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로스쿨 이야기 4 / 나의 형사법 정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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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의 로스쿨 이야기 4 / 나의 형사법 정복기
  • 문덕윤
  • 승인 2016.12.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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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이어 형사법 분야의 성적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민법이 일반적인 생활관계 전반을 폭넓게 규율하는 법률이라면, 형법은 개인의 행위가 타인에게 피해를 입혀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심대한 영향을 주는 경우 국가가 강제력을 행사하기 위한 규칙입니다. 그래서 민사법과는 접근 방식이나 사고 체계가 조금 다릅니다. 형사법은 검찰을 생각하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한 학생들에게는 특히 체계적인 학습이 중요한 분야라는 점에서, 민사법 분야에서의 극복기에 이어 형사법 분야에서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이야기를 하나 준비해 보았습니다. 이 학생은 학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습니다. 비법학도들이 1학년에 입학하여 겪는 시행착오와 혼란을 똑같이 겪었고, 자신의 공부방식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고민해서 제 길을 착실하게 걷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왜 법학을 하고 있으며, 이 분야의 공부가 법조인에게 어떤 자세를 요구하는지에 대해 꾸준히 생각하고 있으며, 공부에 치이는 와중에도 이 글이 다른 이에게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응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해 주어 고마웠습니다. 서울대 로스쿨 7기 P씨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겨울의 검찰실습에서도 또 새로운 경험을 하고 한뼘 더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제4화: 나의 형사법 정복기

1. 들어가며

저를 비롯한 비법학사 입장에서는 모든 과목을 출구를 모르는 미로 정가운데에서 헤매는 느낌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되지만, 적어도 노력과 시간에 비례하여 학점이 나오는 다른 과목들과는 달리 형법은 노력과 시간으로는 부족한, 제가 스스로 채우지 못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 느낌에 막막해하고는 했습니다. 더구나 민사법 성적을 내기 바쁜 입학 후 1년동안, 형사법을 잡고 그 공부방법을 찾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처음부터 법학 공부방법에 특출 나게 적응하여 성적을 낼 수 있는 소수의 사람이 아니라면, 이 글이 직접 부딪혀 경험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빨리 미로의 출구를 찾아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 일반적인 공부방법: 반드시 관리해야 할 두 가지, 시간과 멘탈.

형사법에 관한 공부방법을 설명하기 이전에, 제가 법전원에서 총 4학기를 보내면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을 간략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첫 번째로, 시간 관리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첫 학기에 하루 왕복 3시간 30분의 시간을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통학하며 보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8시쯤 학교에 도착하고, 저녁 10시에 도서관에서 일어나 12시에 집에 도착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히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고, 부족한 공부시간을 채우려 지하철에서 책을 들었으나 잠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성적은 좋지 못했고,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 것에 비해 부족한 학점은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낮추고 미래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했습니다.

결국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성적을 올리는 일이었습니다. 누군가 제게 2학년 1학기에 갑자기 성적을 올리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저는 단연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공부할 수 있는 시간’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완전히 다릅니다. 보통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있다가 기진맥진한 몸으로 침대에 누우면 모든 사람들이 뿌듯함을 느끼기 마련인데, 이런 뿌듯함은 하룻동안 체화시킨 공부량과는 하등 상관이 없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집중한 시간의 절대량입니다. 저의 경우, 아침잠에 굉장히 취약한 편이고 상대적으로 저녁시간에 집중력이 높아지는 타입이라 보통 새벽 2시 반에 잠들어 아침 8시 반, 9시쯤 기상하는 패턴으로 생활했습니다. 무엇보다 잠을 줄이는 것은 오히려 깨어있는 시간에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잠을 덜 자고 1, 2시간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하루에 집중해서 한 공부량을 비교하면 잠을 충분히 잔 날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단지 잠을 줄일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는 느낌을 받을 뿐이라는 것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두 번째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이 바로 멘탈 관리입니다. 어느 법학전문대학원이건 대부분의 학생들이 각자 항상 1, 2등을 다투는 위치에서 자신의 삶을 구성해왔을 것입니다. 입학 직후, 곧 자신이 동기들 사이에서도 우수한 집단에 속하리라는 기대와 다짐을 해보지 않은 사람 역시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학기를 보내고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학점을 받으면서 생각 외로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사람들이 꽤 많이 생깁니다. 정신적으로 무너지면 곧 체력적으로도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이는 결코 사람들이 약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 경험해보는 방대한 공부량과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견디며,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을 들였음에도 그에 못 미치는 결과를 받아 드는 것은 누구에게나 절망감을 안겨주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1학년은 법학 공부에 대한 적응력이 누가 더 빠른가의 문제이지만 2, 3학년, 나아가 변호사시험에서 성적을 가르는 것은 누가 더 빨리 이성을 되찾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며 해결책을 모색하는가에 관한 문제라는 점입니다. 특히 낮은 성적을 받은 뒤에도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이를 해내고 2학년에 올라 중하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성적이 상승하는 케이스를 선배와 동기들로부터 꾸준히 보아왔고, 그 반대의 경우 역시 다반사입니다. 처음 입학 당시의 목표가 좋은 성적을 내는 법전원 학생이 아니라, 좋은 법조인이 되는 것이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3. 형사법이 가진 특유한 공부방법

(1) 판례를 다독하고 질문을 던질 것: 법원의 규범 판단 따라잡기

보통 민사법의 경우 조문에 법률요건이 명시되어 있고 대부분 정형화되어 있는 논리가 존재합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다수의 사례집이 보여주듯 답안 작성 요령이나 문제 풀이 방식 역시 보편화되어 있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민법을 꼽다 보니 많은 시간을 민법에 투자하게 되는 것도 민법의 맥을 형법보다 더 빨리 잡도록 하는 원인 중 하나일 것입니다.

문제는, 많은 입학생들이 이러한 민법의 공부방법을 그대로 형법 공부에도 적용시키게 된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 조문을 읽고 구성요건과 판례에서 적용하고 있는 학설을 외운 뒤, 민법 답안처럼 학설-판례-검토의 순서로 써내려 가는 방식을 그대로 취하여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민법과 같은 태도로 형법을 대하는 것은 형법의 특성을 간과하도록 하기 쉽습니다. 형법의 판례는 민사법과 같이 일관된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구체적인 규범 판단이 주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형사법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받아본 적 있는 학생이라면 다음과 같은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교수님이 문제로 낸 애매한 형사법적 상황에 학설, 판례가 취하는 태도를 기계적으로 채워 넣고 사안 포섭 순서에 다다르면, 민법과는 달리 뚜렷한 정답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여 살인죄가 되는 것과 과실치사로 해결하는 것은 어떤 쪽이든 각각 상황에 따라 개인적으로 판단하기 나름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갈래에 서서 어떤 죄명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고민하다 보면, 판사가 된 것 마냥 마음대로 가치판단을 하여 결론을 내버리는 실수를 범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각자 자신의 결론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점이 낮게 나오면 납득하지 못하고 자신이 형사법과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재수강을 포기하는 경우가 제 주위엔 다른 과목보다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판례가 형사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떤 규범적인 판단을 내리는지를 정확히 공부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형법 공부에서 판례를 되도록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판례는 절도죄에 대하여 밀접행위시설을 취하여 재산죄의 보호법익을 침해하는데 밀접한 행위가 개시되는 순간 실행의 착수를 인정합니다. 그런데 같은 학설을 취하면서도 자동차의 문고리에 손을 대는 것은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보면서, 집의 초인종을 눌러보는 것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 등 형사사건에 있어서 법원은 개개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법원의 규범적 판단 과정을 거칩니다. 이를 단지 ‘밀접한 행위를 하는 경우 절도죄가 성립한다’라고 치부해버리면, 시험에서 초인종을 누른 아무개를 법원의 판단과는 달리 밀접한 행위로 판단하여 절도범죄자로 만들어버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 판단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차이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비슷한 상황요건 하에서도 법원의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 어떤 부분에서 법원이 다르다고 본 것인지를 숙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죄마다 인정례와 부정례를 다독하고 “왜 이 경우에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지?” “비슷한 행위인 것 같은데, 그 인부가 달라지는 것은 어떤 부분을 다르게 판단한 것이지?” 하며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법원이 실제로 그와 같이 판단한 이유가 무엇인지 판례 속에 명문화되어 있지 않더라도, 스스로 법원의 그것과 가까운 규범적 기준을 자연스럽게 세우게 됩니다. 저 역시 그저 판례와 학설을 외워 서술한 후 자의적으로 결론을 내리던 것에서 벗어나, 판례의 판단 이유를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도록 노력했고, 그 결과 형법 재수강 및 형사재판실무 과목을 1학년 때와 달리 수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상상적 경합, 실체적 경합과 같이 가장 자주 헷갈리는 죄수 판단을 익히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는 공부방법이기도 합니다. 한 개의 행위가 동시에 두 개의 범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두 개의 행위가 있어 각 범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하는지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구체적으로 각 상황마다의 행위를 통합시키거나 분절시키면서 직접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단지 기계적으로 상상적 경합, 기계적 경합을 외우다 보면 시험장에 들어가 헷갈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형법은 암기가 아닌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과목이라는 것입니다.

(2) 교수님의 특성 파악과 시간 배분의 중요성

형사재판실무와 같은 실무과목이 아닌 형법총론, 형법각론의 경우 이를 가르치시는 교수님이 어떤 논리적 입장에 서 있는지를 익히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물론 판례의 태도를 취한다고 하여 그 이유만으로 점수를 깎는 교수님은 없겠으나, 아무래도 교수님이 쉽게 동조할 수 있는 논리를 펴거나, 교수님이 취하는 학설을 자세히 적어주는 답안이 좀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형법 각론은 비교적 문제에서 논해지는 범죄가 무엇인지 포착하는 것이 어렵지 않으나, 법전원에 입학하여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형법 총론은 각론을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추상적으로 다가오는 개념들이 많아 문제를 분석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 역시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유독 강조한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를 정리하여 대비하여야 하며, 전반적인 내용 이해가 부족하다면 교수님의 논리라도 익혀두어야만 합니다. 시험은 결국 교수님께 배운 내용을 다시 표현해내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형사법 과목 시험의 경우 유독 생각할 시간이 부족한 시험 유형이 잦았습니다. 따라서 문제를 읽어 내려가는 순간, 논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메모하여야 합니다. 논점이 보이지 않는다면 일단 다음 문제로 넘어가거나, 눈에 보이는 것부터 작성하기 시작하는 것도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논점이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무엇일까 문제를 보며 고민만 하는 것은 오히려 시간 안배에 실패하도록 하여, 알고 있는 내용조차 제대로 적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어렵고 애매한 문제를 마주하였다면, 모든 논점을 잡아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일단 대담하게 써내려 가는 것이, 부족한 시간에도 최선의 답안을 작성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사법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동기들 중에는 시험 범위에 포함된 모든 쟁점을 목차화시킨 후, 모든 문제에 이를 순서대로 작성하면서 논점이 되지 않는 부분은 간단히 축약하되 논점이 되는 부분만 자세히 서술하여 쟁점을 빼놓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학우도 있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방법은 손이 유독 빠른 사람이 아니라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으니 개인 성향에 따라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4. 마치며

저는 검사가 되려는 마음가짐으로 법전원에 입학하였습니다. 입학 전, 법학을 공부하는 방법이 따로 있으며 이에 적응하는 것이 비법학사들에게는 관건이 될 것이라던 선배의 조언을, 언제나 공부의 정도는 노력에 있을 뿐이지, 특별한 공부방법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며 흘려들었던 저는 1학년 1학기 성적을 받고 나서야 이를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이어 1학년 2학기에도 법학 공부방법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고민하며 물이 솟아오르지 않는 구덩이를 여기저기 파보고 실패하는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감정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작성했습니다. 물론 일정 비율 이상은 어쩔 수 없이 낮은 학점을 받고 제가 겪었던 것과 동일한 정신적 고통을 견뎌내야 할 수 밖에 없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성적 상승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조언이지만, 이 글이 훌륭한 법조인을 꿈꾸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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