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로스쿨 이야기 11 / 민사법 “사례형” 똑똑하게 공부하기 <제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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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의 로스쿨 이야기 11 / 민사법 “사례형” 똑똑하게 공부하기 <제1편>
  • 문덕윤
  • 승인 2017.02.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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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문덕윤입니다. 이번 주부터 2주 동안, 지금까지 진행했던 실무수습 시리즈를 잠시 멈추고 변호사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최종적으로 변호사시험을 통해 평가받게 되는 여러분의 법학적 사고 능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민사법 중에서도 사례형 시험의 답안지를 작성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논증적 기준에 따라 서면을 구성하는 능력이 어떤 방식으로 점수화되어 여러분의 실력을 측정하는 자료가 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로스쿨에 들어가기 전에 LEET, 자기소개서, 면접 등의 시험을 거치는데, 사실 이 시험은 얼마나 논증적인 사고를 하는 데 능숙한지 평가하는 절차입니다. 그리고 로스쿨에 들어가면 법학이라는 전문화된 영역에서 논증적인 소통을 위한 구체적인 장치를 배우면서 단련되는 것이고, 법조인이 되어서는 자신의 언어로 세상을 논증적으로 해석하고 최선의 판단을 이끌어내야 하는 겁니다. 정연석 변호사님께서 올해 변호사시험에서 민사법 사례형 문제를 적중시키셨습니다. 시험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려면 어떤 방식을 사용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연구하기 때문에 나온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연석 변호사님의 글을 통해 논증적으로 갖추어진 사고가 시험지 위에서 표현되는 방식, 그리고 여러분이 공부해야 하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제11화 : 민사법 “사례형” 똑똑하게 공부하기 <제1편>
 

정연석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사법연수원 40기
법무법인(유한) 정률 변호사
메가로이어스 민법/민사소송법 전임교수
저서 「방법을 알려주는 고득점 사례민사법」

1. 처음, 당신이 민법 사례문제를 만났을 때

저는 법학 초심자를 위한 입문강의에서 매일 전날 수업한 내용으로 ‘사례[CASE] 문제’를 수강생 혼자 풀어보도록 합니다. 입문강의로는 최초의 시도였는데, 민법, 심지어 법학(法學)이라는 것을 처음 공부해본 사람에게 첫날부터 사례문제라는 것을 들이밀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짧게나마 시간을 들여 스스로 사례문제를 고민해보고 끄적거려 보게 한 후, 소위 ‘모범답안’을 나눠주고 해설을 해주면, 초심자들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물론 어제 공부한 내용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암기가 부족하다면 답안 작성 자체가 힘들 것입니다. 또 내용 숙지를 했어도 문제에 함정이 많거나 응용도가 높으면 풀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변수에서 지우면, 즉 수강생이 해당 진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암기를 했고 문제도 쉽게 출제된 것을 ‘전제’로 한다면, 나아가 수강생이 정답까지 정확하게 맞혔다면, 그것은 고득점 답안지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정답을 정확하게 맞힌 초심자들이 모범답안을 확인하고 보인 반응은 아래와 같이 ‘크게’ 둘로 갈립니다.

A : “정답은 맞혔는데, 그만큼의 공간에 도저히 쓸 말이 없던데요?”

B : “제가 답안지에 쓴 내용들은 모범답안에는 다 없던데요?”

이처럼 초심자가 처음 민법 사례문제를 만나서 스스로 작성해본 후 그 모범답안을 보고 느꼈던 극과 극의 반응은, 초심자뿐 아니라 모든 로스쿨생들의 ‘민사법 사례 공부방법론’에 관하여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즉, 민사법 공부의 지식과 경험이 상당 정도 쌓인 사람들도 여전히 이러한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2. A-type과 B-type, 유형별 극복방안

위 예시에서 A는 문제가 뻔하고 정답이 당연한데 무슨 그리 당연한 과정을 다 써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고, B는 하나의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도대체 어떤 사항을 과감히 버려야 하는지 구별하지 못합니다. 똑같은 문제를 두고 이처럼 서로가 극과 극의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례형 문제에서 내 앞에 던져진 커다란 ‘백지’의 답안지를 어떻게 채워나가야 남들과의 변별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시작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A의 답안지는 득점사항인 내용들이 빠져있어 점수를 받지 못하거나 결론에 이르는 논거가 부실하여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 것이고, B의 답안지는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고 아예 답안지 자체가 미완성으로 제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A-type에게는 다음의 것들이 필요합니다.

① 평상시 교과서에서 하나의 제도나 쟁점을 공부할 때 가볍게라도 그 취지를 이해하도록 합니다. ② 어떤 논의가 왜 시작되었고 그에 대한 견해의 대립은 어떠한 양상인지 대강이라도 파악합니다. ③ 판례는 지엽적 판례를 제외하고는 사안-논거-결론의 구조로 공부합니다. ④ 판례의 중요한 논거가 되는 문구는 그 자체를 외워서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해둡니다. ⑤ 어떠한 내용이 민법 규정에 있는 내용인지, 아니면 규정이 없어서 통설이나 판례가 인정한 내용인지 확실히 구별해둡니다. ⑥ 실전 답안지로서 해설이 충실한 사례집을 공부하면서 자신이 구상해본 답안지에서 생략하였으나 해설답안에는 중요하게 언급된 내용들이 그 사례문제를 푸는데 논리적으로 왜 꼭 필요한 것인지 이해하고 익혀둡니다.

B-type에게는 다음의 것들이 필요합니다.

① 평상시 교과서를 읽을 때 강약조절을 항상 염두에 두고 각 쟁점별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습관을 들입니다. ② 하나의 제도나 논의를 공부한 후 그 전체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연습을 합니다. ③ 사례집을 공부하면서 자신이 구상한 답안지에 불필요하게 기재된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 사례문제를 푸는데 그 내용이 왜 불필요한지, 그보다 다른 내용이 왜 더 필요한 것인지를 이해하고 익혀둡니다. ④ 실전 답안지 작성을 연습하면서 배점별 답안지 공간안배 및 시간안배 연습을 해봅니다. ⑤ 사례문제를 풀어볼 때도 완벽하게 다 갖추려 하지 말고 빠른 속도로 문제를 읽은 후 정답과 그 핵심 논거가 무엇인지만 간략하게 파악하는 연습을 합니다.

3. 사례형 답안지, 소위 “유익적/ 무익적/ 유해적” 기재사항

이처럼 유형별 극복방안을 정리해봤는데,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고득점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만을 모두 정확하게” 담은 답안지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답안지에 반드시 기재해야 할 유익적(有益的) 기재사항, 기재해봐야 점수로 이어지지 않는 무익적(無益的) 기재사항, 기재하게 되면 감점이 되는 유해적(有害的) 기재사항이 각각 무엇인지 잘 익혀둘 필요가 있습니다(여기서 ‘유해적’ 기재사항은 구체적인 사례문제에서 함정에 빠지거나 문제를 잘못 읽는 바람에 ‘감점’이 될 만한 사항을 기재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오늘의 주제와는 다소 무관하므로 다음 칼럼에서 소개하도록 합니다).

사실 간단합니다. 모든 사례형 문제는 ① ‘사실관계’와 ② ‘물음’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출제자가 응시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물음’에 대한 정답이고, 정확한 정답을 쓰기 위해서는 주어진 ‘사실관계’를 정확하고 꼼꼼히 읽어야 할 것입니다.

‘유익적’ 기재사항은, ‘주어진 사실관계만을 가지고 거기서부터 물음에 대한 정답까지 이르는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사항’을 의미합니다. 출제자가 하필 그러한 사실관계를 제시한 것은 대부분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 사실관계를 통해 물음에 대한 정답을 내리는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근거는 기본적으로 ① 법 규정, ② 판례, ③ 학설 정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④ 개념 정의, ⑤ 상식적 수준의 논리력 정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정답에 이르는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유익적 기재사항을 빠뜨리는 것은 꼭 그만큼 감점이 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답안지에서는 전혀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위 A-type이 주목해야 할 부분).

가령 미성년자의 행위능력 문제가 출제되었을 때 설문에 나온 부모가 친권자로서 법정대리인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보이지만, 답안지에는 사실 민법 제909조 제1항과 제911조를 반드시 기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법인의 대표가 권한 없이 대표권을 행사하였으나 상대방에게 정당한 이유가 있어 민법 제126조를 적용할 문제인 경우, 도대체 왜 법인의 ‘대표’인데 ‘대리’에 관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민법 제59조 제2항을 반드시 써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무익적’ 기재사항은, 위와 같은 유익적 기재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내용으로 보면 됩니다. 따라서 주어진 사실관계로부터 물음의 정답까지 이르는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 아니라면 답안지에 쓸 필요가 없습니다.

답안지는 내가 외우고 있는 문제와 관련된 모든 지식을 쏟아 붓는 곳이 아닙니다(위 B-type이 주목해야 할 부분). 특히 과거 사법시험에서 현재 변호사시험으로 넘어오면서 그 출제 방식은 ‘핵심만을 정확하고 간명하게 기재할 것’을 요구하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모든 제도를 언급할 때마다 기초 개념 정의와 기본 조문들을 나열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개념의 정의는, 우리 민법에 규정이 없고 학설과 판례를 통해 오랜 세월 형성된 개념이라거나 문제를 풀이하는데 개념의 정확한 정의가 필요한 경우, 예컨대 ‘대리권남용’, ‘법인격부인론’, ‘외형이론’, ‘설치‧보존상의 하자’, ‘분묘기지권’과 같은 경우에 비로소 기재하는 것입니다.

4. 맺으며

‘무익적’ 기재사항은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고 별달리 해를 끼치지도 않는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시간과 공간이 한정되다 못해 극도로 부족한 ‘시험’이라는 환경 속에서는, ‘무익적’ 기재사항이 결국 실질적 의미의 ‘유해적’ 기재사항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무익적 기재사항을 쓰는 행위는 그 자리에 그 시간에 유익적 기재사항을 쓰지 못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결국 ‘무익적’ 기재사항은 ‘유해적’ 기재사항인 셈이고, 위에서 분류한 ‘유해적’ 기재사항은 ‘이중의 유해적’ 기재사항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상 언급한 내용은 사례형에서 고득점 답안지, 안정적인 합격권 답안지를 생산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항입니다. 다음 「민사법 “사례형” 똑똑하게 공부하기 <제2편>」에서는 좀 더 심화된 내용을 “평상시 효율적 사례학습의 구체적인 방법”과 “실전 답안지 작성요령 및 팁”에 관하여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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