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소리]딸기 맛 농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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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소리]딸기 맛 농약
  • 법률저널
  • 승인 2004.06.1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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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자주 가던 음식점으로 '불티나 빵집'이란 곳이 있었다. 시장 안에 있었던 작은 분식점 이었는데 누나가 월급날이면 데리고 가서 그 집 메뉴중에서 제일 맛있는 만두를 사주곤 했다. 어릴 적 먹었던 음식 중에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베스트 메뉴 중의 하나다. 그래서 그 분식집에 자주 가게 되었는데, 한번은 나와 비슷한 먹성을 가진 친구 놈하고 하교길에 들렀다. 만두 말고도 오뎅, 떡볶이, 튀김등도 있었는데 만두를 먹다보니 오뎅이 눈에 들어 왔다. 그래서 아주머니한테 꽃혀 있는 오뎅 전부를 갖다 달라고 했더니 이상하게 쳐다 보았다. 둘이서 분식점에 가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나왔다.


우리는 항상 그랬다. 중국집에 가도 나는 볶음밥, 친구는 잡채밥을 시키면 단골손님이라고 서비스로 군만두를 주었지만 항상 짬뽕도 시켜서 나눠먹었다. 미필적 고민과 인식 있는 과식의 시발점인 셈이었다. 이렇게 먹어 댈 때, 제일 불만이 있었던 사람은 조금만 먹어도 살이 쪄서 몸무게가 많이 나가던 친구였다. 자기보다 몇 배는 더 먹는데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찌는 우리를 그 친구는 무척 부러워했다. 그럴 때마다 살은 먹는 것 보다 체질이라며 부모님께 감사해야 한다고 투덜거리던 친구가 생각이 난다. 아무튼 요점은 정성이 가득 담긴 불티나 빵집의 만두는 맛있었다는 것이다.


화제의 영화 '올드 보이'의 스토리를 바꾸어 놓을 만한 '쓰레기 만두' 뉴스가 우리를 분노케 한다. 주인공 오대수가 15년 동안 갇혀 지내면서 먹은 군만두의 맛 하나만을 기억함으로써 자신이 갇혀 있었던 곳을 찾아가면서 복수극을 벌이게 되는데, 아마도 지금 스토리를 다시 쓰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15년간 썩은 만두를 공급한 업자를 찾아 나서는 것으로 바꾸고, 회집에서 살아 있는 낙지 먹는 장면을 만두집에서 만두 속을 퍼먹는 장면으로 바꾼다음, 15년간 쓰레기 만두만 먹인 이유는 15년 전 만두가게에서 만두 먹을 때 자기보다 단무지를 하나 더 먹었기 때문으로 바꾸면 어떨까?


그러면 끊임없이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인간 쓰레기들(그 종류와 사건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색소로 만든 고춧가루, 허리띠를 만드는데 쓰는 공업용의 꼼 장어, 농약 뿌린 콩나물, 포르말린 든 두부등 열거조차 하기 힘듦)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분이 풀릴까? 아무리 법치주의와 죄형법정주의를 존중해 주고 싶어도 그들에게 징역이나 벌금은 과분한 선처로 생각된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이 현실로 받아들여져 올드보이처럼 이빨을 다 뽑고, 혀를 잘라도 시원치 않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들이 만든 음식 평생 먹게 하는 것으로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친구는 가끔 우스개소리로 어렸을 적 자기 동네에서 농약 먹고 살아 난 사람 이야기를 한다. 농약 먹고도 살아 날 수 있는 방법은 동네 방뚝에 올라가 주위의 풀을 뜯어서 먹은 다음 언덕 밑으로 떼굴떼굴 굴러 떨어지면 계속 구토를 해 위에 있는 음식물을 전부 쏟아 내서 산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병원에 가서 위세척을 하면 되지만 그럴 법도 하다.


아무튼 쓰레기 같은 인간들도 모르고 '딸기 맛 농약'을 먹어야 한다. 그래도 시원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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