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권 도전한 ‘개혁 외길’ 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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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권 도전한 ‘개혁 외길’ 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01.25 12:25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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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한테 임명받기 싫어’ 판검사 거부, 인권변호사로
‘사람은 모두 귀하다’는 조모 가르침이 소명의식 밑바탕
“직접민주주의·대의민주주의 강화, 선거법 즉각개정해야”
“사시폐지 결정한 합의 존중..로스쿨 최대한 보완해보자”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높은 사법연수원 성적을 받고도 부당한 군부 정권으로부터 임용받는 게 싫어 판검사의 길을 포기한 그였다.

당시 여러 후배 변호사들로 하여금 “저렇게 우수한 사람이 왜 고생하면서 인권변호를 하려 할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15대 국회에 처음 입성해 20대 국회까지 내리 의석을 지켜온 최다선 의원 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노무현 정부에서 1년 넘는 기간동안 법무부장관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 해 12월 26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10년을 넘게 인권변호사로서, 20여년의 세월을 국회의원으로서, ‘모든 사람은 귀하다’는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한결같이 뛰어온 그가 이제는 대통령의 자리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천정배 의원은 법의 정신이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했다. 법학은 곧 인간학이라고 말하며 법을 공부하는 여러 청년들에게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 법을 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아울러 개헌에 대한 그의 구체적 입장, 주장하는 선거제 개혁의 내용, 그가 구상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청사진,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의견 등을 본지가 상세히 들어봤다.
 

 

- 사법연수원을 3등으로 수료하고도 판검사 임용을 거부한 채 돌연 인권변호사의 길을 택했었다. 사연을 듣고 싶다.

황석영 선생의 ‘어둠의 자식들'을 보면 “제미랄, 공부 못 배워 검사 안 되길 다행이지”라는 부분이 나온다. 나는 이 대목을 처음 접하고서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주인공이 풀어놓은 민초들의 생활과 거기에서 비롯된 독설은, 그 동안 내가 갖고 있던 검사에 대한 환상을 깨주었다. 아무런 고민 없이 당연하게 판검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민중의 입장에서는 판검사가 사회적으로 부정적 기능을 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을 그 때 깨달은 것이다.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버린 80년대 법조현실을 바로 보게 된 그 때에서야, 고시 공부하느라 놓쳤던 80년대 살벌한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전두환이 광주학살을 통해 집권한 사실도 그 때 처음 알게 됐고, 뒤늦게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해 갔다. 그런 끝에 판검사 임용을 받는 것이 독재자의 하수인이 되는 것과 동일하다고 느끼게 됐다. 그래서, 즉 '전두환한테 임명 받기 싫어서' 판검사를 포기하고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변호사로서 첫 발을 내디딘 곳은 김&장이었지만 곧 그만두고 조영래 선배와 함께 인권변호 활동에 매진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창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조영래 변호사는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배다. ‘조영래 선배만 모시면 앞으로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을 정도다. 그야말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던 분이다. 그렇게 10년 동안 활동을 했다.

- 지금의 가치관과 신념을 형성하게 된 밑바탕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 특히 가치관의 전환을 맞게 한 의미깊은 일화가 있다면?

섬에서 태어난 나는 할머니 손에서 컸다. 할머니는 늘 내게 “아가, 사람은 다 귀하단다. 귀하게 대해야 한단다.” 이렇게 말씀하셨고 어려운 사람들이 찾아오면 그냥 보내는 법이 없었다. 이러한 조모의 가르침이 법률가·정치가로서 내 소명의식의 밑바탕이 되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국제적인 인권행사에서 꽁지머리에 귀걸이까지 한 외국 변호사를 본 적이 있다. 솔직히 말해 당시에는, 그 첫 인상에 밥맛이 달아날 만큼 꼴불견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변호사가 꽁지머리냐’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려 깊고, 진지하고, 논리정연한 훌륭한 인권운동가였다. 그 때 내 자신이 ‘꽁지머리’라는 외관에 대해 강한 편견을 가졌다는 것을 느꼈고, 그러한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러한 에피소드를 통해 깨닫게 된 ‘인권이란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또 다른 표현이며 관용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마음에 깊이 새기면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어왔다.

- 대표적인 개혁성향 정치인이면서 최다선 의원이다. 머뭇거리지 않고 결단이 빠른 점도 잘 알려져 있다. 스스로의 성향과 이력을 근거로 ‘천정배가 대통령으로 적합하다’는 주장을 해 준다면.

김대중 총재의 부름을 받고 정치에 입문한 후, 나는 20여 년간 한결 같이 개혁정치의 외길을 걸어 왔다. 재작년 4월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 정치생명을 걸고 뛰어들어 패권주의와 맞섰던 것처럼, 새로운 길을 여는 곳에는 언제나 내 자신부터 온전히 던지고 나선 천정배가 있었다고 감히 자부한다.

나는 공직수행 기간 동안 어떠한 부패나 불법에도 연루된 바 없다. 국회의원이나 법무부장관으로서 국민이 위임해 주신 권한을 추호도 남용하지 않고 늘 원칙을 굳게 지키며 모든 문제를 공정한 자세로 대했다. 풍부한 국정경험과 경륜을 쌓았으며, 새로운 대한민국의 개혁비전과 정책도 준비해 놓고 있다.

나는 국민혁명의 힘으로 낡은 기득권 체제를 철폐하고 상생과 연대의 새 시대를 열 적임자다. 나아가 오랫동안 소외되고 차별 받아온 호남출신이기 때문에,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을 철폐해서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 최적임자이기도 하다.

-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낡은 세상을 깨끗이 청소하고, 인간존엄성이 최고 가치로 여겨지는 사회를 위해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사회의 청사진을 제시해 달라.

먼저 정치 분야는, 헌법 제1조가 규정하듯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므로 국민주권을 강화해야 한다. 첫째,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국민발안, 국민투표, 국민소환제를 도입·확충하는 조치를 당장 취해야 한다. 둘째, 대의민주주의도 강화해야 한다. 국회가 5천만 국민의 축소판이 되도록 독일식 선거제인 이른바 ‘민심 그대로 선거제’로 바꾸고,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분권형 권력구조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양축을 강화해 국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헌과 선거법개정이 필요하다. 이것들은 역사의 반동과 후퇴를 막을 안전장치이자 역진방지장치이다.

다음으로 경제 분야는, 법과 원칙이 바로 서야만 공정한 경쟁과 혁신으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첫째, 정부주도·재벌중심 발전 전략을 폐기해야 한다. 둘째,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의 재산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실효성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재벌 총수는 심각한 범죄를 저질러도 집행유예나 사면 등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마는 잘못된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끝으로 사회 분야는, 누구에게나 모든 기본권이 보장되는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각 부문의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한다. 첫째, 정계·관계·재계의 기득권 부패 카르텔을 깨고 그 구성 주체인 각종 ‘마피아’를 근절해야 한다. 둘째, 정계·관계·재계 카르텔을 오가며 음지에서 암약하는 국정원의 국내파트를 폐지해야 한다. 셋째, 국가권력, 경제권력 기타 모든 분야 거대권력의 남용이나 횡포를 감시·방지·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 ‘민심 그대로 선거제’란 어떤 것인지 조금 더 설명해 달라.

내가 제시하는 선거제 개혁방안은 다당제 구현을 전제로 하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10%의 지지를 받는 정당은 10%의 의석을, 30%의 지지를 받는 정당은 30%의 의석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민심 그대로 선거제’라고 명명했다.

다당제가 실현되면 어느 정당도 단독으로 결정할 의석이 없게 된다. 이럴 때 정당들 간의 연대와 타협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극한 대립과 승자독식의 정치가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정당들은 유권자의 지지를 더 얻기 위해 고유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결국 정책 중심의 정당이 발전하게 됨을 뜻한다. 이런 선거제 개혁으로 각 세대, 계층, 지역의 다양한 민의를 국가정책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 개헌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현행 헌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며, 주장하는 개헌의 내용은. 또 시기적으로 개헌안 추진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돼야 할 것인지.

우리 헌법의 권력구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로는 국민이 주권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제도, 즉 국민발안·국민투표·국민소환 같은 제도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통령이나 국회가 국민의 뜻과 동떨어진 행동을 일삼아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 둘째로는, 우리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사례에서 생생하게 보고 있듯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 무책임제의 폐해다. 대통령과 그를 당선시킨 측근, 정당, 지역은 모든 권력을 독식하고 갖은 횡포를 부리지만 책임을 묻기가 매우 어렵다. 그 반면 대통령을 내지 못한 다양한 소수세력, 정당, 지역은 패자절망 상태에서 소외되고 낙후된다. 이렇게 권력의 양극화가 깊어지고 정치는 승자독식을 위해 극단적인 대립과 투쟁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개헌을 통해, 소수세력도 최소한의 몫을 얻을 수 있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상생의 정치, 다당제에 기초한 합의제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이론상으로는 이를 위해, 대부분의 선진국들처럼 순수 내각제를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대통령을 내 손으로 직접 뽑겠다는 많은 국민들의 뜻을 존중해, 대통령의 권한을 내각과 지방정부에 대폭 분산시키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기적으로 개헌은 발의한 후 최소한 2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므로 현실적으로 대선 전 개헌을 하려면 탄핵 결정 전에 완료해야 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이 3월 이전으로 예상된다면 대선 전 개헌은 어렵다. 현재 많은 국민들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경우 개헌이 좌절되는 것 아니냐는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개헌을 담보할 수 있는 정치개혁 과제인 선거법 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

- 예비 법조인 및 사법시험 준비생들에게 법조인 양성 방안, 즉 사시존폐 화두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해 의견이 있다면?

사시를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사시가 장기간의 시험 준비를 요구하는 반면 합격률은 낮아 대학교육이 황폐화되는 등의 부작용 때문이었다. 사시를 폐지하고 로스쿨제도 도입을 결정한 당시의 취지와 사회적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현행 로스쿨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적극적으로 보완하면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9년에 도입된 이후 지금은 어느 정도 정착을 하는 과정 중에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로스쿨제도의 폐지를 생각한다면 그건 더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 끝으로 예비법조인과 청년법조인들, 기타 법을 공부하는 여러 청년들에게 조언이나 격려를 부탁드린다.

법을 수호한다는 것은 실질적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즉 법의 내용이 헌법과 인류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 그리고 그 법의 집행과 적용이 그러한 입법취지에 맞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가 앞으로 실질적 법치주의를 실현하느냐, 못하느냐는 전적으로 여러분들에게 달렸다.

법을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의 정신을 깨닫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법의 정신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인권에 대한 존중, 약자에 대한 배려, 공정한 시장경쟁질서 확립, 타인에 대한 관용과 같은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법공부의 처음과 끝은 인간학에 있다. 여러분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 법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법조인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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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2017-01-28 20:33:47
어휴 노답... 사시를 폐지하고 공정사회?

ㅍㅎㅎ 2017-01-27 17:50:59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낡은 세상을 깨끗이 청소하고, 인간존엄성이 최고 가치로 여겨지는 사회를 위해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그게 로스쿨 일원화입니까

저도 광주시민 2017-01-27 17:32:16
법무부장관 시절 시험한달전에 8지선다로 바꾸셨다죠.사시생들 알아서 나가 떨어지게. 문재인때문에 제대로된 공천도 못받고 광산을 지역구 노리다가 이리기웃 저리기웃 할때 국민당 들어가 광주서구을에서 1000배 하면서 바짝 낮출때만해도 이런 생각 갖고 있는지 몰랐네요.1000배는 쇼였나요.

광주시민 2017-01-26 17:52:08
호남에서 국민당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문재인이나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하는 목적이었다 ..그때 천정배를 전라도민이 불쌍히 여겨 동정표..이제 어림없다..약은 짓만 골라하는 국민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같이 21대 총선에서 사라질 것이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정치 질서를 원한다..

고형 2017-01-26 01:45:59
의원님 합격률낮은 사법시험때문에 문제라는 것은 고시낭인 생긴다 이것인데 대통령 낭인인 의원님도 심히 걱정되니 이제그만 도전하세요!
보완된다고요? 면접이란 제도가 사람개인에게 전적으로 달려있고 제도로 해결은 포기하겠다는 뜻인데 무엇을 보완한다는 것인가요? 실컷 본인 위대함 이야기하다 단순히 보안된다는 말로 무책임한 행동을 보여주시는 것은 다른이들이 로스쿨을 편드는 이유가 그렇듯 그쪽이 기득권이 될것 같아 줄서보겠다는 것은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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