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뮤지엄 산과 공간의 의미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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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뮤지엄 산과 공간의 의미변화
  • 신희섭
  • 승인 2024.05.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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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드디어 뮤지엄 산을 방문할 수 있었다. ‘드디어’를 붙인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동안 가보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가지 못하다 ‘결국’ 방문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기대했던 것을 ‘마침내’ 이루었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었다.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다.

여러 의미를 담은 5월의 어느 날 원주의 뮤지엄 산을 찾았다. 예전에도 오크밸리는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오크밸리 내 이런 시설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한 마디로 존재 자체를 몰랐다. 존재하는 특정 공간이 의미가 있다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니다.

이곳은 한솔 문화재단이 2013년에 개관을 했다고 하니 벌써 10년이나 지났다. 10년 사이에 한솔재단이 만든 오크밸리는 경영난으로 현대산업개발에 매각되었지만, 뮤지엄 산만은 매각에서 제외되었다고 한다.

뮤지엄 산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주차장에서 연결된 잔디 길을 따라 이어진 웰컴 센터를 지나 꽃들의 공간인 플라워 가든, 물을 수평적으로 잘 배열한 워터가든을 지나면 인상적인 본관 건물이 나온다. 그리고 본관의 직선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나오면 돌무덤 형상의 스톤 가든이 나오고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과 공간을 이용해 작품을 만든 제임스 터렐관이 나온다. 산 정상을 이용해서 예술적으로 배열해둔 이 장소들을 둘러보고 카페로 나왔다. 야외카페에서 맞은 편을 바라보면 여유롭기 그지없다.

최근 방문한 장소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이자 공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봄날의 여유를 잠시나마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감사했고, 자연경관을 보기 어려운데 자연 속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감사했다. 가을 햇볕에 다시 한번 들러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뮤지엄 산은 몇 가지 공간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첫 번째는 미술관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했다. 우리는 미술관에 미술작품을 보러 간다. 비유하면 미술작품이 주인공이고 전시공간인 미술관은 조연 역할과 유사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내부의 미술작품이 조연이고 미술관 자체가 주인공 같았다. 미술관에 가서 미술관의 공간을 느낀 것이 더 인상 깊었다. 자연과 어우러진 건축물의 배열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수평적으로 물을 배열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 덕분에 불규칙한 산속에서 규칙적인 수면을 느끼는 맛이 있었다.

두 번째는 공간이 시간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가본 미술관이나 유명한 사찰들은 한 번 둘러보고 나면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론 내부의 작품에 관심이 많거나 문화재 자체를 충분히 아는 사람들은 다르겠지만, 이 분야의 문외한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안 걸린다, 어떤 경우에는 안타까울 정도로 짧다. 비싼 입장료를 냈는데 “에계 이 정도야!”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 뮤지엄 산은 아주 공간이 광활한 것이 아닌데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물론 제임스 터렐관이나 명상관과 같이 시간을 늘려주면서 의미를 더해주는 공간이 있기 때문이지만, 잘하면 반나절은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세 번째는 지역이라는 공간을 살릴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사실 오크밸리는 골프 치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하지만, 일반인이 자주 가는 곳은 아니다. 그런데 뮤지엄에는 평일에도 제법 사람들이 찾아왔다. 관광을 오는 이가 많지 않은 지역에 새로운 명소가 된 것이다. 계절에 따라 자연환경이 바뀌기 때문에 뮤지엄은 그 자체가 색다른 의미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방문객마다 방문하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사람들을 이 지역으로 불러모은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다. 게다가 다음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게 만드는 것은 더욱 의미가 크다.

과거 한국관광공사 사장분이 한국 관광지의 아쉬움을 가서 시간을 쓸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다고 짚었다. 그때도 지금도 많이 공감한다. 그런 점에서 뮤지엄 산은 반나절은 붙잡아 둘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그 주변에 나머지 반나절을 붙잡아줄 다른 공간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그럼 원주에도 좀 더 생기가 돌지 않을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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