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경제 리더십, 정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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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경제 리더십, 정치 리더십
  • 신희섭
  • 승인 2016.10.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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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베리타스법학원전임

나쁜 소식들이 많다. 한국의 가장 대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가 새로 선보인 갤럭시 노트 7이 단종이라는 특단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1차 리콜 시 손실비용까지를 포함하면 3조 6천 억원을 넘는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도 세타 2엔진을 사용한 미국소비자(소나타 소비자 88만명)에게는 리콜을 해주기로 하였으나, 국내 소비자에게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비난의 직격탄을 맞았다. 에어백논란으로 내수시장차별논란을 겪은 뒤에 재발된 이슈로 현대 자동차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바이오업계의 스타인 한미약품은 독일제휴사와의 8,000억 원짜리 계약해지라는 악재를 개장이후 29분 뒤에 공시를 하여 문제가 되었다. 늦장공시로 인해 공매도세력의 이익을 챙겨주고 개인투자자들에게 심각한 손해를 끼친 것이다. 스타기업들의 악재들로 한국경제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나쁜 소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공간에서는 악재들이 더 많다. 10월 7일 중국불법어선이 한국해경의 고속단정을 침몰시키는 사건이 생겼다. 한국 측 외교적 항의에 10월 10일 중국 외교부는 겅솽(耿爽) 대변인을 통해 중국이 이 문제를 알아보고 있으니 "한국 측이 양국 관계, 지역적 안정이라는 큰 틀에서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해당 문제를 처리하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사드문제와 북한 문제라는 한-중 간 외교적 갈등 상황에서 중국 측은 유감 표명도 없이 “알아서 잘해!”라고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 중국의 오만함만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권위부재와 한국의 외교적 무능력이 분노를 느끼게 한다.

국내정치를 돌아보면 화는 가라않지 않고 오히려 갑갑함은 더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한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를 넘는 상황은 기업위기가 곧 국가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게 한국의 경제토대를 취약하게 만들었다. ‘아시아회귀 정책’으로 대표되는 미중간의 대립 심화하는 지역외교환경의 악화까지 겹쳐있는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국내정치에서 리더십이 잘 보이지 않는다.

국정감사이전부터 우병우 민정수석문제가 국내정치 중심무대에 섰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사표처리 과정도 중심무대로 왔다.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정세균국회의장의 국회 개회사발언은 정치중심에 의장사퇴와 단식을 끌어들였다. 국회의장이 우병우 수석문제를 제기한 것이 중립의무위반이라는 점을 들어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의장사퇴를 촉구하면서 단식에 들어갔다. 무엇을 위해 왜 단식인지의 명분없는 단식은 대통령의 따뜻한 위로로 끝이 났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황당하다.

국정감사과정의 연일 미르재단과 K재단도 정치 중심무대에 주연으로 등장했다. 모금액수와 모금방식도 문제지만 문제의 핵심은 재단의 실체가 누구인가로 온통 관심이 쏠려있다. 박근혜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이라는 인물이 등장했다. 전 남편인 정윤회라는 인물과 두 사람 사이의 딸까지 연이어 무대에 등장하면서 연이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정치제도 외부에 있는 이들이 한국정치의 중앙무대에서 열연중이다. 재단문제와 관련해 가족구성원의 등장과 전경련의 자발적인 모금방식이란 설명을 듣는 시민들은 당황스럽다.

국회는 농림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역대 6번째로 통과시켰다. 대통령은 역대 처음으로 해임건의안을 거부했다. 해임건의안은 말 그대로 건의안이기에 받아들이지 않고 소신 있게 자기사람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취지이다. 특혜시비에 대한 모호한 해명과 자신의 신분배경 탓을 하는 정도의 자질을 가진 장관을 소신의 관점에서 등용하는 것을 보면서 시민들은 황망하다.

삼성과 현대로 대표되는 한국 대기업들이 지금 상황까지 오기 위해서는 그룹을 이끈 지도자들의 동물적인 경제 감각과 탁월하게 미래를 보는 비전이 있었고 몇 년에서 몇 십 년의 투자를 관철해 성공을 이루려는 의지가 있었다. 이러한 소신과 고집스러움이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삼성이 자동차에 투자했던 사례처럼 소신은 허망한 신기루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을 이끄는 리더십은 장기적인 미래를 보면서 주변의 우려와 조언을 무시할 수 있다. 기업 구성원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면서 달려가기 때문이다. 기업이 잘되어야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잘되기 때문에 구성원은 모두 한 배를 타고 더 많은 ‘부(富)’라는 한 곳을 향해서 간다.

정치리더는 다르다. 국가라는 배는 기업과 다르다. 국가라는 배 안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선호를 가진 사람들이 타고 있다. 게다가 부, 권력, 명예와 같이 각자 가고자 하는 목적지도 다르며 다들 자신이 먼저 그 목적지에 다다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다양한 이들을 이끌고 여러 목적지를 가려면 선장은 뛰어난 판단력 뿐 아니라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어느 곳을 먼저 가고 다음 곳을 갈 것이라고 설득해야 기다리는 승객들을 초조하지 않게 할 수 있다. 말은 쉽지만 이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인류의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조차 이런 문제를 정치학의 가장 난제라고 했다. 인류의 위대한 천재 아인슈타인조차 “정치가 물리학보다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

정치는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만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더 문제는 이 국가라는 배에는 선장인척 하는 선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때로는 배를 이끌어 달라고 위임받은 선장이 판단하는 ‘머리역할’ 대신에 조타수 역할이나 갑판장역할을 하고, ‘수족역할’을 해야 하는 조타수가 배를 이끌기도 한다. 권력욕이 강한 선원과 정치적 복잡함에 무기력해진 선장은 같은 원인에 기인한다. 역사 속에서 고독한 판단을 내리는 리더로 역사에 남고자 하고 하면 주변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다. 자신의 고독함을 이해하는 측근만은 믿게 된다. “이 사람만은 믿을 수 있어”라고 판단을 내리는 그 순간 선장은 선원의 노예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선장은 선원을 불신해야만 하는가? 선원을 불신하면서 배를 같이 항행하자고 할 수는 없다. 리더와 참모 간에는 신뢰가 필요하다. 한편 그 참모가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을 따를 수 있다고도 여겨야 한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상황에서 물리학적이고 기계적인 답은 없다. 리더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여러 출처의 정보들을 검토하면서 참모를 평가하겠지만 최종 몫은 리더에게 있다. 리더의 판단력.

정치리더십은 그래서 이율배반적이다. 타인과 자아에 대한 신뢰와 불신의 양면성을 오간다. 마치 물체가 끊임없이 운동을 하듯이 리더 역시 신뢰와 불신 사이를 지속적으로 오가면서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이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은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여러 사람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균형을 잡아보려는 자기 성찰은 매우 중요하다. 정치는 합리성과 감성사이를 오고가기에 더욱이 리더는 신뢰-불신, 합리성-감성사이의 역동성을 이해하고 본인 스스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고독하지만 균형을 맞추려는 부단한 노력. 그래서 지도자는 어려운 자리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현재 한국 시민들이 보고, 듣고 있는 정치 리더의 “자신에 대한” 소신의 정치는 균형적이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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