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리포트]부검을 다녀와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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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원리포트]부검을 다녀와서(2)
  • 법률저널
  • 승인 2004.06.0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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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검사님이 "정시보, 오늘 부검 한 건 있는데 또 가볼텐가?"라고 물어보셨다. 얼굴에 장난기가 잔뜩 배어있는 것으로 봐서는 그냥 한번 떠보려고 그렇게 물어보신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기도 한 것이 처음 부검을 다녀와서 지도검사님께 너무 끔찍한 경험이었다고 엄살을 떨었기 때문이다.

"예. 잘됐네요. 안그래도 한번 더 가고 싶었는데..." 담담하게 대답했다. 검사님은 화들짝 놀라며 진짜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그냥 '아니오'라고 대답할까라고 생각하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이렇게 해서 두 번째 부검을 가게되었다. 부검을 가기전에 기록을 한번 훑어보았다. '사체의 전신부가 참나무 기둥 방향으로 향한 채 발끝이 지면에서 약 10cm 떨어져 있었고 양팔은 주먹을 쥔 상태로 늘어져 있으며 양쪽 눈은 거의 감긴 상태였고 혀는 약간 돌출된 상태로 이빨에 물려 있었으며 팬티에 소변 흔적이 있었다...' 사체를 처음 인계받은 경찰서에서 쓴 수사보고서였다.

부검배드에 누워있는 자를 보는 순간 너무 놀랐다. 80년생이라 했다. 160cm미터에 45kg의 가냘픈 몸매의 이 여자아이는 또 어떤 사연을 안고 이 세상을 떠난 것인가...

오늘 새벽 동네의 야산 참나무 가지에 목이매 숨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시신은 너무 깨끗하다. 어디하나 다친 곳이 없었고 마치 잠을 자는 듯 누워있었다.

두 번째라 그런지 첫 번째만큼은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머리를 톱으로 자르는 그 소리는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다. 배를 가르니 누런 것이 보였다. 지방이라 했다. 한 조수가 그것을 국자로 쓰윽 떠내어 세숫대야에 담았다.

부검의가 가까이에 와서 보라고 했다. 처음 부검을 갔을 때는 그러하지 못했는데 두 번째라 그런지 용기를 내어 가까이에 갈 수가 있었다. 배를 가르고 뼈를 뚝뚝 부러뜨리고 나니 뱃속의 갖가지 장기들이 보였다. 이게 위라고 면서 도마 위에 놓고 그것을 쓱쓱 자르니 갖가지 음식물들이 보였다. 조수들은 그것의 사진을 열심히 찍어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부검의는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사망한지 7, 8,시간 정도 되었다고 했다. 그런 것들은 대체로 음식물의 소화정도를 보면 판별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갑상선을 떼어내었다. 부검의는 사인을 '자살'로 추정했다. 타살이라고 한다면 분명 목이 졸릴 때 심한 반항을 하게 마련이고 몸에 타박상 등이 있어야만 하는데 시신은 아무런 상처없이 너무 깨끗했기 때문이다. 그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나는 부검의에게 질문을 했다.

"자고 있을때 갑자기 몸을 조르면 전혀 반항을 하지 못하고 사망하게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고 나서 타살임을 감추기 위해 산에 가서 시신의 목에 줄을 걸어 매달아 놓으면 어떡하나요?"

부검의는 타인에 의해 목이 졸려서 사망하는 것과 끈으로 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할 때 목주위에 나타나는 시반이 다르며 또한 갑상선에 압박된 흔적도 다르다고 말했다.

그날 부검현장에 처음으로 같이 간 여시보는 그날밤에 잠이 안 와 술을 마시고 잤다면서 다음날 푸석한 얼굴로 출근을 했다.

이제 검찰 시보가 일주일 후면 끝이 난다. 아직까지 직역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다시는 부검현장을 보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물론 검찰쪽으로 온다면 또다시 부검을 볼 기회들이 오겠지만...) 두 번의 부검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들을 했다.

삶과 죽음...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데, 우리는 그 죽은 자를 살펴 그가 왜 그렇게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추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 추정으로 인하여 또 다른 살아있는 자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참으로 어려운 직역인 듯하다. 인간과 신의 중간영역쯤 되지 않을까 감히 짐작해 본다. 

/정현숙전문기자·제44회사시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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