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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46)
박준연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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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8.26  12: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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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업무 분야 선택은 어떻게 하는가

외무고시를 준비할 때 합격 후 입부하면 이런 업무를 꼭 하겠다고 공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로스쿨에서도 졸업 후 반드시 이런 업무를 할 거라고 못 박는 동기들이 있었다. 그런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던 나는 솔직히 부러우면서도 한편 이런 생각을 했다. 미래의 일을 어떻게 알겠어.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예전에 읽은 거라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린 시절 라디오를 듣는데 청취자가 전화를 해서 비틀즈와 롤링스톤즈의 음악이 너무 시끄럽다, 지금은 인기를 끌지만 곧 사라지고 말 거라는 불평을 했다는 것이다. 그 불평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몇십 년이 흐른 지금 비틀즈와 롤링스톤즈는 위대한 밴드로 남았다. 그래서 에세이의 결론은 이랬다. 미래의 일은 알 수가 없다고.

로스쿨 2학년을 마친 여름방학, 예전 회사의 서머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많은 점심, 저녁 식사, 리셉션 자리에서 많이 받는 질문이 입사를 하면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으냐는 것이었다. 그때는 한결같이,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기업법 분야에서 일하지 않겠냐고 대답했다. 외국인으로서 기업법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 부분도 있다.

서머 프로그램 시작 전 회사에서 두 명을 선발하여 서머 프로그램의 절반 정도의 기간인 한달 동안 JP모건 법무 부문에서 일하도록 했는데, 여기에도 지원해서 한달을 JP모건의 월스트리트 오피스에서 근무했다. JP모건은 예전 회사의 큰 클라이언트였는데, 예전 회사말고도 다른 로펌들도 서머 어소시에이트를 몇 명씩 보내어 법무 업무를 돕도록 했다. JP모건의 베어 스턴즈 인수로 베어 스턴즈의 변호사들이 JP모건으로 옮겨갔던 날에 마침 환영 리셉션이 있었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정식으로 일을 시작할 때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누그러질 줄을 모르던 시기였다. 회사에서 미리 파산법 분야에서 일하기로 한 동기 몇 명 이외에는 업무시작 시기를 연기한다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당연히 할 거라고 생각했던 기업 거래법무 관련 업무는 금융 위기의 여파로 거의 없다시피 했다. 대신 소송 및 중재 관련 업무를 주로 하게 되었다.

그렇게 일을 하다보니, 생각도 좀 바뀌게 되었다. 예전 회사의 업무의 중점 분야가 소송이어서 그렇기도 하고, 또 함께 일하면서 친해진 선배들도 대개 소송부문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이었다. 그리하여 부서 소속없이 일한 후 공식적으로 부서를 결정할 때는 업무 수요가 크기도 하고 개인적인 희망도 있어 소송 담당 부서에 소속하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것은 플러스가 되면 되었지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계획을 세울 때 전제했던 상황은 예상치 않게 바뀔 수 있고, 이것을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때 유연하게 상황을 판단하여 계획을 수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런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상황이 예상했던 대로 전개되지 않으면 좌절했던 적도 많다. 상황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자는 얘기는 쓰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생각해 보는 말은 작가 실비아 플래스가 했다고 전해지는 이 얘기다. “하지만 인생은 길다. 그리고 그 긴 인생이 짧은 열정과 관심의 균형을 맞춘다(But life is long. And it is the long run that balances the short flare of interest and passion.)”

우연치 않게도, 그녀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이 예전 회사에서 업무 시작 시기가 연기되면서 마음고생이 컸던 시기이기도 했다. 마흔을 넘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작가가 한 말이라 역설적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인생은 길다는 말의 울림이 크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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