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그 어려운 시험을 해 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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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 어려운 시험을 해 냈군요”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11.11 19: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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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렇게 물든 들녘에 만족하며 농부들의 추수도 이젠 끝이 났다. 결실의 계절을 지나 새로운 봄을 향한 동면에 들어가는 계절이다. 수험가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합격, 불합격이라는 희비가 교차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농부들의 심정과 매 한가지가 아닐까 싶다. 혹자는 풍년에 환한 미소를 띠는 반면 망친 농가는 울상이다.

나이가 들수록 소소한 삶의 재미는 늘고 사소한 문젯거리들은 별 것 아니라는 자기 최면과 요령, 적응력 등은 강해지는 듯하다. 새로운 도전은 싫고 삶에 그냥 만족하는 우리의 대다수 평범한 국민들의 마음가짐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지난 2일 세무사 2차시험 합격자가 발표됐고 9일에는 5급 공채(행정), 공인노무사 최종합격자, 변리사 2차시험 합격자가 발표됐다. 이어 11일에는 제58회 사법시험 최종합격자도 확정됐다. 수일 전부터 설렘반 걱정반으로 밤잠을 설쳤을 수험생들의 애처로움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의 부모들 또한 답답한 심정에 본사로 전화를 걸어오곤 한다. 어디 말동무나 되어 달라며 기자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노년들을 대상으로 삶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이었는가를 묻는 질문에 “왜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살았을까”라는 항목이 1위를 차지했다는 어느 설문조사 결과가 떠오른다. 될까 안될까, 할까 말까 등과 같은 삶 속의 순간순간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인생 본연의 감정이어서다.

하지만 지난 십 수 년간 수험가를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소소한 행복보다 도전을 통한 성취감이 더욱 소중하고 삶에 박진감을 더해 준다는 것을 체득할 수 있었다. 천재든, 둔재든, 평범하든 간에 도전은 아름답고 부러운 법이다. 그래서 실패 또한 아름답고 청결한 삶의 흔적이다. 매년 이맘때면 도전과 응전의 새로운 이치들을 더욱 체감하게 된다. 늘 접해 왔던 수험생들 중 누구는 합격하고 누군 실패했다는 것을 목도하면서 합격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축하를 전하고 불합격자에게는 위로와 함께 내년의 건승을 기원하곤 한다.

말없이 핸드폰 문자만으로 “불합격 했어요”라고 전해 오는가 하면 손수 전화를 걸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숨가쁜 목소리로 “합격”을 전하기도 한다. 또 소식이 전혀 없는 이를 통해서는 불합격을 추측케 한다.

늦가을에는 기자뿐만 아니라 동료 기자들 역시 분주해 진다. 합격자 인터뷰 진행, 합격수기 의뢰 등으로 바쁘고 이를 다시 탈고하느라 온종일 자판을 두들긴다. 합격이라는 기쁜소식 하나가 본인뿐만 아니라 기자의 손마디를 통해서도 공유가 된다. 알고 있는 수험생들 모두로부터 합격수기를 받으면 좋으련면 일부는 탈락하고 일부는 합격하기에 한편으로는 못내 미안하기도 하다.

읽고 또 읽어도 감동적인, 인생역전의 인터뷰와 수기가 있다. 또 덤덤한 필체로 무던한 희열을 느끼게 하는 것도 있다. 1~2년만에 시험을 통과했다는 수기는 자신감이 배여 있다. 마치 “그 어려운 시험을 제가 해 냈습니다. 그것도 단 한 번 만에...”와 같은 매력을 발산하곤 한다. 그러면서 종종 느끼는 것은 올해 또 불합격한 소위 노장 수험생들로부터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불합격 수기’를 받아 보고 싶은 욕심도 일곤 한다. 불합격을 피하는 법이란 곧 합격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어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불합격 수기 섭외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써줄 수험생이 어디 있을까 싶어서다.

종종 상담해 왔던 학부모님들을 통해 자녀가 합격했다며 전해오는 감사의 전화는 1년간 시름해 왔던 업무의 중압감을 떨쳐 주기도 한다. 그래서 은근히 늦가을이 기다려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불합격으로 우울해 하는 수험생들의 잔향은 내년 반복될 업무를 기약하게 하곤 한다.

이 늦가을. “그 어려운 시험을 해 냈군요”라며 합격자들에게 앞날을 축복한다. 내년에 다시 도전할 수험생들에게는 “그 어려운 시험, 꼭 해 내세요”라고 응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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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2016-11-14 14:16:50
내년에 다시 도전할 수험생입니다.
고마워요 기자님!

000 2016-11-12 09:29:37
그어려운 시험을 해냈군요 이표현이 권위 용 기득권 사회의 부조리와 묘하게 매치되는것같아 먼가 씁쓸하다 겸손의반대되는표현이기도 하고 거만의 씨앗이 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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