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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56)
박준연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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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11  09: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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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외국인으로 생활하기

최근 회사에서 서울 오피스를 개소하면서 이번달에는 몇 번 서울 출장갈 일이 생겼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도시가 서울이지만 서울 전체를 속속들이 아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서울은 안간 사이에 바뀌어, 갈 때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도 한다.

미국 로펌에서 근무하면서, 뉴욕에서도 도쿄에서도 팀의 유일한, 혹은 드문 한국인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한국에서 생활할 때보다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내가 한국인이라는 자각을 느끼는 빈도가 잦다. 일과 관련된 부분이든 아니든, 한국인으로서, 한국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내 의견이나 행동이 한국인을 대표한다는 부담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로스쿨 학생 시절 동기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무심코, "그런데 한국인들은 말이지 ..." 하는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그러자 동기는 나를 잠시 보더니 "설마 네가 내가 처음 만나는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하고 농담처럼 대답했다. 그 이후, 내가 의도하지 않게 일반화를 하고 있지 않은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로스쿨을 졸업할 무렵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의 외국인으로 살아가기(Being foreign) 특집 기사를 읽게 되었다. 미국에서 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이라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문단을 우리말로 옮겨보면 이렇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잃어야 한다.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딜레마를 요약하자면 자유와 연대 사이의 선택, 즉 자유가 가져오는 즐거움과 소속이 가져오는 즐거움 사이의 선택이다. 집을 좋아하는 사람은 소속감을 선택한다. 외국인은 자유의 즐거움과 함께 수반되는 고통을 선택한다.”

물론 외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모두가 외국 생활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일할 때 공익 변호(pro bono)로 난민 지위 인정 신청을 준비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담당했던 클라이언트는 본국에서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여러 차별과 물리적 폭력을 경험했다. 난민 자격 신청에 첨부하는 진술서를 준비하기 위해 그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야 했는데 클라이언트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이런 경우는 외국 생활이 선택이 아니고 본국에서 피할 수 없는 핍박에서로부터의 탈출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생활에서 딱히 불만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외무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꼈던 나에게 미국 로스쿨 진학은 무거운 선택이었다. 이후 그것이 잘한 선택인지, 더 나아가 그 선택을 번복할 수는 없는지 고민하는 고비도 몇 번 있었다.

외무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한 것은 낯선 곳에서 생활하는 데에 저항감을 별로 안 느끼고, 오히려 즐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처음 뉴욕 생활을 하면서, 나를 포함해 로스쿨 1학년생 셋이서 같이 쓰는 로스쿨 기숙사 아파트에서도 종종 외로움이 엄습해 오곤 했다. 하지만 로스쿨 공부나 취업 준비의 고통이 외로움을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난주 짧은 서울 출장을 다녀오면서 느낀 것은, 외국 생활이 아무리 길어져도 역시 내 나라 만한 곳이 없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모국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물론 우리말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해서 오해가 전혀 따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어로 일하고 생활하다가 우리말이 통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 오히려 신기했다.

하지만 출장중 호텔에서 묵고 도쿄의 집에 돌아와서 익숙한 창밖 풍경이 보이자 드디어 집에 왔다는 생각에 또 안심을 하게 되었다. 모국은 내게 무엇이고 또 집은 모국과 별개일 수 있는가. 주말에는 그런 생각을 잠시 했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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