ‘이정도 운동으로는 전혀 뱃살에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멀리 보시고 꾸준하게 10년만 운동하세요. 아주 아주 조금은 변화가 생길지 모릅니다. 아니면 말고.’, 라고 해서는 과연 운동할지 알 수 없다. 안하는 것 보다야 분명히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는 편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러니 궁여지책으로 거짓말이라도 하면서 독려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운동에 습관이 들고 재미가 생기면 진짜 살이 빠질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많던 적던 운동을 한다고 해서 먹고 싶은 것을 마구 먹어대는 한, 절대로 살은 빠지지 않는다. 결국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1순위가 식이조절이고 2순위가 근력운동이고 3순위가 유산소 운동이다. 복잡하니 하나만 골라주세요, 라고 한다면 사실 식이조절을 권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인간이란 무언가의 행동을 줄이는 것보다는 어떤 행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극적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 존재다. 그래서일까, 누구나 식이조절보다는 눈에 보이는 변화인 운동에 집착한다. 하지도 않으면서.

식이조절의 핵심이라면,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적절하게 먹는 것이다. 비싸고 좋은 something special을 먹는 것이 아니라. 하지만 막상 ‘오늘부터 다이어트!’ 라고 선언할 때부터 우리는 먹고 싶은 것을 떠올린다. 도넛, 케잌, 피자, 햄버거, 떡볶이, 순대, 감자탕, 삼겹살, 제육볶음, 해물탕, 샌드위치, 부대찌개...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개인적으로 이 허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문제는 영양성분이라는 결론에 힘입어 오트밀로 식이조절을 했었다. 오트밀은 ‘귀리’다. 100g에 320칼로리 정도 밖에 나가지 않아 밥에 비해 열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포만감을 오랫동안 유지해 주어 폭식을 예방해 준다. 뿐만 아니라 식이섬유소와 단백질, 철분, 칼슘, 프로스타클라인 성분, 베타클루칸 성분, 페롤릭산 성분으로 인해서 당뇨병을 예방하고 뼈를 튼튼하게 해주며, 고혈압과 빈혈을 개선시키고 항암작용과 피부진정의 효과가 있다. 가만히 보면 만병통치약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먹는 법은 간단하다. 요거트에 섞어 먹거나 우유에 불려 먹는다. 그냥 씹어 먹어도 되지만 그냥 먹으면 좀 질기다. 종이 씹는 맛이랑 똑같다. 그래서 우유나 요거트, 혹은 카레에 넣고 좀 기다렸다가 불려서 부드럽게 죽처럼 먹는 편이 좋다. 하지만 오트밀은 그야말로 ‘무맛’이라 처음 먹을 때, ‘이게 뭐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사실 처음 먹었을 때, 오트밀 한 그릇을 먹고 나니 온갖 맛있는 것들이 떠올랐다. 결국, 오트밀의 떨떠름한 뒷맛이 싫어 라면을 끓여 먹고 나서야 행복해 졌다. 그리고 다음번 식사 때 다시 오트밀을 먹고 허전해 카레에 밥을 말아 먹는다던가 다른 음식을 또 먹었다. 자극적인 맛에 혀가 길들여진 탓이었다. 전에 먹던 양에 오트밀까지 더해졌으니 살이 쪘다. 그럴 수밖에. 당연한 결과다.

그 때 내가 생각했던 것은, ‘오트밀로 포만감이 유지된다는 말은 뻥이다. 흥! 거짓말.’에 가까웠다. 그렇게 다이어트는 실패했지만 사실, 이 실패는 오트밀 문제가 아니었다. 마음의 허기를 음식으로 채우려 했던 결과였다. 문제는 바로 ‘나’였다. 오트밀을 먹고 나는 좀 기다렸어야 했다. 맛이 좀 없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다른 일에 집중하며 그 맛없음을 잊거나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마음의 허기를 채울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살다보면 인내심이 필요한 때가 있다. 다이어트도, 운동도, 공부도, 사업도. 금방 하나를 시도 했다고 해서 바로 결실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결과를 얻으려면 우직하게 노력하며 기다려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고요히 바라보면서, 그 허전한 마음을 의미로 채워가면서. 조바심을 내는 태도로는 중도포기 말고 어떤 답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무작정 기다릴 수만도 없는 것이 인생이다. 우리네 인생은 너무나 짧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초조하다.

최근 들어 운동과 더불어 다시 오트밀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유를 붓고 조금 기다렸다가 먹고, 먹은 뒤에도 조금 기다리기로 했다. 정 허전하고 배가 고프면 녹차라도 마시면서. 그러다보니 먹는 것도 덜 힘들고 먹은 뒤 허기도 조금은 덜한 기분이 들었다.

방법을 몰라 실패하는 사람은 없다. 방법을 알아도 자신에게 맞게 세부적으로 개선해 인내심을 갖고 얼마나 실천하는가가 성패를 좌우한다. 뱃살만 빼는 동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사탕발림이든 모두 그럴듯해 보이는 거짓말일 뿐이다. 진실은 언제나 간단하다. 뻔하고 시시한 소리지만, 오직 지극정성으로 자신을 다양하게 단련하는 인내와 성찰만이 변화를 가져온다.

우유를 붓고 오트밀이 부드러워지기를 기다리며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조급했는지, 얼마나 인내심을 발휘했는지. 얼마나 역경을 견뎌 내고자 노력했는지. 하지만, 물러서야 할 때를 놓치지는 않았는지. 그저 타성에 젖어 살지는 않았는지.

살다보면 답을 구하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답의 근사치는, 어떤 대단한 액션보다는 인내 속에 있지 않았을까. 가만히 앉아 감이 입 안에 떨어지기만 바라는 게으름이 아닌, 노력과 정성 속에서의 우직함.

비워내고 기다리는 지혜 속에, 충실하면서도 가벼워지는 인생의 비밀이 숨어있으리라. 몸도, 마음도. 그러다보면 언젠가 아등바등 하지 않아도 삶의 균형을 잡아 가는 묘미를 터득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 참, 오트밀 한 그릇에 별의 별 생각이 다 드네. 맛은 하나도 없으면서.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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